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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샴페인생산자연합 2.jpg
 
 
바야흐로 12월! 송년 시즌이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송년 파티에는 샴페인 한 병쯤 ‘뻥!’ 소리 나게 터뜨려야 제격이고 제맛이다. 크레망이나 프로세코가 아니라, 카바나 젝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샹파뉴’ 한 잔 하는 그런 호기로운 날도 일년에 하루쯤은 오롯하게 있어야 한다. 한 해 동안, 현실의 준엄한 삶의 무게를 이고 지며 살아왔다. 일년 동안 켜켜이 쌓인 모든 고민거리와 피로를, 타이어 공기압력의 3배쯤 되는 압력을 가둔 마개의 철사줄을 풀어 '뻥!’ 소리와 함께 공중으로 날려버리자.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축제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병 안에 담긴 약 6천만 개의 공기방울은 크리스탈 글라스에 옮겨져, 황금색 액체 위로 슈욱~슈욱~ 소리를 내며 헤엄쳐 나와 밤 하늘의 별이 된다. 그리고 잔을 높이 들고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같은 인사말을 건네며 우리는 건배를 나눈다. 샴페인을 터뜨리는 그 순간부터 삶은 기쁨으로 가득 차고 사랑의 언어로 난무한다.
 
지금 이 마법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해야 한다. 와인영화 '사이드웨이’의 명대사를 응용해서 말하자면 “샴페인을 마시는 그 날은 언제나 특별한 날이 된다”. 설령 평범한 날일지라도 상관할 필요가 없다. 그런 날 조차 샴페인을 터뜨리는 그 순간 특별한 날로 바뀌는 마법이 벌어진다. 우리의 삶도 언제나 이와 같았으면!
 
 
샴페인은 수도사 페리뇽의 실수로 만들어진 술이다?
 
샴페인이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라는 지역의 이름이다. 이태리 캄파니아(Campagnia)에서 유래한 이 명칭은 ‘로마 북부의 시골’이라는 뜻의 라틴어이다. 이 지역에서 샴페인이라는 발포성 와인이 탄생하게 된 것은 17세기 말 수도사 동 페리뇽에 의해서라고 알려져 있으나, 그가 샴페인을 창안했다기보다는 샴페인의 개발에 중요한 기여를 했다고 말하는 것이 사실에 가깝다.
 
페리뇽은 최초로 서로 다른 포도밭의 포도로 생산한 와인을 구분해 관리했으며, 몇 가지 비발포성 와인(또는 스틸 와인)을 섞으면 더욱 흥미로운 샴페인이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샴페인의 영롱한 빛과 신선한 풍미를 보존하기 위해서 나무통 대신 유리병을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최초로 내놓았다. 이러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샴페인을 훌륭한 와인으로 만들어내는 밑바탕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페리뇽은 샴페인의 거품을 막을 방법을 찾지 못했고 오히려 와인에 거품이 많이 솟아오르는 것을 그 와인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수도사 동 페리뇽_샴페인생산자연합.jpg
(사진 _ 샴페인양조자협회 CIVC)
 
샴페인은 자연발생적인 우연성과 샹파뉴 지역민들의 많은 노력을 거쳐 탄생한 것이라고해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와인을 가을에 만들어 겨울에 저장했는데, 겨울의 추운 날씨 때문에 (샹파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 와인산지다.) 효모가 활동을 멈추면서 (포도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전환하기도 전에) 발효가 멈추었다. 이듬해 봄이 오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그제서야 와인은 다시 발효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 때 와인에서 거품이 생기게 된 것이다.
 
즉 발효는 병 속에서도 계속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가스는 와인에 용해됐다. 추가로 첨가한 약간의 설탕과 효모는 그 과정을 더욱 촉진시켰다. 결국 2-3년의 숙성을 거치면서 와인은 힘과 개성을 지닌 와인으로 거듭났으며, 끊임없이 솟는 기포들이 와인에 생생함을 주었다. 오늘날에는 발효가 완전히 끝난 드라이 와인에 설탕과 효모를 첨가하여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게 한다.
 
 
샴페인은 샹파뉴 지역에서만, 나머지는 스파클링 와인이라 부른다.
 
스파클링 와인은 어디서든 만들 수 있지만 이들은 샹파뉴의 샴페인과는 분명히 다르다. 샴페인이 다른 스파클링 와인과 구별되는 이유는 바로 샹파뉴 지역의 독특한 특성 때문인데, 이러한 지형적 특성의 기원은 6,5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사시대 때 프랑스 북부와 영국은 바다였는데, 물이 빠지면서 남은 것은 화석과 미네랄 향이 진하게 밴 백악질 토양이었다. 부드러운 백악질 땅은 수분이 많아 서늘하고 습한 와인저장고를 만들기에 용이하며, 토양을 따뜻하게 하여 질소가 풍부한 포도를 자라게 한다(질소는 효모의 활동에 도움을 준다).
 
샹파뉴의 대표 품종은 세 가지로, 육질 많은 피노 누아가 재배 면적이 가장 넓고, 그 뒤를 재배가 쉽고 과일향이 많은 피노 뮈니에 그리고 신선하고 크림향이 나는 샤르도네가 잇는다. 최근에는 점점 많은 샴페인이 단일 포도밭에서 나오지만, 여러 포도밭에서 수확한 최상급 포도들을 섞는 전통은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샹파뉴처럼 추운 와인 산지에서는 포도가 완전히 익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다양한 밭의 포도를 섞는다). 얼마 전, 에서 발표한 세계10대 샴페인 소비국가를 보면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벨기에, 호주,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스웨덴 순이다. 우리나라의 샴페인 시장은 2년 연속 4.7% 성장했다.
 
 
샴페인 양조의 마법
 
샴페인의 마법 중 백미는 블렌딩에서 비롯된다. 샴페인 양조자는 1차 발효를 마친 와인을 다른 품종 또는 다른 빈티지의 스틸 와인과 섞는데, 이렇게 블렌딩한 와인이 과연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맛을 낼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양조자의 경험, 상상력, 직감, 기술을 최고로 발휘한다(아래 사진). 이렇게 블렌딩한 와인이 완성되면, 당분과 와인을 혼합한 리쾨르 드 티라주(Liqueur de tirage)와 소량의 효모를 첨가하고, 와인에 즉시 캡슐을 씌운 채 병입하여 시원한 동굴 안에서 최소 12개월 동안 보관한다. 이 때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일어나는데, 2차 발효 동안 발생한 탄산가스는 병 안의 압력을 높이고, 발효가 끝나면 효모는 찌꺼기가 되어 가라앉는다.
 
블렌딩 과정_샴페인생산자 연합.jpg
(사진 _ 샴페인양조자협회 CIVC)
 
그리고 와인 병을 45도 정도 기울어진 선반에 얹어 놓은 후 규칙적으로 회전시키는데(르뮈아주 Remuage라고 함), 이는 병 안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되면서 생기는 효모 찌꺼기를 병목 쪽으로 모은 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아래 사진). 19세기 초 뵈브 클리코 여사가 창안한 이 방법은, 오늘날 컴퓨터가 달린 정밀기계가 대신하기도 한다.
 
아르망 드 브리냑의 샴페인 저장고.jpg
(사진 _ 르뮈아주 중인 아르망 드 브리냑 샴페인)
 
르뮈아주 과정을 거쳐 병목으로 가라앉은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는 방법을 데고르주망(Degorgement)이라고 하는데, 병목 부분을 0℃ 이하의 찬 소금물에 담가 급속 냉각시킨 후 병마개를 열면, 병 안의 탄산가스로 인한 압력 때문에 병목에 모여있던 찌꺼기들이 얼음이 되어 튀어 나온다. 그리고 이 때 빠져나간 양만큼 와인과 설탕을 혼합한 리쾨르 드 도사주(Liqueur de dosage)를 첨가하며 이 과정에서 당도를 다양하게 조절한다. 샴페인은 당분 함량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
 
엑스트라-브뤼(Extra-Brut): 1ℓ 당 6g 이하, 매우 드라이함
 
브뤼(Brut): 1ℓ 당 12g 이하, 드라이함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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