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초, 와인 하나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바로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커플이 선보인 로제 와인 '미라발'(Miraval)이 그것인데, 피트-졸리 커플의 유명세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 와인은 예약판매 개시 다섯 시간 만에 모두 판매되었다. 하지만 이 유명한 커플이 배후에 있지 않았다면, 핑크빛 로제 와인이 이만큼의 인기를 누리며 팔린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주류수입통계 자료만 봐도, 로제 와인은 항상 '기타’에 포함되는 찬밥신세다.

로제 와인을 선뜻 주문하거나 구매하는 것이 어색한 데에는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잔에 담겼을 때 영롱하게 드러나는 분홍빛에 한번 시선을 주면 그것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분홍색은 사랑과 낭만의 감정을 일으킨다. 누군가는, 따뜻한 느낌과 부드러움을 전달하기 때문에 위로나 격려에 어울리는 색이라고도 한다. 분홍색이 심신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가졌다고도 하는데, 심리학자인 아담 알터(Adam Alter)는 그의 저서'DRUNK TANK PINK’에서, 감옥의 벽을 분홍색으로 칠했더니 수감자의 난폭한 행동이 줄어든 1980년대 초반의 실험 사례를 언급한다. 뿐만 아니다. 버스의 의자를 분홍색으로 바꾸었더니 기물파손 행위가 줄어들었고, 분홍색 셔츠를 입고 자선기금을 모으러 다녔더니 기부가 세 배나 늘어난 사례도 있다. 로제 와인을 꾸준히 마시게 하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로제 와인이 띠는 분홍빛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중간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어떤 것은 양파 껍질처럼 투명하거나 연어의 살색 같기도 하고, 어떤 것은 보라색이 들어간 것처럼 매우 짙을 때도 있다(포도품종이나 양조방식이 색의 짙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그 다양한 색만큼이나 다양한 음식과 맞출 수 있기도 한데, 식전주로서뿐만 아니라 가벼운 전채 요리, 식감이 풍부한 해산물 요리, 가벼운 육류 요리에 이르기까지 어울리는 음식도 각양각색이다. 로제 와인은 대체로 가벼운 보디감에, 드라이하고, 체리나 베리 때로는 감귤류의 과즙이 물씬 느껴진다. 게다가 화이트 와인처럼 차갑게 해서 마시기에 좋고 타닌이 과하지 않아 더운 날씨에 마시기에도 그만이다. 분홍색의 마술과 여러 가지 경우에 어울리는 다재다능함을 갖춘 로제 와인 몇 가지를 아래에서 소개한다.

스페인의 유명한 와인산지 리베라 델 두에로에서 생산된다. 붉은 베리와 꽃 향이 어우러지고 입 안에서 과일의 단맛을 감지할 수 있다. 부드럽고 신선한 이 와인은, 시원하게 해서 가벼운 음식들과 함께 마시기에 좋다. 소비자가격 2만원 대 중반. (수입_치코비노)

샤토 몽투스로 유명한 알랭 브루몽이 프랑스 남서부에서 만드는 테이블 와인. 체리빛이 감도는 장미빛을 띠는 이 와인은 산딸기, 장미, 자두, 허브 등의 향이 풍성하고 입 안에서 체리의 상큼함과 화려함이 퍼진다. 10-12도 정도로 시원하게 마실 것이 권장되며 샐러드나 치즈, 과일 같은 가벼운 음식과 함께 마시기에 좋다. 소비자가격 2만원 대. (수입_비노쿠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은 로제 와인의 주요 생산지로 꼽히는데, 데스클랑은 이 지역의 정상급 로제 와인 생산자 중 하나다. 데스클랑의 위스퍼링 앤젤은 복숭아, 멜론, 가벼운 쟈스민 향과 함께 산딸기와 체리 향이 섬세하게 퍼지면서 후각을 기분 좋게 자극한다. 상쾌한 산도와 미네랄이 긴 여운으로 이어지는 이 와인은 대한항공의 퍼스트 클래스와 프리스티지 클래스에 제공되기도 한다. 소비자가격 6만원. (수입_금양인터내셔날)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DOCG급 와인으로, 루비빛을 띠며, 5%의 낮은 알코올 도수와 달콤한 맛을 지니고 있어 케이크나 과일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에 좋다. 6-8도 정도로 차갑게 해서 마실 것. 소비자가격 42,500원. (수입_하이트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