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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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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유경종 ㅣ 사진_론와인협회(CIVR)
 
 
날씨가 추워질수록 와인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와인이 있는데, 바로 프랑스 론(Rhone) 지역의 와인이다. 보르도나 부르고뉴 와인에 비해 알코올 도수가 1-2도 정도 높고 묵직한 스타일의 론 와인은 뜨거움, 따스함 등 양감이 충만하다. 론 와인은 가장 야성적인 스타일로, 감미로운 흙 내음과 잘 익은 검은 과일의 향이 풍부하고 향신료 향이 대단히 강렬하다 또한 감칠맛과 풍미가 강하기 때문에 양고기나 묵직한 치즈 등 풍미가 강한 음식 또는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아시아 음식과 궁합이 좋다. 날씨가 추울 때는 몸과 마음에 온기를 전하는 론 와인을 선택하는 것이, 권하는 이나 마시는 이 모두에게 최고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와인을 마셔온 애호가들조차 론 와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이유는, 사토 무통 로칠드나 페트뤼스 또는 그랑 크뤼 와인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 파워를 지닌 보르도나, 로마네 콩티 같은 스타 와인과 피노 누아라는 고급 품종으로 대표되는 부르고뉴에 론이 밀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론 지역이 2000여 년 전 로마가 지배하던 갈리아 시대부터 이어온 면면한 와인 역사의 땅이며, 보르도 다음으로 포도밭 면적이 크고, 중세시대만 하더라도 론 와인이 교황들의 성대한 만찬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 역시 많지 않다.
 
다행히 론 지역의 시라(Syrah) 품종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외 그르나슈, 무베드르, 생소, 카리냥 같은 품종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샤토네프 뒤 파프, 에르미타쥬, 콩드리유 등 론 지역 내의 세부 와인 산지도 술술 외워지진 않는다. 그러나 누구든 이 지역을 한 번이라도 여행하게 되면, 거친 바람이 부는 에르미타쥬 언덕의 작은 교회당(아래 사진)을 넘어 굽이쳐 흐르는 아름다운 론 강, 샤토 보카스텔의 갈레 훌레(Galets Roules)라 불리는 커다란 돌멩이가 그득한 포도밭, 독일군의 폭격으로 아스라히 남은 샤토네프 뒤 파프의 고성 언덕의 석양, 그리고 코트 로티에 펼쳐진 가파른 포도밭 협곡의 살벌하고도 장엄한 풍경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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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묘사된 것처럼 “해 넘어가는 저녁 노을을 등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의 입에 물린 흑설탕사탕 같은” 그르나슈 와인의 매혹적인 맛을 느낀다면, 또는 제라늄 꽃이 만발한 감옥에라도 갇힌 것처럼 황홀경을 주는 시라 와인을 경험한다면, 당신은 단박에 평생토록 사랑해야 할 또 하나의 와인을 알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하게 될 것이다. 1787년에 토마스 제퍼슨이 남겼다는 “에르미타주의 화이트와인은 세계 최고의 와인이다”라는 한 문장 때문에, 그 와인을 안 마셔보고는 못 배기는 호기심 많은 와인애호가의 일성은 이러할 지니… “여기, 마셔야 할 와인 하나 추가요!”
 
론 와인은 와인애호가에게 있어 끝도 모를 깊이의 탐미적 와인이며,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탐험의 재미가 있어서 기둥뿌리 뽑히는 줄도 모르고 마시게 되는 그런 와인이다.
 
론 강에서 이름을 따온 론 밸리(Rhone Valley)는 스위스 알프스의 고지대에서 시작해 쥐라 산맥의 협곡을 지나 프랑스로 흐른다. 부르고뉴에서 남부 지방으로 내려가다 보면 비엔(Vienne)에서부터 96.5km의 발랑스(Valence)까지의 지역이다. 여기에서 다시 96.5km를 더 가면 남부 론 지역에 이르게 된다. 론 밸리의 포도밭은 리옹 남부에서 시작해 베르사유 서쪽의 지중해로 이어질 때까지 뚜렷한 만곡을 형성하며 남쪽으로 402km 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코트 로티, 생 죠셉 등으로 기억되는 북부 론 지역과 사토네프 뒤 파프로 대표되는 남부 론으로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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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의 모든 비밀은 언제나 테루아라는 마법의 열쇠로 자물통을 열고 들어가야만 그 신비가 조금이라도 풀릴 기미가 보인다. 날씨 좋은 날에는 론 강 건너편으로 알프스 산의 만년설이 보일 만큼 아름다운 목가적 풍경이 나타난다. 그러나 얼음 덮인 알프스의 추운 대륙성 기후, 미스트랄이라 불리는 강한 바람, ‘구운 빵’을 뜻하는 Rotie가 암시하듯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으로 구성된 삼중주야 말로 이 뜨겁고 열정 가득한 론 와인을 만드는 주체다.
 
북부 론은 론 전체 와인생산량의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곳에서 대부분의 고급 와인이 생산된다. 레드 와인은 시라 단일 품종, 화이트 와인은 마르산, 루산, 비오니에 등 세 가지 품종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레드 와인이 90%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5-6% 정도의 로제, 3-4%의 화이트 와인이 뒤를 잇는다. 북부 론에서 재배가 허용되는 유일한 적포도 품종인 시라는, 야성적이면서도 사냥 짐승, 고기, 동물성 풍미를 가득 풍긴다. 또한 흰 후추 향을 시작으로 감초, 숲, 가죽 향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오면서 검은 자두, 블랙베리, 블루베리의 풍미가 층층이 겹친다.
 
이러한 강렬한 풍미는 어느 정도는 포도나무의 수령에서 비롯되는데, 대다수 포도 나무들이 최소 40년 이상 되었고 어떤 것은 100년에 이르는 것도 있다. 아주 오래된 나무들은 포도송이를 많이 맺지 못하지만 이런 나무에서 생산되는 포도는 힘과 농축도가 대단히 뛰어나다. 대부분 화강암 토양의 가파른 협곡에 위치한 포도밭이라서 일조량만 가능하다면 몸에 밧줄이라도 동여매고 60도로 깎아지른 절벽에 있는 포도밭을 경작한다. 당연히 이런 악조건과 사투하며 만드는 와인이라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나 보르도 그랑 크뤼나 부르고뉴 고급 피노 누아 와인과 비교한다면 결코 비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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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명한 영국의 와인평론가 휴 존슨은 코트 로티, 에르미타쥬, 콩드리유 같은 론의 세부 산지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위풍당당하다”고 표현하는데, 웅장하고 깊이 있으며 제대로 숙성된 와인을 접한다면 실제로 천변만화하는 꽃 향의 요술적 아로마를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석회석, 변성암, 점토질 토양으로 구성된 코트 로티나 콩드리유의 포도밭은 토양의 특성이 와인의 풍미에 고스란히 투영되는데,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가장 많이 받은 E. Guigal의 La Mouline, La Landonne, La Turque(일명 La-La-La로 불리는 기갈의 세 와인)은 코트 로티만의 특별한 테루아를 온전히 반영하는 대표적인 와인들이다.
 
한편 그 아래 지역의 론 강 삼각주에 자리잡은,'세상에서 가장 좋은 포도밭’이라 일컬어지는 에르미타쥬의 와인은 그 특별한 지형과 바람 길, 일조량, 화강암의 토질 등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와인을 만들게 한다. 이 외에도, 가격대비 100%의 만족을 보장하는 시라의 천국 생 죠셉의 화이트 와인이나 레드 와인은 접근하기가 비교적 쉽고 가격 부담도 없어 강력히 추천할 만하다.
 
덧붙여, 기회가 있다면 궁극의 흰 꽃 향을 뿜어내는 비오니에 품종의 절정, “아로마의 판타지”라 불리는 콩드리유의 와인 또는 샤토 그리에(Ch. Grillet)라는 화이트 와인을 꼭 마셔보길 바란다. 잘 만든 비오니에 와인은 감각적이고 향락적이며 관능적인 풍미를 지녔다고들 한다. 인동덩굴, 잘 익은 복숭아, 화이트 멜론, 리치 열매, 신선한 오렌지 껍질 향과 더불어, 와인의 질감은 휘핑 크림같이 부드럽다. 그러나 아무리 글을 읽어봐야 상상이 안 된다. 마셔봐야만 이해가 간다. 충분히 매혹적이며 분명 돈값 그 이상을 하는 와인들이다. 이들 와인을 마실 때마다 왜 “위풍당당”이라는 단어가 절묘한 표현으로 와 닿는 걸까! 대가의 촌철살인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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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남부 론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남부 론은 풍부한 역사와 광활한 포도재배지역, 풍부한 식재료가 가득한 프랑스의 보물창고다. 론 와인의 77% 정도는 코트 뒤 론과 코트 뒤 론 빌라주가 원산지이며 대부분 가격이 저렴하고 품질은 평범하다. 그러나 “교황의 와인”으로 명성이 높은 사토네프 뒤 파프나 최근에 급격히 품질이 높아지고 있는 지공다스, 바케라스 등의 세부 산지는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한다.
 
남부 론에서는 그르나슈라는 품종이 주연을 맡고 있으며 조연 역할을 하는 13가지의 레드 또는 화이트 와인을 블렌딩해서 만드는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인이 대표급이다. 남부 론에서는 총 23개의 품종을 자유롭게 블렌딩해서 양조하는데, 블렌딩 비율도 제각각이듯 와인 역시 육중하고 자유분방하며, 흙내음이 감도는 사냥짐승의 풍미가 농밀하고 타르, 가죽, 거친 돌의 매력적인 특징에 야성미가 더해지는 느낌이 든다.
 
남부 론의 포도밭에서는 갈레훌레라 불리우는 커다란 돌멩이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위 사진), 고대 알프스 산맥 빙하의 자취인 이 돌은 강한 태양열을 흡수해 열매가 잘 익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토양이 수분을 머금도록 돕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에 포도나무에 이롭게 작용한다. 지중해성 기후라서 햇빛이 많고 허브, 라벤더, 올리브가 잘 자라며, 무더운 날에는 알프스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미스트랄)이 강하게 불어오는데, 이 북서풍이 열기를 식혀 포도가 산도를 유지하도록 돕고, 수확기가 가까워 오면 습도와 곰팡이를 예방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북부 론에서는 볼 수 없는 타벨이라는 로제 와인과 뮈스카 드 봄 드 베니스라는 스위트 와인이 유명하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고 저평가 받아온 론 와인을 다시금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와인 반열로 끌어올린 이는, 바로 세계 와인 산업의 황제라 불리는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다. 필자는 2005년 로버트 파커가 한국을 최초로 방문했을 때 마련된 공식 디너 석상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데, 당시 용광로처럼 끊어 오르는 와인 붐을 목격하던 한국의 와인소비자들에게 “향후 30년 후를 내다봤을 때 투자 대비 가장 재미를 볼 만한 와인은 당연히 론 와인입니다. 론 와인을 주목하세요! 론 와인에 투자하세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라며 확신에 차 말하던 그의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그의 판단은 옳았다. 오마쥬 아 쟈크 페랭, 장 루이 샤브 에르미타쥬, 앙리 보노 셀레스탱, 도멘 페고의 다카포, 사토 하야스, 폴 자불레의 에르미타쥬, 이 기갈의 La-La-La 등, 숨어있는 은자의 와인들은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 거인의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보르도 5대 사토 와인쯤은 신경도 쓰지 않는 귀한 와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2010년 빈티지는 전세계 와인수집가들이 기필코 확보하려는 세기적인 빈티지이니, 관심 있다면 꼭 소장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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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쥬 베르네 콩드리유 “테라스 드 앙피르”
Georges Vernay Condrieu “Terrasses de lEmpire”
 
콩드리유는 부르고뉴의 몽라셰 다음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희귀한 화이트 와인에 속한다. 오일 같은 질감, 흰 꽃 향과 더불어 살구와 복숭아의 풍미를 지녀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콩드리유의 화이트 와인은 종종 백묵을 연상시키는 미네랄 풍미와 함께 온화한 여운을 남긴다. 조르주 베르네는 20세기 중반 콩드리유 마을에서 비오니에 품종의 부활을 꿈꾸며 헌신한 대표적인 인물로, 오늘날 콩드리유의 교황이라 불리며 세 가지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는데 “테라스 드 앙피르”도 그 중 하나다.(비노쿠스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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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자불레 에르미타쥬 “라 샤펠”
Paul Jaboulet Hermitage “La Chapelle”
 
“에르미타쥬”는 은자가 사는 오두막을 의미하며, 중세의 기사가 지금의 이 지역에 오두막을 짓고 기거하며 포도밭을 일군 것에서 기원한다. 교회를 의미하는 “라 샤펠”은 폴 자불레 및 에르미타쥬를 대표하는 최고의 와인이며, 시라 품종이 연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갖춘 중후장대한 명작이다. 또한 Wine Spectator가 1961년 빈티지 라 샤펠을 <20세기의 10대 와인>으로 선정했을 만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와인이다.(나라셀라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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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루이 샤브 에르미타쥬 블랑
Jean-Louis Chave Hermitage Blanc
 
북부 론의 와인 명가를 말하라면, 1481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양조 역사를 가진 샤브 가문을 빼놓을 수 없다. 와인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샤브 가문을 두고 “지구상 최고의 와인생산자 중 하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의 에르미타쥬 블랑은 에르미타쥬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4~5년 사이에 좋은 맛을 내고 이후10~15년 사이에 구운 헤이즐넛, 버터, 꿀 등의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내며, 뛰어난 빈티지의 경우 20~30년간 좋은 맛을 잃지 않는다.(레드슈가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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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네프 뒤 파프 “레 시나르” 파미유 페랑
Chateauneuf du Pape “Les Sinard” Famille Perrin
 
프랑스 남부 론 지역의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샤토 드 보카스텔을 소유하고 있는 페랑 가문은 100년이 넘도록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와인 명가로, 가장 뛰어난 샤토네프 뒤 파프 와인생산자로 손꼽힌다. 페랑 가문의 “레 시나르” 와인은 샤토 드 보카스텔의 샤토네프 뒤 파프 포도밭에서 재배하는 수령이 어린 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며, 2005년에 Wine Spectator가 선정하는 <100대 와인>에 뽑히기도 했다.(신동와인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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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퀴에롱 코트 로티 “테르 솜브르”
Yves Cuilleron Cote-Rotie “Les Terre Sombres”
 
이브 퀴에롱은 북부 론 지역의 떠오르는 슈퍼스타로, 그가 만든 와인은 한국의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론 지역 고급 와인의 붐을 형성한 일등공신이기도 한 이브 퀴에롱은, 특히 에르미타쥬와 함께 북부 론의 최고급 와인산지로 인정받는 코트 로티에서 시라 품종으로 황홀할 만큼 매력적인 레드 와인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으며 “테르 솜브르”도 그 중 하나다.(비노쿠스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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