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
양조를 다 마친 스테판은 지하실에서의 긴 작업을 마치고 막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땀을 훔쳤다.
지난 여름, 긴 햇볕과 단비는 이 한국의 땅에도 달콤한 포도를 영글게 해 주었다. 2001년 빈티지의 유난히 많았던 햇볕은 포도의 당도를 높여주어 합당한 알코올량을 가진 향기로운 포도주로 태어나리라 의심치 않았다.
이제 긴 겨울 동안 참선(?)에 들어갈 포도주를 오크통에 놔두고, 다시 스테판은 내년의 품종 개편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몰두해야 한다.
"네티즌들이 와인캠프를 많이도 기다렸겠군…"
2개월에 걸친 양조작업으로 초췌해진 스테판, 앞에 놓인 거울에 언뜻 얼굴이 스치자… 습관적으로 거울을 한 번 쳐다 보았다.
"… 많이도 삭았군 …"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이쁘니? " 라고 묻던 못된 왕비를 생각하며 스테판은 품종 면접실로 향했다. 엊저녁 애기 잠자리에 틀어준 동화 테이프의 백설공주 이야기가 생각난 것이었다.
"휴우~~ 적합한 품종이라…"
면접서류를 뒤적이던 스테판은 답답한 마음에 갑자기 장난처럼 거울에게 묻고 싶어 졌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어떤 품종이 가장 훌륭하니??"
거울의 대답은 무엇일까?
"휘리링~ 휘리링~ "
신비스런 음악과 함께 거울에 나타나는 싸나이는…
"삐걱~"
문을 열고 들어 온 젊은 청년은 기골이 장대했다.
혈색도 흑청색인데다가 피부의 탄력 또한 끝내준다.팽팽한 것이 여간해서는 곰팡이에 썩지도 않겠다. 울퉁불퉁한 몸매는 빽빽하게 다져진 근육질로 받쳐 있다. 옹골차게 생겼다.
"움찔~"
잘 닦여진 다비드 와도 같은 까베르네 소비뇽의 등장에 스테판은 야릇한 질투심도 느낀다.
"저걸루 포도주를 담그면 국물이 끝내주겠군…!!"
체중계 바늘 돌아가는 것을 보니 얼굴은 조그만 한데 보기 보단 체중이 많이 나간다.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