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 누아 와인과 재즈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문득 ‘어렵다’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처음 재즈를 들을 때 어수선하고 낯설은 느낌이 들어 불편하다고 재즈 입문자들은 토로합니다. 피노 누아 와인을 처음 마실 때의 느낌은 ‘무슨 와인이 이렇게 시냐’라는 겁니다. 첫 인상이 이러하니, 재즈만큼이나 피노 누아 와인도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두 까다로운 친구가 우연하게 만났습니다.
지난 2006년 7월 19일, 피노 누아 와인 전문 수입사인 ㈜비티스의 주최로 ‘피노와 음악이야기의 첫 번째, 오레곤 피노와 재즈’라는 매우 특별한 시음회가 열렸습니다. 젊은 세대로 구성된 ‘박성원 퀀텟(Quintet)’이 귀에 익은 재즈 레퍼토리를 연주했으며 오레곤 와인 4종이 준비되었습니다. 미각과 청각 그리고 감성적으로도 즐거움을 만끽했던 자리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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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연주가 중심이 되는 재즈의 매력은 불규칙한 화음과 즉흥적인 돌발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즉흥성의 원류는 바로 자유에 있으며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들 또한 정신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어떤 속박도 없이 자유로워야 합니다. 때로는 얼음처럼 차고 때로는 진한 초코렛처럼 감미롭게 감싸기도 하며 어디로 튈지 모르게 전개되는 재즈에는 연주자의 개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스탠더드 넘버라도 연주자에 따라 다른 음악으로 들리는 건 당연한 거지요.
와인을 마실 때 우리는 포도나무가 자란 지역, 날씨, 토양을 느끼고 생산자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레곤 피노 누아를 마시며 한번도 가보지 않은 오레곤의 자연을 느낍니다. 오레곤의 땅, 햇살, 그리고 숲… 토스카나 와인을 마시거나 보르고 와인을 마실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와인은 우리에게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합니다.
연주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재즈처럼 와인 또한 생산자의 개성 혹은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준 선물에 포도밭 관리와 포도 재배, 양조, 숙성 등을 통해 생산자의 개성과 노력이 담기게 됩니다. 그래서 같은 지역에서 같은 품종으로 만들어도 생산자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 거지요.
젠시스 로빈슨은 자신의 책, ‘The Oxford Companion to Wine’ 에 썼듯이 피노의 매력은 까베르네와 비교해 ‘more sensual and more transparent’ 라고 했습니다. (좀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원어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피노 누아 와인은 폭발하는 듯한 열정을 토해내는 락이나 웅장하고도 고전적인 매력이 넘치는 클래식의 감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심플하면서도 개성적인 재즈는 피노 누아 와인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억지스러운 매칭 일수도 있겠지만, 모랄까… 섬세하고 매끈한 느낌이 서로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인도 문화의 일부분이라 여기는 세계적인 와이너리와 와인 생산지에서는 여러 축제와 함께 음악 콘서트가 열립니다. 특히 재즈 페스티발은 단골 메뉴로 와인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세계 각국에서 불러 모으고 있습니다.
‘오레곤 피노와 재즈의 만남’은 와인을 단순한 술의 종류라니 보다 당당한 문화의 한 일원이자 삶의 질을 한단계 높여주는 도구로 받아들이는 만남이라고 느꼈습니다. 사실 와인은 역사, 정치, 종교, 지리, 예술, 과학 등 많은 분야에서 영향 받고 영향 주며 지금까지 발전해왔으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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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퀀텟의 연주 모습 |
와인 리스트
- A to Z Pinot Gris 2004
- Eyrie Pinot Noir 2002
- Elk Cove 2004
- Willamette Valley Whole Cluster 2005
선곡 리스트
- Are you real?
- Days of wines & roses.
- Basin street blues.
- How insensitive.
- Flamingo
- There is no great love.
- My funny valentine.
- Mo’better blu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