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호텔
독일로 가기 위해서 야간열차를 예약하러 아침 일찍 암스테르담 중앙 역을 찾았다. 여행 성수기라서 그런지 내가 원하는 구간의 좌석 예약이 모두 차버렸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서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니까 담당직원이 베를린 구간의 침대 칸(sleeping car)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오늘 밤에는 암스테르담을 꼭 떠나야 하기에 조금 비싼 예약 비를 내긴 했지만 그 날밤 독일로는 떠날 수가 있었다.
유난히도 많은 운하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는 암스테르담 도심을 둘러보기 위해서 아침부터 보트투어를 했다. 보트를 타는 것 자체야 뭐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보트를 타고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는 운하를 따라 암스테르담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매우 놀라웠다.
운하만큼이나 암스테르담을 특별하게 보이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전(Tram)이다.
중앙 역을 기점으로 많은 노선이 부채형으로 뻗어 있거나 연결되어 있어서 이용하기에 참 편리했다.
독일로 이동하기 전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는 암스테르담의 동물원(Artis Zoo)에 들렸다. 큰 규모만큼이나 이름 모를 동물들도 많이 있었는데, 내가 보고 싶어 하는 하마, 악어, 펜더 등은 볼 수 없었다. 원래 없는 건지 아니면 동물원이 너무 커서 내가 못 찾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 동물원은 동물원내에 어린이들이 직접 동물을 만질 수 있는 미니동물원을 따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류나 코끼리, 말 같이 큰 동물은 제외되어있었으며 일반적으로 가축류로 분류되어 집에서 키울 수 있는 개, 양, 염소, 돼지, 닭 등의 동물들은 만져볼 수가 있다.
어릴 때 염소를 키웠던 추억이 있었기에 오랜만에 염소를 만져보았다. ^^ 흑염소만 보았던 나로서는 하얀 색의 염소가 조금은 낮설 지만, 순한 염소가 참 예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데리고 놀았다~~
그렇게 암스테르담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20시에 베를린으로 가는 야간열차(EURO NIGHT)에 몸을 실었다. 여행 중 처음으로 야간열차를 타는 것이어서 조금은 긴장이 됐는데, 좌석을 찾아가보니 세면대가 딸린 침대2개가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복도 끝에 샤워시설이 마련되어 있었다. 한마디로 최고였다. 그날 밤 베를린으로 가면서 미리 준비한 미니샴페인을 마셨다. 창 밖의 어두움이 깔리기 시작하면서 여행이 점점 즐거워지고 있었다. 곧 샴페인이 바닥나면서, 야간열차 내에서 파는 맥주로 나는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다음날 기대도 하지않았던 아침식사까지 제공되었다. 너무 좋아서 우리는 다음날 침대기차를 또 이용하기로 했다.
다음날 베를린을 구경하고, 뮌헨으로 가는 야간열차를 탔다. 이틀 연속 슬리핑카(sleeping car)를 이용하는 것이 경비상으로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숙소를 잡아도 그만큼은 지불해야 하는 돈인데 잠도 자면서 이동도 하니 일석이조라고 좋게 생각했다.
이미 한번 경험했던 침대 기차니까 여유 있게 준비를 했다.^^ 과일도 준비하고, 소시지도 사고, 맥주도 준비했다. 독일까지 왔으니 당연히 맥주도 마셔야 하겠기에.. 그러나 이번 열차는 EN(Eruo Night)과 수준이 사뭇 다른 NZ(DB Nachtzug)였다. 더 고급스럽게 꾸며진 2인실 공간은 침대2개와 세면대를 비롯한 샤워장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으며, 과일이랑 생수도 미리 준비되어있었다. 야식거리를 잔뜩 들고 나타난 나는 조금 멋쩍었다. 동생은 너무 좋다고 샤워부터 했다. 사실 기차라는 개념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설이어서 조금은 사치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장거리 이동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동생이 좋다고 하니까 좋게 생각했다.
다음날 기차 레스토랑에 준비된 갓 구운 빵을 비롯한 뷔페식 아침식사는 나를 또 놀라게 했다. 기차에서 갓 구운 빵을 먹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날 이후 나랑 동생은 그 열차를 '움직이는 호텔'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여행 중 연인을 만나면 남자에게 한번?育?여자친구 데리고 침대기차를 타라고 권한다. 남자는 여행 중에도 점수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니까~~~^^*
다음은 체코의 프라하다. 생일을 프라하에서 보냈는데, 와인한잔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 김 광 유 -
1. 유로스타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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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여기는 프라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