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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만화적 상상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와인들

국내 와인 업계에 느닷없이 불어 닥친 만화 열풍은 생각보다 거세였다. 일본 만화책, ‘신의 물방울’은 일반 만화독자뿐만 아니라 와인 애호가들까지도 찾아서 볼 정도로 인기를 얻었고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와인 또한 관심과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제55차 와인 아카데미, ‘신의 물방울’ 와인 만나기는 궁금했던 만화 속의 와인들을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만화 속에서 와인의 맛을 표현하는 장면은 다소 우습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데, 만화적인 상상력의 결과로 이해하기 쉽고 빠르다. 머리 속에 빙빙 도는 단어들을 그림으로 묘사해 이해를 돕지만 어쩔 땐 ‘이건 아니다’란 거부감이 들기도 하다.

‘신의 물방울’은 특히 부르고뉴 와인에 관한 대중적인 관심을 일으키는 등 어느 정도 와인 붐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소개되는 와인들이 유명하고 비싼 와인에 국한되는 것과 극적인 에피소드를 가지기 위해 과대포장을 하는 등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더구나 만화 내용에 너무 경도되어 만화를 와인 평가의 잣대로 삼는 일부 독자들의 태도 등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와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만화 속에서 묘사되는 와인은 작가 개인이 느끼는 것일 뿐이며 우리와 똑같이 테이스팅 노트를 쓰는 것이다. 그렇기에 맹신할 필요도 무시할 필요도 없다. 와인을 즐기듯이 이야기를, 이야기 속의 와인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만화 속 인물이 말하듯이 말이다.

‘와인이란 원래 가볍게 마개를 퐁, 따서 친구와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즐기는 거라구.’


시음와인 소개

1. Chateau Mont-Perat 1998
- 메를로 90%, 카베르네 프랑 10%

푹 익은 카시스의 향이 진하게 다가온다. 검은 과실의 아로마가 잘 응축되어 있고 타닌도 잘 정돈되어 부드럽다. 시간이 좀 지나서 인지 신맛은 드러나지 않았고 지금 마시기 좋을 듯 하다.

2. Chateau Lagrange 2003
- 카베르네 소비뇽 65%, 메를로 28%, 프띠 베르도 7%

꽃과 과일의 향기가 나고 가볍고도 부담이 없다. 매끄럽고 거칠지 않은 타닌에서 섬세함을 느낄 수 있고 신선한 기운이 계속 이어진다. 가벼운 식사에 잘 어울리는 와인.

3. Paleo 2000, Le Macchiole
- 카베르네 소비뇽 70%, 카베르네 프랑 30%

참석자들 중 많은 분들의 지지를 얻었던 와인으로, 미네랄이 풍부하고 강렬한 느낌이 처음부터 계속 이어졌다. 블랙베리 같은 아로마와 매우 부드러운 타닌, 길고 풍부한 피니시를 느낄 수 있었다.

4. Redigaffi 2002, Tua Rita
- 메를로 100%

잘 익은 블랙베리와 체리의 향이 진하게 올라오며 한결 부드러워진 타닌과 밸런스를 느낄 수 있다. 입 안을 꽉 채우는 풀 바디지만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5. Gigondas 2002, Ch. Saint Cosme
- 그르나슈 85%, 시라 10%, 쌩소 5%

첫 향부터 후추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코를 찔러 놀랐던 와인이다. 향신료와 바질 같은 각종 허브, 붉은 과실의 향 등이 상쾌했고 이국적이란 느낌을 갖게 했다. 태국이나 중국 요리와 매칭해 보고 싶은 와인.

6. Chateau Boyd Cantenac 2002
- 카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25%, 카베르네 프랑 8%,
프띠 베르도 7%


잘 익은 체리를 먹는 듯한 느낌의 이 와인은 소박하지만 부드러운 타닌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을 갖게 했다.

7. Ata Rangi Pinot Noir 2003
- 피노 누아 100%

뉴질랜드의 피노 누아 와인으로 매우 독특한 매력을 가졌다. 진한 커피나 초코렛의 향은 신세계 피노 누아 다운 느낌이었지만 자두나 블랙체리 등 순수한 과일의 풍미를 더욱 살려서 부르고뉴 피노 누아 다운 느낌을 받게 했다.

8. Bonnes Mares G/C 2001, Robert Groffier
- 피노 누아 100%

샹볼 뮈지니의 그랑 크뤼 포도밭인 본 마르는 기대했던 것 만큼 정교하고 뛰어난 균형감각을 느끼게 했다. 블랙 베리, 카시스 등 과일의 풍미가 가득 채워졌고 곧게 뻗어가는 듯한 피니시가 인상적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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