독일에서의 추억과 리슬링

, 사진 이자윤

2010년 올해 여름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덥고,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해인 것 같다. 이런 때에 무더위와 높은 습도를 날려줄 필자의 비밀병기는 바로 시원하게 칠링한 화이트 와인, 리슬링이다.

2005 10. 와인이라는 커다란 존재감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고 있을 때쯤, 독일상공회의소와 독일와인아카데미(GWA: German Wine Academy)에서 주관하는 독일 와인투어를 다녀왔다. 일주일 동안 빡빡한 일정 속에서 독일과 리슬링(Riesling)이란 품종에 대해 놀라운 경험을 한 시간들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시음한 와인의 수를 세어보니 무려 200여 가지의 다양한 와이너리의 리슬링을 시음했었다.

와인투어 당시 방문했던 모젤란드(MOSELLAND), 아찔한 경사도가 한 눈에 보이는 테이스팅 룸에서 이제 막 선보인 독일의 햇와인 페데바이저(Federweisser)와 양파케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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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SELAND에서 바라본 포도밭 전경]

시차적응도 아직 안된 상태에서 맞이한 이른 아침, 라인강의 안개와 눈부신 햇살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던 Reinhold Haart 와이너리와 Haart to Heart(2004) 와인 역시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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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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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inhold Haart 입구]

정신 없이 바쁜 수확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끔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한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정성을 보여 준 Selbach-Oster. 그의 까만 손을 보자 마음이 뭉클해지며 와인에 대한 그의 열정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더군다나 그의 배려로1976 빈티지 와인을 시음했을 때에는 그의 와인에 대한 열정과 손님에 대한 예우에 깊은 감동을 받기도 했다. Selbach-Oster와 함께 했던 식사에서는 리슬링과 찰떡궁합인 푸아그라를 맛볼 수 있었지만 그때는 그들의 마리아쥬에 대한 소중함을 미처 몰라 제대로 시음을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듯 리슬링은 이제 막 와인에 눈을 뜨기 시작한 필자에게 너무나도 특별하고 소중한 기억과 와인에 대한 열정을 심어준 소중한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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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포도를 바쁘게 운반하는 Weingut Selbach-Oster]



필자가 리슬링을 사랑하는 이유는, 과일 맛이 매우 풍부하기 때문에 드라이한 스타일로 양조해도 포도자체의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리슬링은 풍부한 아로마와 적절한 산도가 매력적인 요정 같은 품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의 리슬링은 상쾌한 산도를 느낄 수 있는 드라이한 스타일부터 매끄러운 당도와 꿀향이 가득한 베렌아우스레제, 디저트와인으로서 달콤함이 너무 사랑스러운 아이스바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팔색조와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바로 이러한 매력에 빠져 스스로를 리슬링 장금이라 지칭하며 리슬링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리슬링은 특히 톡 쏘는 산도와 적절한 알코올도수, 게다가 달콤함까지 겸비해서 여성들은 물론 와인초보자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품종이다.

리슬링은 어떤 음식과 마셔야 할까?

얼마 전, 여름 더위에 지친 몸을 보신하기 위해 매콤한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매콤한 고추장 소스에 감자와 달콤한 고구마를 잔뜩 넣고 어떤 와인을 마실까 고민하던 중, 문득 마커스 몰리터(Markus Molitor) 아우스레제 파인헤브가 떠올랐다.

마커스 몰리터는 2005년 당시엔 아직 한국에 미수입된 와이너리로 독일투어 때 방문했던 와이너리이다. 필자가 이 와이너리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른 아침 라인강의 상쾌함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리슬링에 대한 열정이 돋보였던 와이너리였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에 수입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반가운 마음에 아우스레제 파인헤브를 구입해 놓은 게 생각났다. 파인헤브는 트로켄(troken)보다 잔당함유가 약 6~12g정도 더 높을 때 붙이는 명칭으로 풍부한 꽃향과 과일향이 어우러져 매우 달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와인이다.

필자의 리슬링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보신용으로 요리한 닭볶음탕에 특별한 효능을 더해주리라 자신하며 시음하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대로 마커스 몰리터의 아우스레제 파인헤브의 상쾌한 산도는 닭고기에 부드러움을 더해주었으며, 매끄러운 당도는 매콤한 소스의 맛을 상쇄시키며 서로 기막힌 조화를 이루었다.

아직도 더위와 싸워야 하는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以熱治熱)기법으로 매콤한 닭볶음탕과 리슬링 아우스레제를 한잔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글쓴이 _ 이자윤
약 력_ 현재 대학에서 와인소믈리에 및 외식경영 강사로 재직 중이며, 기업체 및 공공기관에서 생활와인 전도사로 활동 중
세종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과 박사
경희대학교 마스터소믈리에 와인컨설턴트 과정 수료
CAFA, CFPPA(프랑스) ㅣ GWA(German Wine Academy: 독일) ㅣ CWA(Cape Wine Academy: 남아공) 와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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