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백년 역사의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한식을 통한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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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로는 고려 후기 시대부터 와인을 양조해온 이탈리아의 명가가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 그것도 가족 경영으로 29대를 이어온 귀족 가문의 와이너리. 이미 국내에도 두터운 애호가 층을 섭렵한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가 그 주인공이다. 700여 년을 뛰어넘는 역사와 토스카나에서 가장 큰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로도, 프레스코발디의 지치지 않는 열정을 온전히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연간 전세계 86개국으로 약 843만병의 와인을 수출하며 약 3.75초마다 1병 꼴로 소비되는 프레스코발디 와인의 세일즈 파워야말로, 가족경영으로 철저히 쌓아 올린 와이너리의 명성과 신뢰를 대변하는 듯 하다.

‘오랜 역사를 지닌’ 기업은 오래되기만 한 기업을 뜻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젊음을 유지해 왔음을 의미한다. 1308년 설립되어 토스카나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생산자로 꼽히는 프레스코발디는, 가야, 안티노리와 함께'이탈리아 3대 와인 명가’로 손꼽히며 이탈리아 와인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서기 1000년 즈음 독일에서 이주해왔고, 이후 피렌체의 후작 작위를 받은 프레스코발디 가문은 금융, 유통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둔 뒤 피렌체 인근 와이너리를 사들여 본격적으로 와인 산업에 뛰어들었다.

프레스코발디와 예술가들의 인연 또한 이 와이너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 르네상스 시절 미켈란젤로, 도나텔라 등의 예술가들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도 유명한데 실제로 프레스코발디는 이런 예술가들을 전폭적으로 후원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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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에 뿌리 내린 이후 오랜 시간 동안 프레스코발디가 세워 온 업적 또한 대단하다. 일례로 855년 키안티 지역에 최초로 프랑스에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들여와, 이후 토스카나 지역의 수퍼 투스칸 와인의 탄생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 또한 이탈리아에 최초로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 품종을 소개하였으며, 이탈리아 최초로 화이트 와인을 오크 숙성시켰다. 그리고 1995년 이탈리아 최초로 신세계 와이너리와 합작한 와인, 즉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와 손잡고'루체 델라 비테’를 출시하기도 했다. 바로 이 와인을 이끌었던 장본인이, 프레스코발디 가문의 29대손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Leonardo Frescobaldi 회장이다.

2007년부터 프레스코발디 그룹 회장을 역임해온 그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 주력해 왔다. 또한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한국을 이미 10여 회나 방문했을 정도로 한국 시장에 대한 애착도 크다. 지난 4월 26일 프레스코발디 회장 방한을 기념하여 특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프레스코발디 와인과 한정식의 조화’가 주제였던 이 자리를 위해 프레스코발디 회장은, 사전에 식사와 와인을 직접 시식하고 점검하는 등 꼼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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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뒤를 이을 가문의 후손들이 앞으로도 프레스코발디의 역사를 이어가길 기원한다는 그는 “선조들이 그러했듯, 나도 다음 세대에 가업을 잘 이어주고 싶다. 소유주가 아닌 수호자의 입장에서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인들에게 와인은 음료가 아닌 음식이라는 말이 있다. 오랜 역사 속에 와인의 진가를 발휘해온 프레스코발디 또한, 음료 자체의 완성도만큼이나 음식과의 조화로움이 돋보였다. 그리고 프레스코발디 회장이 직접 맛보고 미리 매칭해본 한정식과 프레스코발디 와인의 만남이 그것을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쑥을 넣고 칼칼하게 끌인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며 연신 “Good!”이라며 감탄하던 그의 모습을 보면서, 국내 와인소비자들도 한식과 이탈리아 와인이 얼마나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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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채, 구절판, 해물 잡채 & 포미노 비앙코 Pomino Bianco 2011

와인은 좀처럼 입에 대지 않는다는 영국의 찰스 황세자마저 즐겨 마셨다는 화이트 와인. 샤르도네와 피노 블랑이 블렌딩 되었고, 신선한 과일 향이 자극적이거나 도드라지지 않아 해산물을 얹은 샐러드 또는 김가루에 담백하게 무친 묵무침에도 어울린다. 가볍게 튀겨낸 생선과 곁들여도 균형 잡힌 사과, 복숭아 향의 와인에 잘 어울린다.


숙채, 냉채 & 프레스코발디 브륏 밀레시마토 2008 Frescobaldi Brut Millesimato

‘밀레시마토 2008’이란 2008년 빈티지 와인을 첨가했다는 뜻으로, 일반 스파클링 와인보다 품질이 높은 특별한 와인이다(해당 빈티지 와인만을 사용해서 만든 빈티지 스파클링 와인과는 다름). 샤르도네와 피노 네로를 블렌딩한 이 와인은 손수확한 포도를 사용해 집중도 있는 산미를 보여준다. 복숭아, 배의 깨끗한 과일 향이 집중되지만 입안에서 산미가 둥글게 피어나 음식과 곁들일 때 부드럽게 입안을 씻겨준다. 메생이를 넣어 끓인 죽,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곁들인 냉채와 곁들였을 때 음식의 풍미를 해치지 않으며, 스파클링의 신선한 맛은 식욕을 자극한다.


잡채, 야채전 & 테누타 디 가스띨리오니 Tenuta di Castiglioni 2010

전형적인 보르도 블렌딩(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에 산조베제가 10% 정도 블렌딩 됐다. 산조베제 특유의 톡 쏘는 산미와 스파이시한 향이, 묵직한 와인의 바디를 산뜻하게 마무리해준다. 특히 간장 소스로 알맞게 간이 베인 잡채에 곁들이면 달콤한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향이 잡채의 느끼한 맛을 보완해주고 입안을 상쾌하게 한다. 야채전, 돼지 고기를 갈아 만든 동그랑땡 같은 고기전에도 조화를 이루는 와인이다.


갈비찜, 들깨 신선로, 쑥된장국 & 카스텔지오콘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Castelgiocondo Brunello di Montalcino 2006

산조베제로 얼마나 훌륭하고 숙성력 좋은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와인이다. 우아하게 지속되는 여운은 풍부한 타닌과 응축된 향으로 꾸준히 연결된다. 오랜 시간 숙성해 산조베제의 스파이시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지만 그 특유의 매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지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익어 조화로움이 더해졌다. 간장 소스의 갈비찜과 함께 마시면 와인의 깊이감이 더욱 살아나면서 육즙과 함께 입맛을 돋워 준다. 신선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은 아니지만 들깨를 넣고 푹 끓인 버섯 만두탕에 와인을 매칭해 봐도 좋다. 봄나물이 한창인 요즘 쑥을 넣고 고춧가루를 풀어 칼칼하게 끓인 된장국에도 와인의 부드럽게 숙성된 바디가 된장국의 깊은 맛과 잘 매칭된다. 레오나르도 프레스코발디는 이 와인을 시음한 후 “상큼한 여운이 오래 남는, 영혼이 있는 와인”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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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_ 신동와인 02 794 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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