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중순부터 지금까지 보름 가량 지났을까. 그 사이에 와인 시음회다 모임이다 해서 바롤로 와인을 마신 것이 세 차례나 된다. 그 중 두 와인은 최근 출시된 2011년 빈티지였고, 나머지 하나는 수확한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10년이 된 2006년 빈티지이다. 알다시피 바롤로는 최소 숙성 요구 기간인 3년을 채운 이후에 출시 가능하다. 예들 들어 2010년에 수확한 포도로 만든 바롤로는 이듬해인 2011년부터 3년이 지난 2014년에나 출시 가능하다.
두말 할 것 없이, 2011년 빈티지의 바롤로는 강력한 타닌과 산도가 기세등등하고 신선한 과일 풍미와 보라색 꽃 향기가 경쾌하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숙성된 바롤로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온화함과 섬세함이 부족하고, 타닌과 산도를 누그러뜨릴 만한 음식을 곁들이지 않고 와인만 마시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참고로, 와인평론가 Robert Parker는 2011년 빈티지 바롤로 와인에 93점(90~95점=Outstanding, 뛰어남)을 부여하며 “와인마다 숙성 정도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즉 2011년 빈티지 바롤로 와인을 당장 마시겠다면, 너무 일찍 와인을 개봉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003과 2009년 빈티지 역시 90점 이상을 받았지만 와인마다 숙성 정도가 다를 수 있다, (출처_https://goo.gl/k1EqTT)
2006년 빈티지의 바롤로는 어떨까. Robert Parker는 2006년 빈티지를 2008, 2010과 함께 “숙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빈티지”로 구분한다. Wine Spectator의 시니어 에디터인 Bruce Sanderson도 이러한 관점을 공유하는데, 최근 그의 칼럼에서 “2006은 이제 막 깨어나기 시작한 위대한 빈티지”라고 표현하였다. (출처_https://goo.gl/GUhYwv)
2006년의 날씨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평온했다”. 와인생산자들을 염려하게 만들만한 극심한 날씨 변화가 없었단 얘기다. 겨울에 내린 많은 양의 눈 덕분에 봄, 여름에 토양은 충분한 습기를 머금었고, 덥고 건조한 여름에도 불구하고 간간이 내린 비가 포도나무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이런 날씨 덕분에 와인은 바롤로다운 우아함과 높은 산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 2006년 빈티지 바롤로의 마개를 연다면 은은한 꽃 향기와 가죽 냄새, 정향, 타르, 허브 등의 향이 어우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타닌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단단하다.
위 사진은, 바타시올로(Batasiolo)의 바롤로 ‘체레퀴오’(Barolo'Cerequio’) 2006년 빈티지 (와이넬 수입 02. 325. 3008). 체레퀴오 포도밭은 바롤로를 생산하는 주요 산지인 라 모라La Morra 지구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의 토양은 비옥한 석회질이 덮고 있으며, 와인은 아로마가 풍부하고 부드러우며 섬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사진에는, 체레퀴오 포도밭 중 바타시올로가 소유한 부분이 녹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2000~2011년 사이의 빈티지 중 지금 마시기에 좋은 빈티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0, 2001, 2004, 2005, 2007년
※ 네비올로(Nebbiolo)는 바롤로 와인을 만드는 이탈리아의 귀족 품종으로 “이탈리아의 피노 누아”라고도 불린다. 바롤로가 진하고 타닌이 강한 와인인 것은 사실이지만 향이 매우 좋기 때문에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시라 품종으로 만든 육중한 레드 와인보다는 피노 누아와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색소를 그다지 많이 함유하고 있지 않아, 잔에 따르면 비교적 가벼운 레드 와인 색상을 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