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와 세계를 잇는 와인축제


비에비눔 VieVin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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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전세계 주요 도시 중에서 그 자체로 상업적인 중요성까지 띠는 와인산지는 오스트리아의 빈Wien(또는 비엔나 Vienna)이 유일하다. 시 경계선 내에 약 2천 에이커의 포도밭이 있는데, 이 부지를 다른 용도로 개발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나서서 포도원을 보호하기까지 한다.


오스트리아라는 현대 국가가 시작된 것은, 무질서하게 뻗어가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생제르맹 조약에 따라해체된 이후인 1919년부터다(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유고슬라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로 해체).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오스트리아는 종종 독일의 부분집합이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비록 어느 정도 동일한 언어를 공유하고 있긴 하지만, 이 두 나라는 서로 국가적 특성이 상당히 다르다. 아시아와 인접한 오스트리아는 동양적 사고와 철학, 문화, 예술의 영향을 받는다. 오스트리아인은 독일인보다 더 열정적이면서도 더 우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트스리아는 바로 지그문트 프로이드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모국이 아니던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은 낭만적이고 유쾌하며,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누구든 푹 빠져들게 마련이다. 파리와 마찬가지로, 공기 자체가 지난 수 세기의 비밀을 끌어안은 채 반짝이는 듯하다. 어딜 가나 웅장한 건물들이 하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더 와인바이블’, 캐런 맥닐, 2010). 이러한 곳이 와인산지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와인애호가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줄 뿐만 아니라, 전세계 와인기자들과 상인들이 2년에 한번씩 열리는 비에비눔 와인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기꺼이 먼 길을 달려오는 이치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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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비에비눔 행사 전경. 첫째 날은 와인산업 종사자들과 미디어 위주로, 둘째 날 오후부터 셋째 날까지 일반 대중들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년마다 한번씩 열리며 올해로 8회째를 맞는 비에비눔은,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세계의 정상급 와인생산자들과 와인산업 관련단체 및 와인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거대한 행사다. 비에비눔은 1980년대 이후 오스트리아 와인의 명성이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오스트리아 와인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산업발전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1998년에 최초로 개최되었다. 올해는 6월 2일부터 4일까지 사흘간 빈의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열렸으며, 약 520여 개의 와인 관련 업체(오스트리아 내에서 400여 개, 그 외 국가에서 100여 개)가 참가하였고 1만5천명에 이르는 방문객이 이곳을 찾았다. 비에비눔을 주최하는 오스트리아 와인 마케팅 협회(이하 AWMB)의 빌리 클링어 이사는 “오스트리아는 지난 십여 년간 높은 품질의 와인과 소비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수준의 와인 산지로 거듭났다”고 말하며 “비에비눔은 와인생산국 오스트리아와 전세계 소비자들 사이에 감정적인 고리를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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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비에비눔의 기획 및 운영을 맡고 있는 AWMB의 빌리 클링어 이사.



비에비눔은 축제다 !

비에비눔은 크게 오스트리아 및 세계의 와인 전시, 레스토랑과 연합하여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 최근의 트렌드와 이슈를 반영하는 와인 시음회 또는 세미나 등으로 구성된다. 올해 처음으로 비에비눔에 참가한 기자에게 이 행사는 박람회라기보다는 오히려 축제에 가깝게 비쳐졌다. 와인산업 종사자들과 미디어 위주로 진행된 프로그램들이 소수 개 있었지만 대부분의 세미나와 시음회는 사전 등록한 일반인들도 들을 수 있도록 배려되었는데, 이는 와인생산자, 와인전문가, 와인애호가들이 한데 어울려 토론하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하자는 주최측의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비에비눔에 참가한 와인생산자들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기회가 전문가와 애호가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짐으로써, 일반 와인애호가들도 다양한 와인 산지의 특성과 흥미로운 품종의 와인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피부로 느껴볼 수 있게 하였다. 이곳에서는 일찌감치 와인문화가 생활 양식의 하나로 자리잡은 까닭이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전문가와 비전문가에 대한 경계가 두드러지지 않고 세련되게 섞임으로써 비에비눔이 하나의 와인 축제처럼 보여졌던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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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스위트 와인 비교 시음 및세미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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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10대에 걸쳐 이어진 오스트리아의 리델社는, 세계 최고의 크리스탈 세공 회사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에서 리델 글라스를 사용하지 않는 와이너리나 레스토랑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비에비눔의 백미를 꼽으라면, 전시장에서 이루어지는 와인시음 외에 별도로 진행된 20여 개의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들 수 있다. 특히 와인생산자들이나 생산자 연합, 와인전문기자나 평론가들, 그리고 마스터오브와인 협회(IMW)의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최근의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의 경우, 미리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서 듣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이런 세미나를 통해 참가자들은 전문가들과 함께 국경을 뛰어넘는 다양한 와인들을 동시에 살펴보고, 최근 유행하는 와인의 스타일과 그것이 와인 및 외식 산업과 가지는 연관성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또한 비에비눔 기간 동안 오스트리아의 각 와인산지와 토착 품종들을 집중 조명하는 시음회 및 세미나가 여러 차례 개최되어 오스트리아 와인 산지 및 와인의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유익한 기회를 제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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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프랑스 소테른, 헝가리 토카이,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신세계의 스위트 와인들을 마스터오브와인(MW)들과 함께 시음하고, 스위트 와인이 지닌 가치와 그 미래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던 ‘세계의 스위트 와인’ 세미나. 소테른, 토카이, 독일의 TBA 와인들과 같은 귀부 와인인 오스트리아 스위트 와인은, 루스터 오스부르흐(Ruster Ausbruch)라 불리며 500여 년 동안 존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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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유기농 및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생산자 단체 ‘Respekt’ 의 15개 구성원. 세미나를 통해 각자가 생산한 와인을 소개하며, 그들의 와인 철학과 포도 재배 및 와인 양조 방식에 대한 접근 방식을 공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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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오스트리아 대표 품종블라우프랜키쉬 와인시음회. 네 개의 오스트리아 와인산지-아이젠베르크, 라이타베르크, 노이지들러제, 카르눈툼-에서 총 40개의 와인생산자들이 참여하여, 품종 및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반영한 두 개의 와인을 각각 선별하여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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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2009년 빈티지 레드 와인 시음회. 츠바이겔트, 피노 누아, 상크트 라우렌, 블라우프랜키쉬 등의 레드 와인을 지역별 차이를 감안하여 총 34개 카테고리로 나누어 소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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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시음회 및 세미나로 꽉 찬 오스트리아에서의 일정은 그리 너그럽지만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점심 시간(사진)과, 미디어를 위해 마련된 미디어 센터에서 간간이 커피를 마실 수 있던 순간이 그토록 소중했으니 말이다. 여담이지만, 비에비눔이 열리는 호프부르크 궁에서 숙소까지는 걸어서 20여 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아침에는 가벼웠던 가방이 저녁쯤 되면 각종 유인물들과 책자들로 가득 차 (게다가 노트북까지 휴대하고 다녔던 걸 감안하면)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사흘간 열린 비에비눔은 이처럼 다채롭고 유익한 세미나와 시음회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기자가 비에비눔을 애초에 ‘축제’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철학, 음악, 미술, 건축, 음식 등 모든 면에서 유럽 문화의 중심이라 할만한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유산에 대해 누구보다도 오스트리아 사람들 스스로가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는 것을 당위로 여긴다. 비에비눔이 와인 박람회를 넘어서 축제로까지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참가자들이 이러한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가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배려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의 전통 선술집을 일컫는 호이리게에서 열린 전야제 행사, 쿠어살롱 콘서트 홀에서의 만찬과 그곳에서 보여준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유희, 빈 미술사 박물관에서의 와인 시음 등은 기자로 하여금 오스트리아를 와인 축제의 나라로, 빈을 와인 축제의 도시로 기억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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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호이리게에서 진행된비에비눔 전야제 행사 ‘Get Together’. 오스트리아에서 가정식 요리를 맛보고 그 지역 와인을 마시면서 오스트리아의 일상에 빠져들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바로 호이리게다. 호이리게는 일종의 선술집으로, 종종 와인생산자의 집에 붙어 있다. 여기서 제공되는 음식과 와인은 전통적으로 와인생산자와 그의 가족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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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비에비눔 첫날 저녁에 있었던 만찬. AWMB의 빌리 클링어 이사가 노래 솜씨를 뽐내는가 하면, 와인양조자들로 이루어진 밴드의 공연은 참가자들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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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MB 보통 고기요리 하면 레드 와인을 떠올리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사냥고기, 쇠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송아지고기 등에 보통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조합은 바로 그뤼너 벨트리너와 오스트리아의 국민요리 비너 슈니첼(빵가루 입힌 송아지고기 커틀릿을 돼지기름에 튀긴 것)이다. 뒤른베르크 와인(사진 왼쪽)은 수입사 수미르와인을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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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rhazy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요리와 관련한 수많은 자취를 남겼고,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크뇌델(덤플링)과 굴라시다. 사진은,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에스터하지 가문의 요리법을 수록한 요리책과 요리책에 수록된 굴라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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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erhazy 비에비눔 공식 일정 마지막날 시간을 내어 들른 에스터하지 궁전. 에스터하지 가문은 수세기 동안 명맥을 이어 온 유럽의 명문 귀족 가문으로, 중부 유럽의 정치, 경제, 문화에서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괴테나 하이든을 비롯한 수많은 예술가들이 이 가문의 후원을 받았고, 이 가문을 통해 역사적인 건축물이 설립 및 유지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에스터하지 가문의 후손들은 비즈니스와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활약을 벌이고 있는데, 와인사업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에스터하지 와인은 수입사 I&J파트너스를 통해 국내에도 수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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