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한 와인 아카데미. 와인 전문가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수강생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 있다. 이들에게 왜 와인 공부를 하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 취미삼아? 심도 있는 와인 지식을 쌓기 위해? 아니면, 취업을 위한 자격증 획득? 적지 않은 수강료를 지불하고 와인 공부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면 아마도 직업과 관련될 가능성이 크다.

 

와인 산업에는 얼마나 많은 직업군이 있을까. 실제로 와인 수입에서 시작해 판매, 교육, 미디어, 서비스 부문에 이르기까지 제법 다양한 직업들이 와인 산업에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와인 수입과 판매는 이 산업을 지탱하는 척추 같은 분야다. 얼마 전, 문정동에 본사를 둔 한국의 대표적인 와인 수입사 나라셀라(naracellar.com)를 방문했다. 그리고 입사 4년차인 손희정 과장을 만나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나라셀라_손희정.JPG

 

 


Q. 브랜드 매니저란?


브랜드 매니저(이하 BM)는 한마디로 브랜드를 관리하는 사람이다. BM는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크게는 상품 기획, 매출 지원 등을 예로 들 수 있고 세부적으로는 마케팅 기획, 가격 협상, 판매 계획(프로모션) 수립을 위한 와인생산자와의 의사소통이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영업팀에서 원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발굴하고, 발주를 위한 재고 관리도 BM이 해야할 일이다. 

 

 

Q. 어떤 자질 요구되나?

 


위에서 언급한 BM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과 외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생산자와의 협업, 다른 부서와의 협업, 고객과의 네트워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또한 BM라면 프리젠테이션(PT)에 능해야 한다. 영업팀을 대상으로 한 수입 검토 제품 PT, 레스토랑 스탭이나 유통쪽 판매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제품 PT,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제품 PT 등 1년에 70회 정도의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다. 그 밖에도, 재고 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주의력과 꼼꼼함이 필요하고 와인 디너나 박람회같은 이벤트가 있을 때에는 단기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덧붙여 와인산업에서 일하려면 ‘덕업일치’해야 한다. 그저 와인이 좋아서 마셨던 과거와는 달리, 와인수입사의 BM가 된 지금 와인은 종종 육아처럼 손이 많이 가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명절 선물용 와인을 포장할 일손이 부족하면 직접 나서기도 하고, 와인 시음을 동반한 PT가 끝나면 수많은 와인잔과 스핏툰을 깨끗이 정리해야 한다. 간혹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 여담이지만, "와인이 몸에 좋다고 하던데 여러 병을 마시고 나서 탈이 났다"고 항의 전화를 걸어온 고객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웃음). 아무튼 와인을 정말 좋아해야 이런 사소한 일들도 대수롭지 않게, 현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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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와인은 얼마나 알아야 하나?

 


BM가 되기 위해서 애초부터 전문가 수준의 상당한 와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와인을 좋아하고 와인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다면, 일을 하면서 와인 아카데미에 등록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와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자기계발을 위한 의지가 강하면 와인 지식은 자연히 늘게 되어 있다. 본인의 경우, 입사 후 와인아카데미의 WSET 프로그램에 등록했고 이제 3레벨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Q. 어떤 브랜드 맡고 있나?

 


나라셀라에는 총 여덟 명의 BM가 있고 각자 특정 국가의 와인 브랜드들을 담당하고 있다. 본인의 경우 예외적으로 샴페인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데, 이는 나라셀라만의 독보적인 샴페인 리스트를 구축, 강화하려는 기업 전략의 일환이다. 현재 나라셀라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는 샴페인 브랜드는 바롱 드 로칠드Barons de Rothschild, 앙리오Henriot , 트리보Tribaut의 세 가지다. 특히 2013년에 출시한 바롱 드 로칠드는 나라셀라의 가장 유력한 샴페인 브랜드다. 샴페인 BM로써, 바롱 드 로칠드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취급 업장을 늘리기 위한 전략 수립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와인 깨나 마시는 이들 중에 ‘Rothschild(로칠드 또는 로스차일드)’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샤토 라피트 로칠드’나 ‘샤토 무통 로칠드’ 같은 세계적인 명품 와인이 로칠드 가문의 이름으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로칠드 가문은 중세 유럽 이후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마다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혼란의 틈에서 기회를 포착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한 ‘투자의 귀재’로 묘사되곤 한다. 오늘날까지도 자본, 금융, 투자를 다루는 많은 자료에서 로칠드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_ <화해와 화합의 상징,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 중에서

 

 

샴페인 바롱 드 로칠드.jpg

 

 

Q. BM로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무엇보다도 담당하는 브랜드가 좋은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 와인생산자가 방한해서 소비자들과 디너를 함께 할 때, 참석자들이 와인을 맛있게 즐기면서 행복해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뿌듯하고 황홀하다. 비록 업무와 관련된 출장이지만, 와이너리를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도 BM가 가지는 일종의 특혜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난 해 샴페인 산지인 프랑스 샹파뉴 지방을 방문했을 때다. 수확이 끝난 포도밭은 정적이 흐르고 평화로웠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농부들을 보면서 와인산업도 결국 농업에 근간을 둔 산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토양과 효모인 것처럼 와인메이커가 열변을 토할 때 와인의 끝모를 다양성에 경외심이 생겼다. 와이너리 방문은, 자연과 인간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체험할 수 있는 귀중한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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