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정하봉 소믈리에(JW 메리어트 호텔)와 뽀이약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에게서 보르도 와인 3가지를 추천 받았다. 그 중 하나는 수입사 안시와인을 통해 국내에 유통 중인 2010년산 Chateau Grand Abord였다.

필자는 곧장 Chateau Grand Abord의 2010, 2012, 2015년산 레드 와인 3병과 2015년 산 화이트 와인 1병을 구입했고, 샤토와 와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후 지인들과 함께 와인을 시음하며 즐길 ‘가상 와이너리 투어’를 계획했다.
 
이 여행은, 실제로 현지의 샤토와 포도밭을 둘러보고 그곳의 소유자와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빈티지의 와인을 시음하는 것과 유사한 ‘가상의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한 병의 와인이라도 더 다양한 관점으로 즐겨보자는 취지였다.

그럼 여행을 시작해보자.

 

Chateau Grand Abord의 주소는 56 Route des Graves RN113, 33640 Portets, France이다. Google Earth를 통해 확인하면 보르도 남쪽 그라브 지역, 갸론느 강변에 위치해 있다.

 

 

Sky View.jpg

 

 

보르도 St. Jean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면 빠르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찾아가는길.jpg

 

 

Potets 기차역에서 내려 국도 113번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1분 정도 걸으면 샤토에 도착한다. 이 기차역은, 유명한 뽀이약이나 마고 같은 마을의 기차역과 마찬가지로 아담하다.

 

 

Protets 기차역.jpg

 

 

샤또 그랑 아보르. 연중 무료 시음이 가능하지만 사전 예약은 필수다.

 

 

grand abord.png

 

 

동영상을 통해, 샤토의 주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곳의 역사는 17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현재 25 헥타르의 포도밭을 경작하고 있다.

 

 

 

 

여주인의 얼굴에는 토양의 독특함과 와인 양조에 대한 자부심이 역력하다. 

 

 

숙성 시설.jpg

 

 

다음은 수입사 측에서 제공한 와인 정보이다.

 

Chatea Grand Abord Rouge (레드 와인)

ㅇ 품종: 메를로 80%와 까베르네 소비뇽 20%
ㅇ 포도나무 수령: 35년
ㅇ 식재밀도: 헥타르 당 5,600그루
ㅇ 토양: 자갈과 석회질 토양
ㅇ 수확량: 6월 경 포도를 솎아내어 헥타르 당 수확량을 50hl로 제한
ㅇ 수확방법: 기계 수확
ㅇ 양조: 발효 전 7일간 침용추출한 후 20일간 콘크리트와 스테인리스스틸 통에서 발효. 발효 후 4~7일간 추가로 침용추출
ㅇ 숙성: 콘크리트 통에서 1년 간 숙성
ㅇ 와인 생산량: 연간 50,000병
ㅇ 테이스팅 노트: 까베르네 소비뇽은 와인에 질감과 아로마를, 메를로는 와인에 부드러움과 부케을 제공한다. 우아하고 고운 질감과 풍부한 과일 향을 지녀 마시기 편하다. 

 

 

Chateau Grand Abord Blanc (화이트 와인)

ㅇ 품종: 소비뇽 블랑 25%와 세미용 75%
ㅇ 나무 수령: 평균 35년
ㅇ 식재 밀도: 헥타르 당 5,600 그루
ㅇ 토양: 자갈과 석회질 토양
ㅇ 수확방법: 기계수확
ㅇ 양조: 12시간 동안 낮은 온도에서 침용추출한 후 스테인리스스틸과 콘크리트 통에서 20~30일 간 발효
ㅇ 숙성: 발효를 마치고 가라앉은 효모 앙금과 함께 스테인리스스틸 통에서 45일간 침용
ㅇ 생산량: 연간 20,000병
ㅇ 테이스팅 노트: 우아하고 풀 보디하며 포도 풍미가 짙다. 10도 정도의 온도에서 마실 것을 권장하며, 해산물과 생선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grand abord.jpg

 

 

이제 와인을 시음해 보자. 화이트 와인은 소비뇽 블랑의 비율이 25%에 불과하지만 소비뇽 블랑의 향미가 잘 살아 있다. 과일 향 중심의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비교하면 허브와 식물 계열의 향이 도드라지고, 상세르와 비교하면 과일 향이 잘 살아있는 느낌이다. 매우 드라이하고 산도가 좋다. 보르도 화이트 와인을 접하기 어려운 한국에서 꽤 괜찮은 Grave Blanc을 만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 보르도 블랑과 곱창구이는 최고의 마리아주다. 무똥 까데 블랑과 곱창구이를 장모님께 대접한 적이 있는데, 와인을 모르시는 장모님조차 와인이 맛있다며 무척 좋아하셨고 덕분에 나는 귀여움을 받았다.

 

다음은 레드 와인인데, 2010, 2012, 2015년산을 비교 시음하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와인이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2015년산은 타닌과 붉은 과일 향이 지배적인, 아직 숙성이 덜된 와인(young wine)이지만 마시기 편하다. 보디감과 조밀도는 미디엄(medium)과 풀(full) 사이. 2012년산은 어느 정도 숙성되어 식물 향과 과일 향이 덜하고 타닌은 잔잔하게 녹아 들어있다. 허브, 유칼립투스, 모카, 밀키한 풍미가 발달하여 제법 숙성된 와인의 모습을 갖추었다. 2010년산은 정말 잘 익었는데, 오랜 세월 숙성이 잘된 와인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Chateau Grand Abord는 숙성 초기의 와인도 좋지만, 5년 이상 숙성된 ‘묵은 와인’의 멋을 즐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스테이크의 굽기 정도에 따라, 덜 익힌 것에는 2010년산을, 중간 정도로 익힌 것에는 2012년산을, 잘 익힌 스테이크에는 2015년산을 추천한다.

 

이렇게 와인 네 병과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바탕으로 떠난 지난 주말의 가상 와이너리 투어는 모두에게 즐거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 필자가 참조한 인터넷 정보 _ La Route des Vins de Bordeaux,  Château GRAND ABORD

 

 

이상철.jpg

 

■ 글쓴이_ 이상철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공하고 통신회사에 근무하고 있으며, 보르도 와인을 통해 와인의 매력을 느껴 와인을 공부하며 와인 애호가가 되었다. 
 
중앙대 와인소믈리에 과정을 수료하고 WSET Advance Certificate LV 3 를 취득하였으며 와인 애호가로서 국내 소믈리에 대회에 출전하여 수상한 경력이 있다. 
 
2004년 부터 현재까지 쵸리(chory)라는 필명으로 와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개인 시음기와 와인 정보 및 분석적이 포스팅을 공유하며 생활 속의 와인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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