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펙테이터의 명 칼럼니스트, 맷 크레이머가 들려주는
와인의 힘
- Making Sense of Wine -
사무실 책상 위에 디자인 전문잡지가 한 권 놓여져 있어서 펼쳐 들었다. 기상천외한 창작력과 예술적인 감각이 조화를 이룬 아이템들을 보고 있으니 눈이 즐겁다. 하지만 불현듯 이 모든 첨단 디자인과 기술들이 내 생활 속에는 과연 얼마나 녹아 들어있을까. 나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제대로 누리고 있을까하는 생각도 스친다.
p.106, KT 올레스퀘어에 대한 기사를 읽고 있다. 올레스퀘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이널 인터랙티브 대표가 언급한 말에 한동안 시선이 사로잡힌다.
"나는 디지털 미디어 분야에 있긴 하지만,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다루는 감성은 아날로그적인 사용자 배려와 감각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믿는다".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이건 간에 그들은 다 이기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전문가는 배려라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고 한다. 즐길 줄 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즐길 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와인업계의 소위 전문가들 혹은 와인 꽤나 마신다는 애호가들은 어떠한가.
한국 와인시장도 제법 성장한 터라, 여기저기 와인전문매체와 와인전문가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나름대로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와인을 대하고 전문적인 용어로 그것을 풀어낸다. 하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담은 시선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애호가들 역시 온라인 블로그같은 자신들의 공간(혹은 그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배려한 더 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어제 마신 와인은...하고 목적없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전문가와 애호가들이 좀더 많은 대중들이 와인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대중화는커녕 오히려 와인 스노비즘(아는 것 가진 것에 대해 과시하는 행태)을 보여주는 사례가 목격되기도 한다. 심할 경우 상대방의 이해와 관심의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몰아지경에 빠져, 자칫 상대방을 침묵으로 일관하게 만들거나 씁쓸하게 웃게 만드는 무례를 저지르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사례를 토로하는 일반소비자들이 종종 있으며, 이들은 이런 특정 집단때문에 와인에 다가가기가 더욱 어렵다고까지 이야기한다.
만약 당신의 주위에 이러한 스노비즘의 행태를 보여주는 와인애호가나 전문가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해 주면 좋겠다. 그들은 와인 스펙테이터의 명 칼럼니스트가 이 책을 썼다는 사실에 대해 일단 호의를 가질 것이고, 남들 앞에서 자기 지식인 마냥 책의 구절구절을 이야기할 수 있어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에 그들은, 나는 와인이 주는 가치를 알고 마셔 왔는가 나와 함께 와인을 마시는 이들은 지금까지 즐거워했는가를 생각해 보게 될 것이고, 대부분의 애호가나 전문가라면 고개를 숙일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매체들의 극찬을 받은 책이라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 책은 당신이 와인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도록(혹은 당신과 함께 와인 마시는 이들이 즐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맷 크레이머Matt Kramer의 Making Sense of Wine, 한국어 번역판이 10월 초에 출간될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