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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의 심장부에 위치하는 이 놀라운 포도밭(Cerequio 체레키오)은 Barolo(바롤로), Castiglione Falletto(까스틸리오네 팔레또), Monforte(몬포르떼)에 대한 멋진 파노라마를 보여주며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보존하고 있다.” 
<이탈리아 와인의 거장들 -피에몬테 포도밭 이야기> 중에서 

 


오늘날 바롤로는 전세계 와인수집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수집품 중 하나다. 프랑스의 보르도와 부르고뉴와 같은 공식적인 등급체계(그랑크뤼 시스템)는 없지만 이미 몇 세대 전부터 위대한 바롤로 생산자들은 세밀하게 테루아의 차이를 연구하여 포도밭들을 조각조각 나눴다. 부르고뉴처럼 철저하게 테루아를 지향하는 바롤로는 명실공히 ‘이탈리아 와인의 왕’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다. 바롤로는 11개 마을에서 생산되지만 가장 유명한 5개 마을, 바롤로, 라 모라 La Morra, 카스틸리오네 팔레또 Castiglione Falletto, 몬포르테 달바 Monforte d’Alba, 세라룽가 달바 Serralunga d’Alba에서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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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물결치는 듯한 언덕들 사이로 우뚝 솟은 마을, 라 모라는 전체 바롤로 생산량의 31%나 담당하는 주요 생산지다. 가까운 바롤로 마을과 몇몇 포도밭을 공유하는 라 모라의 토양은 네비올로 품종과 잘 맞는 석회질 이회토로 비옥한 편이다. 바롤로와 라 모라의 와인은 다른 마을에 비하면 더 부드럽고 향기롭다. 그래서 비교적 일찍 마실 수 있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다. 아르보리나 Arborina, 브루나떼 Brunate, 체레키오 Cerequio, 포사티 Fossati, 라 쎄라 La Serra 등이 라 모라의 훌륭한 크뤼급 포도밭이다. 


바롤로와 라 모라 경계에 걸친 체레키오 포도밭은 남향과 남동향을 바라보고 있다. 19헥타르로 해발 355미터에 위치한다. 체레키오에서 생산된 와인은 이웃한 브루나떼보다 타닌과 무게감이 더하고 복합성과 향기는 풍부하다. 주로 감초, 타르, 말린 장미, 송로버섯 향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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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혹은 알려지지 않길 바라는 이름,

쟈코모 마렝고 Giacomo Marengo

 


대대로 무기제조업에 종사했던 마렝고 가문은 가족들이 마실 와인을 만들기 위해 200년 이상 지금의 체레키오와 폰타나짜 Fontanazza포도밭을 소유했다. 1918년을 첫 번째 빈티지로 마렝고 가문은 매년 와인을 생산하여 밀라노와 토리노에 판매했다. 그 당시 와인을 직접 병입해서 판매하거나 마시는 건 왕족과 귀족 등 일부 부유층에서나 가능했으니 가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소유주인 에밀리오 마렝고의 부친, 쟈꼬모 마렝고의 아내는 토스카나 아레쪼의 귀족 출신으로 자그마치 2000헥타르에 이르는 영지를 물려받았다. 토스카나에선 다양한 농산물과 와인을 생산했다. 이후 에밀리오 마렝고는 토스카나의 땅을 매각했고 라 모라에 위치한 3헥타르의 포도밭, 체레키오와 폰타나짜 Fontanazza에만 집중하고 있다. 모든 포도밭은 꼼꼼하고 철저하게 유기농법을 지키며 관리된다. 


에밀리오 마렝고는 저명한 화학자이며 이스턴 피에몬테 공대 학장이다. 뛰어난 바롤로 생산자, 로베르토 보에르지오 Roberto Voerzio와 함께 체레키오와 폰타나짜, 아르미레 Armire 세 가지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보에르지오는 모든 포도나무 재배와 양조를, 마렝고는 마케팅과 판매를 담당하며 빈티지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총 7,000병 가량 생산한다. 워낙 소량이라 영국, 캐나다, 미국, 벨기에, 한국에 한정적으로 수출한다. 아시아에서 유일한 수입국은 한국이다. 


쟈코모 마렝고의 와인들은 일부 소믈리에와 와인 애호가 사이에서나 알려진 숨은 보석과 같다. 특히 보에르지오가 양조를 담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주목 받기도 하지만 200년 넘게 포도밭의 핵심부분을 소유하며 스타일을 만들고 지켜 온 쟈코모 마렝고의 개성을 담은 와인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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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롤로 체레키오 2004

Barolo Cerequio 2004 DOCG

 


생산지: 이탈리아 > 피에몬테 > 라 모라, 바롤로
품종: 네비올로 100%
알코올: 15%


최상의 크뤼급 포도밭 중 하나인 체레키오에서 손꼽히는 톱 생산자 로베르토 보에르지오의 지휘 아래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와인이 태어났다. ‘좋은 와인은 이미 포도밭에서 결정된다’는 말처럼 수확량을 극도로 제한하여 3그루당 1.5병 정도의 와인을 생산한다(생산량이 극소량인 이유). 20-25일 동안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여 섬세한 와인의 풍미를 완벽하게 지켜낸다. 24개월 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DOCG 규정상 최소 12개월동안 병 숙성을 해야 한다. 하지만 마렝고에선 최소 10년 이상의 병 숙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빈티지의 일반적인 와인과는 깊이감부터 전혀 다르다. 바롤로 애호가라면 꼭 마셔봐야 할 와인이다.


진한 가넷 레드의 색상을 띤다. 블랙 커런트와 체리, 담뱃잎, 말린 장미, 바닐라, 삼나무의 향이 풍부하다. 충분히 숙성된 맛을 느낄 수 있는 흔하지 않은 와인이다. 첫 모금엔 강한 듯한 타닌이 점점 부드러워져 실크 스카프를 두른 듯하다. 올드 빈티지임에도 신선함을 잃지 않고 우아한 균형미가 돋보인다. 마지막 한 모금까지 풍성한 부케가 지속되는 와인이다. 잘 숙성된 하드 치즈, 붉은 육류의 스테이크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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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롤로 폰타나짜 2004

Barolo Fontanazza 2004 DOCG

 


생산지: 이탈리아 > 피에몬테 > 라 모라
품종: 네비올로 100%
알코올: 15%


라 모라 마을의 단일 포도밭인 폰타나짜에서 그루당 평균 2송이 이하로 수확해서 만든다. 마렝고의 다른 와인들과 마찬가지로 로베르토 보에르지오가 재배와 양조를 책임진다. 체레키오와 동일하게 20-25일 동안 낮은 온도에서 발효하여 타닌과 산도, 색상이 천천히 자연스럽게 우러나온다. 그 결과 단단한 와인의 구조와 다양한 향을 얻는다. 24개월 동안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별다른 필러링을 하지 않고 체레키오와 마찬가지로 최소 10년 이상 병 숙성을 거친 후 출시한다. 


가넷 레드 색상을 띤다. 블랙커런트와 바이올렛의 향부터 강렬하고 감각을 집중시킨다. 붉은 과일, 감초와 바닐라의 맛이 길게 이어지며 촘촘한 타닌의 힘이 느껴진다. 균형감, 조밀하고 복합적인 향과 풀 바디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체레키오가 우아하고 여성스럽다면 폰타나짜는 보다 강렬한 힘이 느껴지고 남성적이다. 지금 마셔도 좋고 2-3년 후에 마셔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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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레 랑게 로쏘 2004

Armire Langhe Rosso 2004 DOC

 


생산지: 이탈리아 > 피에몬테 > 라 모라
품종: 메를로 100%
알코올: 15%


‘아르미레’란 라틴어로 ‘무기를 만드는 사람’을 뜻하는데 무기 제조업이 마렝고 가문의 가업임을 알려준다. 아르미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메를로 100%로 만든 와인이다. 폰타나짜 포도밭의 토양 등을 면밀히 관찰한 로베르토 보에르지오는 포도밭 일부에 메를로를 심었다. 여기서도 보에르지오의 철두철미함과 극단적인 성향이 반영되어 그루당 평균 3개의 포도송이를 수확한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며 20-25일 동안 알코올 발효를 끝낸다. 다른 와인과 똑같이 24개월 프랑스산 새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앞선 두 바롤로와 함께 10년 이상 병 숙성을 진행한다. 


아르미레는 놀라운 맛과 향 그리고 구조를 갖춘 이탈리아 메를로 중 손꼽히는 와인이다. 진한 다크레드의 색상을 띤다. 향은 품종을 잊어버릴 정도로 바롤로와 비슷하다. 장미, 초콜릿, 바닐라, 매콤한 스파이스의 향이 진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르와 장미의 향은 더 진해진다. 농익은 검은 과일과 신선한 산도, 부드러운 타닌 등 뭔가 결점을 찾기 힘들다. 여운은 길게 이어지며 끝까지 초콜릿의 풍미가 이어진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견고한 반면에 비교할 수 없는 깊이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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