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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난영 Baek Nan Young (baeknanyoung@hanmail.net)
AIS(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과정 1,2,3 레벨 이수 후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 이탈리아 와인투어 전문기관 바르바롤스쿠올라(BARBAROL SCUOLA)를 운영하고 있다. 베를린 와인 트로피 심사위원이기도 한 백난영은, 이탈리아 와인 및 와인 관련 문화, 행사를 소개하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와인 관련 전문 통/번역가, 랑게와인 앰버서더(Langhe Wines Ambassador)로도 활동 중이다.
Certified Professional Sommelier by "Associazione Italiana Sommelier" l President of Barbarolscuola, specialized in Italian Wine & Gastronomic Tour l Columnist of Korean Online Wine Magazine l Member of Judging Panel at: The International Wine Award Mundus Vini, International Wine City Challenge, Emozioni Dal Mondo, Portugieser Du Monde l Blogger l First Level Certified Cheese Taster by "Organizzazione Nazionale Assaggiatori Formaggi" l Awarded as Best Foreign Journalist for Roero Wine Region

                                                         
단 맛은 본능이다. 호랑이 위협은 아기 울음을 멈추지 못했지만 곶감은 해냈다. 세상이 온통 회색빛으로 보일 때 한 조각의 케이크는 마음의 구름을 걷어내고 태양빛으로 채운다. 깊은 숙면은 꿀 잠이고 인생조언은 꿀팁이며, 맛있으면 꿀맛이다. 우리의 마음과 단맛의 밀월관계는 판대믹도 끊지 못했다. COVID19는 지구인에게 단기 가택연금을 선고했지만 단맛 유혹은 가두지 못했다. Asti 컨소시엄 자료에 따르면, 지구인은 평소 주량보다 와인을 50% 덜 마셨지만 모스카토 와인은 1%밖에 소비량이 줄지 않았다.


모스카토 품종은 인류가 우연히 와인을 발견한 후 와인 제조 목적으로 가꾸었다는 포도 조상 중 하나다. 우리 몸이 단맛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듯 달콤한 모스카토는 인류 탄생 시기에  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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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과 해풍의 섬 시칠리아는 모스카토 건조에 천혜지다. 사진제공 www.ilovepantelleria.net>

 

 

중동이 원산지로 알려진 모스카토 품종이 이탈리아에 상륙한 건 2천 5백 년 전으로 추정된다. 시칠리아 섬에 닻을 내린 그리스인들은 식민지 확장에만 연연하지 않았다.  그리스에 투항하는 마을에 모스카토 묘목과 재배방법을 알려주었다. 열풍과 해풍의 섬 시칠리아는 모스카토 건조에 천혜지였다. 말린 모스카토를 발효한 와인은 과일향이 농밀했고 당도가 높았다. 이렇게 얻은 귀중한 와인은 무스카텔룸(Muscatellum)이라 불렸고 신전에 올려졌다. 말린 포도를 발효한 와인은 파시토 와인 전통을 낳았고 시라쿠사 파시토와 노토 파시토는 로마 황제와 신성로마 황제들을 탄복시켰다. 시칠리아 인들은 모스카토의 가능성을 강화 와인으로 확장했다. 발효가 끝난 모스카토 와인에 알코올을 첨가해 도수를  15도 이상으로 끌어올린 모스카토 리꼬로소(Moscato Liquoroso)가 그것이다.


로마인의 출현은 모스카토 국경을 이탈리아 반도로 넓혔다. 기후와 풍토에 양조기술이 곁들여지면서 모스카토는 이탈리아 스위트 와인으로 자리 잡는다. 몇 가지를 예로 들면 토스카나의  모스카델로 디 몬탈치노, 발레다 오스타의 샴바베 무스캇,  알토 아디제는 바이쓰 무스카텔러( Weisser Muskateller)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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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중순경이면  모스카토  비앙코 포도는 어른 손의  한뼘  크기로 자란다>

 


우리에게 익숙한 탄산가스를 지닌 모스카토 와인은 천년 후에나 등장한다. 뜨거운 시칠리아에서 서늘한 북이탈리아  피에몬테로 공간이동해야 한다. 정식 이름은 Asti DOCG다. Asti는 원산지고 이탈리아 와인 등급 중 가장 까다로운 DOCG규정을 통과한 와인이다. Asti DOCG 는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와 Asti 로 나뉜다.  Asti는 스푸만테이며 DOCG 단어가 따라오지 않는다.


두 와인은 모스카토 비앙코 품종이 원료란 점만 같지 스타일은 다르다.  모스카토는 큰 집이고 모스카토 비앙코(Moscato Bianco)는 식구가 많은 작은 집으로 보면 된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기포가 부드러운 약발포성이나  아스티는 발포성 이다. 알코올은 전자는 5.5도, 후자는 최소  9도다. 모스카토 다스티가 단맛이 더 강하고 아스티는 잔류 당분에 따라 단맛이 세 종류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외형이 화이트 와인과 별반 다르지 않으나 아스티는 내부 압력이 마개를 밖으로 밀어내지 못하게 철사 줄(뮈즐레)을 감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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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티 와인 산지. 왼쪽 지도의 붉은색 부분>

 


피에몬테 인들은 모스카토를 화이트 와인처럼 만들어 마셨는데 외관과 보관에 문제가 발생했다. 종종 불순물이 남아 와인이 혼탁했고 모스카토 향기를 제대로 피우지 못했다. 1606년 사보이 왕실 보석 공예사이면서 와인 전문가였던 잠바티스트 크로체는 획기적인 개선책을 고안해 낸다. 모스카토의 맑은 색을 흐리게 하는 주범인 펙틴을 천에 여러 번 걸러내면 향기를 잃지 않고 보관기간도 늘어났다. 온도 급감 장치를 사용하면 와인 발효가 멎게 됨도 알아낸다. 크로체가 고안한 방법대로 만든 와인은 현재의 모스카토 다스티와 비슷한 맛을 냈다고 한다. 


1960년대에 모스카토는 냉동보관 기술을 포옹한다. 막 압착한 모스카토 주스를 냉동하면 천연향이 증가하고, 필요할 때마다 해동해서 만들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해 졌다. 비로소 모스카토 다스티 황금 레시피가 완성된다. 알코올 5.5도, 1리터당 120그램의 잔당, 당도는 높지만 산도가 가미되어 상큼한 단맛을 낸다.


모스카토 다스티의 탄생과 성장 동력이 잔잔한 기포였다면 아스티 스푸만테는 플루트 잔을 헤엄치는 팔팔한 기포다. 간차(Gancia) 와이너리가 이룬 이탈리아 최초 샴페인 방식 스푸만테 양조 업적과도 맥을 같이한다. 1860년대 까를로 간차는 이탈리아 최초 스푸만테 실현이란 대망을 갖고 프랑스 샹파뉴로 유학을 떠난다. 그가 돌아온 뒤 카넬리에 간차 와이너리의 전신인Fratelli Gancia를 세우고 샴페인 방식 스푸만테를 시도한다. 그의 꿈 실현의 첫 장애물은 원료구입에서 왔다. 그 당시 피에몬테주 그 누구도 피노누아나 샤르도네를 재배하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이 지방에 흔한 모스카토와 코르테제 품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까를로 간차는 당분과 효모를 섞은 혼합물을 병 안에 넣어 발효시켜 본 경험이 없었다. 비좁은 병 안에서 당과 효모의 상호작용과 잔당 조절 지식이 없어서 병 내부 기압이 10이나 치솟았다. 높은 기압을 견딜 수 있는 특수 병을 개발했으나 병은 계속 마개 대포를 쏘아댔고 병은 여전히 터졌다. 발효실에 들어가는 인부들은 참전하는 군인처럼 무장했다. 철가면을 쓰고 가슴에는 두터운 안감을 댄 가죽 앞치마를 둘렀다. 우여곡절 끝에 나온 와인을 모스카토 샴페인이라 했다.


 1910년 샤마(Eugene Charmat)는 7~8 기압에도 거뜬한 재질로 된 압력탱크를 발명한다. 압력탱크의 핵심기술은 저온 발효와 보관 그리고 탄산가스 밀봉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켰다. 당도가 높은 발효 환경에서도 모스카토 아로마가 변질되거나 줄지 않았다. 잔당이 일정하니 알코올 도수는 들쑥날쑥 하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원심분리기와 여과기는 발효를 마친 와인에 남아있는 효모 찌꺼기를 말끔히 제거해주었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효모가 깨어나 병이 터졌다는 얘기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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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력탱크>

 


압력탱크는 모스카토의 구세주이기도 했지만 모스카토 샴페인의 터미네이터이기도 했다. 생산자들은 힘들고 위험한 병 발효와 작별하고 편안한 압력탱크로 돌아섰다. 그동안 포도재배 농가의 인식도 바뀌어서 피노누아, 샤르도네 재배가 늘어난다. 피에몬테에서 시작된 샴페인 방식 스푸만테 열기는 북이탈리아로 퍼진다. 피에몬테는 소수의 생산자만 명맥을 이어가고 당분간 아스티 와인에만 전념한다.

 

 

모스카토 와인 트랜드 


2016년 아스티 스푸만테의 인기 행진이 주춤한다. 관계자들은 스푸만테  맛의 다양화로  발 빠르게 대응한다. 이 결정의 배후를 소비자 입맛 변화로 보지만  프로세코 와인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이 강하다. 아스티는 반세기 동안  알코올 8도, 1리터당 잔당 75~85 그램 내외의 돌체(단맛)가 표준맛 이었다. 새로운 아스티는  Secco(드라이)와  Extra dry맛으로 알코올은  11.2~12도로 올렸고 잔당은 1리터당 17~22그램으로 제한해 단맛을 줄었다. 디저트 와인에서 머물지 않고 아페리티프 등 음식궁합 와인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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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오Bosio  와이너리의 다양한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 보시오가족은 53년간 모스카토 와인을 생산해 오고있는 모스카토 장인가족 이다.  포도밭 별로 다양한 모스카토 다스티를 선보이고 있다.>

 


모스카토는 발포성 와인이란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모스카토 세꼬(Moscato Secco)는 드라이한 맛에 무발포성이다.  모스카토의 약점인 가벼운 맛을 보완하기 위해 코르테제나 샤르도네와 블랜딩 했다. 테레 다 비노(Terre da Vino)와이너리는 모스카토를 늦수확해 복합미를 높인  아스티 벤뎀미아 타르디바(Asti a Vendemmia Tardiva ) 스푸만테를  선보이고 있다. 


간차는  샴페인 방식과 샤마 방식을 절충한 아스티 모도 노보(Asti Modo Novo)를  출시했다. 작은 사이즈 오크통에 숙성시킨 기본 와인을  압력탱크에서 발효시켜 세련미를 높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비녜 레알리(Vigna Reali di Strevi)는 발효 중인 모스카토에 환원 반응을 일으켜 감귤향을 얻었다. 보시오(Bosio) 가족은  열대 과일 맛이 나는 모스카토를  최근에 출시했다. 


아스티의 정상은 포도밭 이름을 부각시킨 소리 델 모스카토(Sori del Moscat)에 돌아간다.  Sori는 양지바른 언덕에서 나온 고급 와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모스카토의  크뤼 시대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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