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나무는 뿌리를 통해 땅에서 양분과 물을 흡수하고 잎에서 광합성 작용을 하여 성장과 결실을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기후와 토양이 좋으면 포도나무는 성장에 집중하기 때문에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해 좋은 포도알을 얻기 위해서는 좋지 않은, 그러나 포도나무가 죽지 않을 만큼의 열악한 환경이 포도밭의 입지 조건이다. 좋은 포도밭은 최소한 연간 1,500 시간 이상의 햇빛과 700 mm 이상의 강수량이 보장되는 기후와 배수력이 뛰어나고 양분이 충분하지 않은 거친 토양이 선호된다.
계절적 온도와 강수량 및 햇빛 요구량 기준을 적용하면 어느 나라에 위치한 와인 산지도 대략 지중해성 기후 또는 서양해양성 기후 대역에 속한다. 포도 재배 및 양조 기술의 발달로 기후 조건을 넓히고 있긴 하지만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 와인 산지의 대부분은 이런 기후대역에 존재한다.
기후와는 달리 토양의 경우에는 국가별로 지질학적 분류 기준과 용어가 달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웠지만 국제 표준 시스템과 용어 (WRB - The World Reference Base for Soil Resources)의 등장으로 국가 간의 비교가 가능해졌다. 위키피디아 설명에 따르면 WRB의 토양 분류는 토양 형성과정 (pedogenesis)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토양 형태 ( soil morphology)에 주로 기반한다.
예를 들어, 바롤로와 바바레스코 지역의 토양이 WRB 분류로 어떤 토양에 해당하는지 살펴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바롤로와 바바레스코 지역은 캠비솔 (Cambisols) 유형에 해당한다. 캠비솔은 토양생성 기간이 짧은 토양에 해당하고 많은 종류의 작물재배에 활용되고 토양 색깔로 인해 보통 갈색토으로 불린다. 같은 캠비솔이지만 바롤로와 바바레스코 토양은 지표층 20~100cm 깊이의 하부토양의 염기포화(Base Saturation) 정도에 차이가 있다. 바롤로 토양은 하부층의 염기포화가 50%를 넘는 Cambisol Eutric 인 반면 바르바레스코는 50% 이하인 Cambisols Dystric 토양이다.
토양은 크게 겉흙(top soil), 밑흙(하층토, subsoil), 그리고 기반암(Bedrock)으로 나뉜다.
기반암에 풍화, 침식, 퇴적, 부식, 침전 등 여러 작용이 이뤄져 오랜 시간에 걸쳐 토양이 형성된다. 자연적인 형성과정으로 2 센티미터의 겉흙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50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정도로 토양의 형성은 아주 긴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이다.
아래 그림은 겉흙이 거의 없이 기반암이 돌출된 레고솔(Regosol) 토양이 어떻게 발전하고 그에 따른 WRB 토양 구분에 해당하는지를 보여 준다. 이 구분에서 볼 수 있듯이 캠비솔(Cambisol)은 토양 발전 단계에서 보면 겉흙(A층)과 밑흙(B층)의 발전이 초기 단계인 어린 토양이고 바롤로와 바바레스코의 포도밭은 이러한 캠비솔(Cambisol) 토양에 형성되어 있다.
부르고뉴와 보르도의 토양은 어떨까? 같은 WRB 토양 분류 기준에 의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Dijon에서 시작해 Beaune을 따라 형성된 꼬드 드 뉘와 꼬드 드 본의 포도밭은 캠비솔(Cambisol)에 해당하는 Bec (Calcaric Cambisol) 토양에 발달해 있다.
반면 보르도의 좌안과 뽀므롤은 Qcd (Dystric Arenosol) 토양에, 생떼밀리옹은 캠비솔 (Bk, Haplic Cambisol)에 기반하고 있다. (※ 아레노졸은 모래 토양으로 보수력과 보비력 및 염기포화도가 낮다)
앞에서 설명된 것처럼 캠비솔은 토양 발달 초기에 해당하는 어린 토양이며 유럽 전체의 12%가 캠비솔에 해당하고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국토의 전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매크로적인 관점에서 포도밭의 토양은 '좋은 배수력과 양분이 충분하지 않은 거친 토양'이며 이는 WRB 토양 분류에 의하면 주로 캠비솔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참고자료: Soil Atlas of Europe (https://esdac.jrc.ec.europa.eu/)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