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부르고뉴 빈티지 예측
글 _ 박재화l사진 _ BIVB(부르고뉴와인협회)
2012년 빈티지. 모두들 2012년이 어려운 해가 될 거라고 했다. 실제로 2012년은 와인생산자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해로 자리 잡을 듯하다. 누군가는 "와인 만든 지 30년이 되었지만 올해 같이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라고 말하기도 하고, "난생 처음 포도들이 어떤 상태로 양조통으로 들어올지 심각하게 걱정되었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2012년의 기후 조건은, 와인생산자들로 하여금 쉴새 없이 포도밭에 나가 점검하게끔 만들었다. 포도밭에서 포도가 익는 것을 관찰하면서, 과연 수확할 시점에 이 포도들은 어떤 상태일까하는 조바심도 났다. 다행히도, 수확시기인 9월 말에 다다르자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곰팡이 없는 건강한 포도를 수확할 수 있었고, 이에 모두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2012년 봄, 그러니까 3월과 4월은 예년에 비해 날씨가 따뜻하여 포도나무들이 싹을 빨리 틔웠다. 그러나 5월에 들어서자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고 비마저 잦았다. 게다가 코트 드 본 지역은 5월 중순에 동결 현상도 있었고, 샤블리 지역은 4월 중순에 온도가 영하 6도까지 내려가 새순이 얼어버리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특히 새싹을 빨리 틔운 어린 포도 나무나 그랑크뤼 포도밭의 포도 나무들은 그 피해의 규모가 약 30-40%에 이르렀으며, 보호기를 작동한 생산자들은 그 피해를 겨우겨우 비켜갈 수 있었다.
6월에 들어서도 낮은 기온과 습기에 찬 날씨는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꽃이 피던 6월 초 수분이 불안정하게 진행되었다. 꽃이 피는 시기에는 적당히 따뜻한 온도에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야 제대로 된 수분이 일어난다. 그러나 올해는 저온 현상과 함께 비가 자주 내리다 보니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렇게 불안정한 수분은 생산량이 줄어들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반면 포도의 알맹이가 작고 껍질이 두꺼워짐으로써 꽤 좋은 품질의 포도가 생산될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었다.
6월 말, 포마르, 볼네이, 몽텔리, 오세-뒤레스, 뫼르소 등의 지역이 우박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으며, 포마르와 볼네이 지역은 약 50%의 포도가 손상을 입었다. 수확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잦은 비와 우박으로 인해 습도가 높아지자 포도밭에는 곰팡이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밀듀, 오이듐이라는 곰팡이가 수분된 포도알맹이나 포도 나무의 잎에 형성되자 포도는 말라버리고 땅으로 떨어졌다. 이에 농부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극도의 노동력과 보살핌을 포도밭에 쏟아 부었다.
천만다행으로, 8월에 들어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은 포도가 익는데 도움을 주었고, 9월의 건조하고 선선한 바람은 포도가 건강하게 익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비록 수확기에 비가 오긴 했지만 이 비로 인해 포도가 지녔던 품질이 변하지는 않았다. 과학적으로 분석된 포도의 품질은 2010년 빈티지에 비해 타닌, 당도, 산미가 비슷하여 기대 이상의 와인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모든 빈티지가 그렇듯이, 2012년 빈티지의 확실한 품질에 대해서는 와인이 젖산 발효를 마칠 무렵 좀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_ 박재화
현재, 프랑스 부르고뉴의 루 뒤몽 와이너리 운영
저서로는 [어느날 부르고뉴 와인 한잔이](2010)가 있으며, [부르고뉴 와인](2009)을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