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에 흠뻑 젖다!
아카데미 듀 뱅 [메독 와인 세미나]
지난 10월 9일 신사동에 위치한 와인 아카데미'아카데미 듀 뱅’에서는, 메독 와인 협회의 프랑크 쇼세 이사가 직접 강연하고 아카데미 듀 뱅의 조수민 강사가 통역과 진행을 맡은 메독 와인 세미나가 열렸다. 세시간에 걸쳐 진행된 세미나는 수강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무엇보다도, 프랑크 쇼세 이사의 흡입력 있는 강의 솜씨가 일품이었고, 메독 와인 협회 이사이자 동시에 보르도 와인 스쿨 CAFA의 교장이기도 하다는 사실에서 교육자로서의 오랜 연륜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했다. 뿐만 아니라 연사와 청중 사이의 교감을 자연스럽고 배려 깊은 진행으로 이끌어낸 조수미 강사의 구력 또한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세미나의 시작은 2012년 메독의 빈티지 상황을 소개하는 것으로 막을 열었다. 작황이 매우 뛰어났던 2009년과 2010년 이후로, 올해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사실은 더욱 악조건이었다) 이상 기후 현상이 심했으며, 결국 메독 지역의 올해 수확은 지난 해보다 한 달이나 늦은 10월 초에 개시되었다. 다행히도, 일반적으로 보르도 전체의 평균 기온에 비해 메독 지역의 그것이 편차가 덜한 편이라(더 온화하다), 와인생산자들이 얼마나 노력을 들이느냐에 따라 좋은 품질의 와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글의 [시음 와인 리스트]에 소개될 2007년 빈티지 샤토 팔루메는 해당 빈티지의 단점을 극복한 와인으로써, 빈티지가 좋지 않더라도 포도의 선별 재배 및 양조 방법에 따라 와인이 좋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날 메독 와인 세미나에는 총 여섯 종류의 메독 와인이 등장했으며, 해당 지역 내 다섯 개 AOC및 다양한 등급과 빈티지의 와인들을 비교 시음함으로써, 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안목을 기르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다음에 소개될 [시음 와인 리스트]를 통해, 자못 쌀쌀해진 가을 날씨에 어떤 와인이 좋을지 골라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샤토 사랑소-뒤프레 Ch. Saransot-Dupre
생산지: 리스트락
등 급: 크뤼 부르주아
품 종: 메를로 58%, 카베르네 소비뇽 21%, 그 외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카르메네르
빈티지: 2009
알코올: 14.5%
가 격: 미수입
최근의 2009년 빈티지는, 2010년과 함께 누구나 인정하는 보르도 최고의 해이다. 메를로의 비율이 비교적 높은 이 와인은 향신료나 가죽 향 외에도 블랙 베리 등의 과일 풍미가 풍부하며, 입 안 가득 부드럽고 농축된 타닌을 느낄 수 있다. 이 와인은 일조량이 좋은 해에 생산되는 전형적인 메독 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처럼 알코올이 높은 와인은 온도를 살짝 낮추어 15도 정도에서 마실 것을 권장한다. 숙성 잠재력이 있으므로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샤토 팔루메 Ch. Paloumey
생산지: 오 메독
등 급: 크뤼 부르주아
품 종: 카베르네 소비뇽 50%, 메를로 40%, 그 외 카베르네 프랑
빈티지: 2007
알코올: 13%
가 격: 10만원 대
2007년이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샤토는 훌륭한 와인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식물성 향과 향신료의 향이 강하지만 점차 과일의 풍미를 드러내면서 복합성을 띤다. 농축도가 높진 않지만 우아하고 섬세한 면모와 균형을 보여준다. 빈티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와인을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킴으로써, 와인에 구조감을 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 숙성시키지 말고 지금 마실 것을 권장한다.
샤토 베이슈벨 아미랄 드 베이슈벨 Ch. Beychevelle Amiral de Beychevelle
생산지: 생 줄리앙
등 급: 생 줄리앙 AOC
품 종: 카베르네 소비뇽 62%, 메를로 31%, 그 외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빈티지: 2007
알코올 13%
가 격: 5만원 대
샤토 베이슈벨의 세컨드 와인으로, 앞의 와인과 동일한 빈티지인 2007년이지만, 색이 좀더 짙고 신선하다. 철분 함량이 높은 생 줄리앙의 토양 덕분에 와인에서 미네랄 풍미와 바이올렛 향을 느낄 수 있다. 타닌이 부드럽지만 여전히 강하므로 좀 더 숙성시킨 후 마실 것을 권장한다.
샤토 페리에르 Ch. Ferriere
생산지: 마고
등 급: 그랑 크뤼 클라세 3등급
품 종: 카베르네 소비뇽 80%, 메를로 20%
빈티지: 2008
알코올: 13%
가 격: 13만원 대
여러 타입의 토양이 혼재하는 마고 지역의 와인으로, 견고하면서 입을 조이는 듯한 타닌을 지니고 있다. 균형이 좋으나 아직 어린 와인이기 때문에 숙성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닫혀있어 와인의 풍미를 느끼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과일의 풍미를 발산한다. 이 와인을 포함한 마고 지역의 레드 와인은 일반적으로 어린 양고기와 잘 어울리며, 특이하게도 생선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물론 소스의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샤토 드 카망삭 Ch. De Camensac
생산지: 오 메독
등 급: 그랑 크뤼 클라세 5등급
품 종: 카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40%
빈티지: 2005
알코올 13%
가 격: 11만원 대
짙은 자주색을 띠며 신선한 향을 내뿜는 이 와인의 빈티지는, 2000년과 2010년 빈티지를 닮았다(이 빈티지의 와인들은 뛰어난 장기 숙성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30년 숙성도 거뜬하다). 처음에는 식물성 향, 삼나무, 오크 풍미, 민트의 향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농축된 과일의 풍미가 드러난다. 지금 마시려면 적어도 2-3시간 정도 공기와 접촉시키는 것이 좋다.
샤토 세귀르 드 카바낙 Ch. Segur de Cabanac
생산지: 생 테스테프
등 급: 크뤼 부르주아
품 종: 카베르네 소비뇽 60%, 메를로 30%, 그 외 카베르네 프랑, 프티 베르도
빈티지: 2003
알코올: 13%
가 격: 9만원 대
풍미가 단순하고 산도를 잃은 것으로 보아, 이 와인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실 때가 이미 지났다. 비가 오지 않고 기온이 40도가 넘는 날들이 계속되었던 2003년은, 와인생산자들에게 있어서 그리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