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족을 위한 와인 추천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날은 멀쩡한 정신으로 하루를 버텨낼 자신이 없다. 더위에 녹초가 되어 팔다리가 늘어지고 이마와 콧등에는 계속 훔쳐내도 땀이 맺힌다. 이 때 기분 좋게 뇌파를 건드리며 유일하게 뚜렷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사고의 영역이 하나 있다. 바로 휴가다.
최근 몇 년간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캠핑 인구가 급속히 늘고 있다. 현재 캠핑을 즐기는 인구는 120만에 달하며, 주요 캠핑족들은 20~40대의 직장인이나 가족단위라고 한다. 이들 캠핑족에게는 여름 휴가야말로 일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때일 것이다. 산을 베개 삼아 물 흐르는 계곡으로 다리를 쭉 뻗고 누워 하늘을 올려다 보는 맛, 낚싯대 드리우고 시간을 낚는 맛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캠핑의 여흥을 돋우는 데는 적당한 취기도 한몫을 한다. 저녁 녘 시장기를 달래기 위해 고기, 해산물, 온갖 야채로 호사스러운 바비큐를 준비하는 동안, 옆에 놓인 쿨러 안에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알코올 음료들이 이슬 맺힌 채 담겨 있다. 와인애호가라면 쿨러 안의 와인 몇 병쯤은 자연스럽다.
[사진] 아이스버킷에 담긴 간치아 스파클링 와인과 플라스틱 와인잔 위글
아이스버킷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스파클링이나 화이트 와인을 차갑게 식혀 마시는 것은 캠핑에서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낭만이다. 아이스버킷은 이 외에도 유사시에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으니 구비해 둘만 하다. 적절한 와인 잔에 와인을 마시면 더없이 좋지만, 야외에서 깨지기 쉬운 제품은 다루기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플라스틱 와인 잔은 이럴 때 유용하다.
평소에 준비가 철저한 와인애호가라면 언제 어디서든 코르크 마개를 딸 수 있는 스크류를 가지고 다니겠지만, 매번 스크류를 챙겨 다니는 번거로운 수고를 하기 싫다면 코르크 마개를 쓰지 않은 와인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스크류 캡이나 유리 마개를 사용하여 손쉽게 딸 수 있는 와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스파클링 와인이나 샴페인은 코르크 마개를 사용하지만 도구 없이 손으로 마개를 열 수 있다.
[사진] 스파클링 와인인 파이니스트 비솔 프로세코(품종_프로세코), 유리 마개를 사용한 슐로스 폴라즈 에디션(품종_리슬링), 스크류 캡을 사용한 라포스톨 까사 소비뇽 블랑(품종_소비뇽 블랑, 세미용), 리틀제임스 바스킷프레스(품종_그르나슈), 실레니 피노 누아(품종_피노 누아)
어떤 기사에서 읽은,'낮부터 술에 취해 고주망태가 된 캠퍼는 꼴불견 중에 꼴불견’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따기 쉽다고 함부로 마시는 것은, 와인애호가들의 미덕 중 하나인 절제를 잃는 것임을 명심하자.
이 짧은 글을 쓰는 동안 이마에 다시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하지만 차가운 얼음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 와인을 만지작 만지작하는 상상만으로도, 숲에서 계곡에서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