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 “가성비로 승부하는 PB 와인”에서는 홈플러스의 PB 와인 출시가 가진 의미, 그리고 한국 와인 시장에서 PB 와인의 전망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홈플러스의 PB 와인 <The Wine Merchant>(이하, 더 와인 머천트)의 와인과 그 성격을 살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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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와인 시장을 와인의 가격으로 구분해 보면 1만원 미만의 Entry Wine과 1만원~3만원 사이의 Budget Wine, 3만원~5만원 사이의 Mid-Class Wine, 5만원~10만원 미만의 Premium Wine, 그리고 10만원 이상의 Luxury Wine으로 나뉜다.

 

판매량으로 보면 Entry Wine 중에서 상급 와인 그리고 Budget Wine 중에서 중저가 와인의(대략 7천~1만5천원 수준) 판매량이 가장 많다. 그리고 와인 가격이 이보다 비싸 질수록 판매량이 점차 줄어들다가, Mid-Class Wine 중에서도 중상급 와인의 판매량이 약간 증가하는 형태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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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인 머천트> 11개 와인(일부 와인은 향후 출시 예정)은 1만5천원 이하가 5 종류, 1만5천~3만원 사이가 3종류, 3만~5만원 사이가 3종류인데, 국내 와인 시장의 판매량 분포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의미 있는 라인업이다.

 

이들 와인 대부분은 스페인, 프랑스, 이태리의 주요 산지에서 생산되며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소비뇽 블랑과 영국의 스파클링 와인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더 머천트 레드, 화이트, 로제 같은 기본급 와인에서부터 프리미엄급 와인까지 차례로 마시다 보면 마치 유럽을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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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더 와인 머천트>의 기본급 와인인 더 머천트 레드, 화이트 로제 등 3종 와인에 대한 개인적인 시음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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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rchant's Red, 2016
더 머천트 레드 2016

(소비자가격 12,900원)

 

첫 향에서, 짙은 색에 비해 밝은 과일향을 드러내는데 탄소침용(포도를 으깨지 않고 송이째 발효) 방식으로 만든 보졸레 누보 와인을 연상시킨다. 시간이 흐르면서 검은 과일향과 스파이시한 아로마가 뒤따른다. 미디엄 바디에 타닌은 아주 적고 라운드한 스타일의 와인. 알코올 도수가 13%지만 풍미, 바디, 입안에서의 질감과 어우러져 균형감이 좋다. 저렴한 와인에서 종종 느껴지는 거침과 불균형이 없다는 점에서 이 와인은 좋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좀더 맛있게 즐기려면 와인의 온도를 상온보다 약간만 낮춰볼 것. 필자의 취향이 보르도 와인에 좀더 가까워서인지, 2,000원 더 비싼 Traditional Claret가 좀더 입에 맞는 것 같다. <더 와인 머천트>의 Traditional Claret 와인에 대한 이야기는 “보르도의 또 다른 이름, 클라레”를 참고하면 된다.

 

“The accent is on juicy fruit and supple tannins, but we still strive to preserve sufficient tannic support in the blend to allow the wine to cross over between tipple and table. The Merlot has a fresh, mulberry note, to which the Garnacha adds a robust, ripe plum character. The Syrah adds energy and spice. The synergy is effective.”

 

<더 와인 머천트>의 공급사인 Berry Bros. & Rudd(이하 BBR)의 자료에 따르면, 이 와인은 메를로 50%, 그르나슈 30%, 시라 20%를 블렌딩해서 만드는데 시라가 꽤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피노 누아 양조에 사용하는 효모를 쓴 점도 흥미롭다.


The Merchant's White, 2016
더 머천트 화이트 2016

(소비자가격 12,900원)

 

이 와인은 데일리 와인으로서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가벼운 바디감에, 감귤류의 향보다는 핵과류의 향이 많다. 다시 말해, 산미가 있지만 강하지 않고 드라이한 계열의 향이 조금 더 강하다. 거기에 미네랄 풍미까지 더해졌고, 오크통에 살짝 담갔다가 꺼낸 듯한 인상을 준다. 알코올 도수는 12.5%. 바디감에 비하면 아로마가 좀 더 강한 스타일. 뒤에서 설명할 더 머천트 로제 와인이 그 색이 장점이라면, 이 와인은 아로마가 장점이다. 두 와인 모두 "가벼운 와인도 섬세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 주는 점에서 동일하다. 와인을 잘 모르는 이성과 데이트할 때에는 더 머천트 로제의 색으로 분위기를 내겠지만, 그가 와인을 아는 사람이라면 더 머천트 화이트를 마시며 와인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오크 풍미가 없는 저렴한 화이트 와인을 찾고 있다면 더이상 고민하지 말자. 며칠 전 필자의 지인이 "김치찌개에 어울리는 와인"을 물었을 때, 청주 또는 1만5천원 수준의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을 추천한 적이 있다. 더 머천트 화이트도 여기에 속한다. 우리나라 음식 중에 국물이 있는 요리에는 굳이 풀바디 와인을 마실 필요는 없다. 요리와 함께 마시면 와인의 바디감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가볍지만 아로마가 좋고 밸런스 좋은 더 머천트 화이트는 우리나라 음식과 함께 하기에 괜찮은 파트너다.

 

“The ambition is to add complexity and minerality to the local Viura which, although from old vines and texturally interesting, is relatively neutral. The mealy, buttery and usefully stony Chardonnay element drives the wine, with its pleasing peach and stone-fruit aspect. The wine is dry but positive, and lifted by a pinch of that minerality.”

 

BBR의 자료에 따르면, 이 와인은 샤르도네와 비우라를 섞어 만들었다. 높은 고도에서 재배한 비우라는 베르데호 품종에 사용하는 효모로, 낮은 고도에서 재배한 비우라는 알바리뇨 품종에 사용하는 효모로 발효시켰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The Merchant's Rose, 2016
더 머천트 로제 2016

(소비자가격 12,900원)

 

라이트 바디 와인의 전형을 보여주며 로제 와인 치고는 색이 옅다. 산도가 낮아서인지 물기 마른 딸기향이 느껴진다. 이 와인의 장점은 가벼운 아로마와 풍미 그리고 바디감이 균형을 이룬다는 점과 "가벼운 와인도 섬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알코올 도수는 12.5%.

 

전병을 안주 삼아 마셨는데 전병의 질감과 김치 풍미에 와인이 약간 밀리는 느낌이다. 더 머천트 로제는 와인만 마시며 주말 저녁 연인과 가볍게 분위기를 내거나, 여름에 차갑게 칠링하여 야외에서 샌드위치에 곁들여 편하게 마시기에 좋은 와인이다.

 

The colour is key here; an alluring, gentle salmon-pink. Garnacha gives the wine a gentle note of strawberry along with the merest hint of white pepper that provides lift, making it a happy partner to lightly flavoured plates. The wine is properly dry and best served chilled, with condensation gathering on the bottle.

 

BBR의 자료에 따르면, 이 와인은 스페인의 가르나차 품종으로 만들었고 과일 풍미를 강조하기 위해 12시간의 짧은 침용추출(포도껍질을 포도즙에 담가 두는 것)을 진행했다. 자연효모 대신 샤르도네 품종에 사용하는 효모로 발효시켰다는 정보가 흥미롭다.

 

지금까지 <더 와인 머천트>의 가장 기본급 와인인 더 머천트 레드, 화이트, 로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들 와인의 가격은 12,900원으로 영국 현지 가격과 거의 같다. 그리고 한국 와인 시장의 가격 구조로 보았을 때 이 세 와인의 가격 대비 품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더 와인 머천트>의 다른 와인들은 어떤 맛을 선보일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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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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