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 와~!!"

땀과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이곳은 프로레슬링 세계 챔피언 전이 열리는 장충체육관. 어제의 솔로 경기에 이어, 오늘은 태그 매치 경기이다. 두 사람이 짝이 되어 겨루는 오늘 결승에 출전한 팀은 까베르네와 메를로, 그리고 세미용과 소비뇽이다.

스포츠 신문에 잘 나와 있듯이 솔로 경기의 레드 챔피언은 까베르네 소비뇽, 화이트 챔피언은 샤르도네가 가져갔다. 이들의 힘과 테크닉은 다른 품종을 줄곧 리드했었다.

그러나 태그 매치는 또 다른 영역..., 혼자 잘 해서 되는 게 아니다. 둘이 한 조를 이루어 진행하니 만큼 팀웍이 중요하고...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잘 보완하는 요령이 필요한 것!!

스테판이 바쁜 가운데 레슬링을 보러 온 이유는 바로 한 선수를 눈여겨 관찰하기 위해서다. <와인캠프>를 주욱 읽어오신 독자라면 대충 눈치는 채셨겠죠??

"Voila, Je vous suggere de l'observer attentivement ! "
(저기 있는 메를로를 눈여겨 보시기 바랍니다.)

앗! 웬 꼬부랑 글씨? 영어도 아닌 것 같은데..??


스테판을 동반한 이 벽안의 털보아저씨는 프랑스에서 온 미쉘 롤랑 Michel Rolland 이란 사람이다. 오늘의 면접을 위해 특별히 스테판을 찾아 왔다.

"청 코우너~ 까베르네와 메를로~~!!"

드디어 링아나운서의 옛 맛 어린 소개 멘트가 끝나고 대결은 시작되었다.
스테판의 손에 땀이 흥건히 고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감성의 사나이, 메를로

까베르네의 거친 태클이 끝나자 곧바로 터치를 한 메를로가 링 밧줄을 벌리며 등장했다.

얘도 역시 근육질은 근육질이다. 그러나 보다 더 탐스러우면서도 윤기가 난다. 부드러운 살점이 느껴진다. 애호가들이 메를로 와인을 감각적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료 까베르네와 비교하면 몸집 자체는 더 우람하고 탐스럽다. 수확기가 되어 축 늘어져 있는 메를로 한 송이를 들면 ... "와~ 묵직한데..." 하는 표현이 절로 난다.

짙은 흑청색에 알맹이도 커서 겉보기에는 무척 거칠게 느껴지지만... 실상은 너무나 여린 놈이다. 물살인가?. *^^*

"저의 장단점은 아주 뚜렷합니다. 그리고 애호가의 스타일에 따라 장단점이 교차되기도 하지요. 하하~ "

그렇다. 녀석의 품질은 아주 뛰어나다. 장점이 상당히 많다. 기후의 영향도 덜 받고, 일찍 익으며, 와인의 숙성도 빠르다.

맛은 또 어떤가.
커다란 송이송이마다 과일향으로 그득하다. 풍부한 과일향 그리고 풍부한 색상, 풍부한 주스... 휴~
모든게 풍성하군.

하지만 "풍부"하다는 얘기는 농축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과도 통하는데... 과연 향은 풍부하되 복합미와 개성은 부족하고, 입맛은 부드럽되 힘과 농축미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조생종이라는 것은 장점도 될 수 있고, 단점도 될 수 있습니다. 봄이 따뜻한 곳에서는 발아와 결실에 별 문제가 없으니,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초봄의 냉해에 노출되 있고, 수정 부실의 위험을 안고 있습죠... 크크. -_- "

그래도 어쨋거나 일찍 익어 다행이고, 점토질의 차가운 흙에서도 잘 자라는 편이다.

티티새를 아세요??

Petie-Laffite 는 La Vigne en Bordelais(1868) 라는 저서에서, Merlot 라는 이름은 '흑청색의 작은 티티새 Merle' 의 보르도 사투리 에서 유래했다고 했다.

왜 이 새의 발음과 비슷할까?
우연이긴 하지만, 메를로는 가장 일찍 익는 품종중의 하나이고 때마침 티티새는 메를로를 마음껏 포식한다. 그래서 그런지 티티새의 깃털은 영락없는 메를로 포도색상이다.

티티새...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에서... 주인공 프란츠는 숲가에서 지저귀는 티티새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차라리 학교를 빠지고 들에나 돌아다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지… 그 지지배배~ 소리를 들어서 일까? 메를로가 싱그러운 것은…

"체리의 계절" 이라는 시를 보면... 핏방울 같은 체리를 따 귀걸이로 만들어 걸 때 종달새 티티새는 명랑하게 노래부를 것... 이라는 싯귀도 나온다. 아마 와인애호가가 이 시를 썼더라면 체리를 메를로로 바꾸었지 않았을까?

어쨌든 ... 아주 최근의 일이다, 메를로가 역사에 등장한 것은. 기록상으로 Medoc 에는 19세기에, Pomerol 과 Saint-Emilion 에서는 18세기에 등장했다 (1784년경의 기록).


메를로의 정체성 (Identity)

"메를로 와인은 부드럽고 색상은 진하며, 알코올이 높죠. 보통, 같은 조건에서 자란 까베르네보다 1~2도가 높다고 보면 됩니다. 탄닌이 덜하고, 당분은 높아서 느낌 상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할까요? 더운 기후지역에서는 산(사과산)이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옆에서 조용히 지켜 보던 미쉘 롤랑이 오랜 침묵을 깨고 거들었다.

"산도가 떨어지고 농축미가 적다는 이유로 단일 품종 와인보다는 까베르네의 블랜딩 용으로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까베르네 프랑을 돋보이게 해 주기 위한 조연의 역할이죠."

그렇다. 메를로의 특성은 까베르네와 블랜딩하기에 적합한 특성을 다 갖추고 있다. AOC Bordeaux 같은 경우, 향과 탄닌 구조를 주기 위해서는 약간의 까베르네만 있으면 충분하고 나머지는 메를로가 바로 마실 수 있을 만큼의 유연성을 준다.

또한 까베르네의 단단하지만 약간 마른 골격에 '풍부한' 몸집을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리고 까베르네 처럼 오크 배양도 잘 받는다.

또 하나의 장점은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단점이라고 말할 수 도 있으나,...)
풍부한 과일향과 섬세한 탄닌, 부드러운 텃치로 인하야 까베르네 보다 훨씬 일찍 절정기에 도달한다. 즉, 오래 기다릴 필요없이 4~5년 후면 마실 수 있다는 얘기다.

롤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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