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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와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도나무 당 수확량을 줄였다"거나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의 양이 단 한 병에 불과하다"는 와이너리의 광고 문구를 접합니다. 디저트 와인으로 유명한 보르도의 대표적인 귀부와인 샤또 디켐Chateau d'Yquem의 경우,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의 양이 한 잔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과연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몇 병의 와인이 만들어 질까요?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만들어지는 와인의 양이 적다고 반드시 고품질일까요?
 
보르도 그랑크뤼 와인 중 하나인 샤또 깡뜨 메를르Chateau Cantemerle의 경우 홈페이지 자료에 의하면 재배 방법과 생산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 경작지 면적(A): 91 ha(헥타르)
- 식재밀도(B): 9,600 vine/ha(헥타르 당 포도나무 수)
- 단위면적 당 수확량(C): 50 ~ 55 hl/ha(헥타르 당 헥토리터)
- 총 생산량(D): 560,000 병
 


즉, 나무 한 그루 당 0.64병 (D / (A*B))의 와인이 생산됩니다. 샤또 깡뜨 메를르보다 저렴한 와인은 포도나무 한그루에서 0.64병보다 많은 양의 와인을 생산할 것이고, 이보다 비싼 와인은 0.64병보다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 더 중요한 수치는 단위면적 당 포도 수확량 (hl/ha)입니다. 보르도에서는 와인의 품질을 통제하기 위해 AOC 규정으로 이 수치를 정해놓았고, 이는 부르고뉴 지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쥬브리 샹베르땅의 마을 단위와 프레미외 크뤼는 40hl/ha, 그랑크뤼는 37hl/ha, 그랑크뤼 중에서도 특히 샹베르땅과 샹베르땅 클로 드 뻬즈는 35hl/ha입니다. 유의해야 할 점은, 단위면적 당 포도나무의 수(식재밀도)와 포도나무 당 포도송이의 수 그리고 포도송이 당 포도알의 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 때 식재밀도와 포도나무 당 생산되는 와인의 양은 가지치기 (spur 또는 cane pruning)와 training system (corton, guyot 등) 같은 재배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태리 끼안띠의 유명 와이너리인 Castello di Fonterutoli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곳은 70년대에 단위면적 당 3,000 그루의 포도나무를 심었고 나무 한 그루 당 약 2.1kg의 포도를 수확한 반면, 현재는 단위면적 당 7,400 그루의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나무 한 그루 당 0.9kg의 포도를 수확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무 한 그루 당 포도 수확량을 줄여 와인의 품질을 높인 한편, 총 생산량은 유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70년대에는 단위면적당 63헥토리터를 수확, 지금은 66 헥토리터로 소폭 증가]. 또한 지금은 포도나무 한 그루 당 5개의 포도송이만 남겨놓고, 포도알을 솎아내어 포도송이의 무게가 180g 밖에 안되는 반면, 과거에는 이보다 더 무게가 나가고 더 많은 양의 포도송이를 수확했을 겁니다.

 

다시 말해, 와인 생산자는 와인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포도나무 당 수확량을 줄이는 한편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식재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식재밀도를 높임으로써 포도나무의 뿌리가 땅 속 깊이 뻗게 하고, 이로써 포도나무가 다양한 토양층으로부터 양분을 흡수하여 결국 와인의 품질을 높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도나무 한 그루 당 포도 수확량을 줄이는 것이 와인의 품질을 높이기는 하겠지만, 감소한 수확량에 반드시 비례하여 와인의 품질이 상승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단지 "한 그루의 포도나무로 와인 몇 병을 생산한다"는 마케팅 메시지에 너무 현혹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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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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