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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순

연말연시에 빠지지 않는 스파클링 와인

그녀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글 이인순ㅣ사진제공 모에&샹동

오감을 자극하는 스파클링 와인

특별한 날이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고 싶을 때 그리고 연말 연시 모임에 단골로 등장하는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의 매력은 뭘까?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특성은 바로 그 두껍고 무거운 병 속에 꼭 갇혀 있는 탄산가스가 아닌가 한다. 잔에 따르면 튜울립 모양의 샴페인 잔 바닥에서 끊임없이 방울방울 올라오는 미세한 기포는,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줄 뿐만 아니라 역동적이기까지 해서 사람의 기분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한 모금 마실 때 입안에 퍼지면서 혀를 부드럽게 감싸주는 섬세하고 크리미한 거품(보통 ‘무스’라고 한다)의 촉감 역시 샴페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다. 또 하나! 샴페인 잔에 살며시 귀를 대면 솟아오르는 기포들의 작은 속삭임도 들을 수 있다. 이렇듯 샴페인은 다른 일반 와인과는 달리 우리의 모든 감각을 즐겁게 해주는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매력은 바로, 탄산가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포가 있는 모든 와인을 그저 샴페인으로 부르지만 사실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의 한 종류이다. 물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샴페인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이 있다. 샴페인의 경우 프랑스의 샴페인(불어로 샹빠뉴라고 발음한다) 지방에서만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프랑스의 원산지 보호 정책인 AOC의 혜택을 가장 확실히 보는 와인이다. 즉 AOC 규정에 따라 프랑스 내의 (샹빠뉴를 제외한)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에서 만든 스파클링 와인에는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

스파클링 와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반적인 와인(스틸 와인)을 양조한 후 거기에 당분과 이스트를 추가하여 한번 더 발효 과정(2차 발효)을 거치면 탄산가스가 있는 발포성 와인으로 재탄생된다. 이 때 샴페인을 비롯한 최고급 스파클링 와인은 개별 와인 병에 담겨진 채 병에서 2차 발효를 하게 되고 이 양조 방식을 샴페인 방식 champagne method 혹은 전통 방식traditional method라고 한다.

병에서 2차 발효가 진행되는 전통 방식 외에도, 대량의 와인을 탱크에 넣고 2차 발효시키는 탱크 방식도 있다. 샴페인처럼 병에서 탄산 가스 생성을 위한 2차 발효를 진행시키고 이후 그대로 숙성시킬 경우, 생산 공정이나 비용은 많이 들지만 잔에 따랐을 때 아주 미세한 크기로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활기찬 기포의 움직임과 입 안에서 아주 섬세하고 부드러운 거품의 감촉을 즐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숙성 시 효모가 자가 분해되며 나오는 빵이나 비스킷 냄새와 같은 독특한 풍미도 매혹적이다. 이에 비해 탱크 방식은 기포의 섬세함이나 무스의 부드러움은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전통 방식에 비해 생산비가 낮아서 부담 없는 가격대의 주로 신선하고 풍부한 과일 풍미를 보여주는 스파클링 와인을 만들 수 있다.


가격, 취향 따라 선택하세요

샴페인은 물론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이라고 인정받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일반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가격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좀 더 알뜰하게 연말 연시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을 때 훌륭히 그 몫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크레망(Cremant)은 프랑스 내 샴페인 외의 지역에서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부르고뉴, 알자스, 르와르 지방 등이 유명하다. 스페인의 꺄바(Cava)도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샴페인보다 효모자가분해 향은 덜하면서 가볍고 상큼한 과일 풍미가 있는 스타일이다. 이 와인들은 대체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샴페인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져 샴페인과 비슷한 분위기와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스파클링 와인을 젝트(Sekt)라고 부르는데 주로 탱크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꽃 향기나 과일 향기가 많이 나는 가벼운 스타일이다. 이태리의 스파클링 와인은 스푸만테(Spumante)라고 하는데 삐에몬테 지역의 아스띠Asti는 달콤하면서 과일 향이 풍부하며 알코올 도수도 낮은(6~8%) 라이트 바디의 스파클링 와인이다. 모스까또 다스띠(Moscato d’Asti)는 알코올 도수가 좀 더 낮으며 기포가 살짝 있고 과일 향이 풍부한 스타일이다. 연말 연시 모임에 술을 잘 못마시거나 알코올에 약한 사람들이 있으면 아스티나 모스까또 다스티를 권하고 싶다. 알코올 도수가 낮아 부담 없으면서 달콤한 맛이 있어 즐기기 편하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필자는 명절 때나 어른들을 모시는 가족 모임, 여성들이 많은 모임에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는 이 와인들을 준비한다.

모임의 사람 수가 많고 스탠딩 뷔페와 같은 캐주얼한 스타일이라면 복숭아나 살구 같은 과일 풍미가 있고 드라이한 스타일의 이태리의 베네또 지방에서 나오는 가벼운 프로쎄코가 좋다. 그 밖에도 칠레,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샤르도네, 삐노 누아 등의 포도 품종으로 생산되는 스파클링 와인들도 이런 모임에 부담 없이 마시기 적당하다. 이 와인들은 그 스타일도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상당히 저렴한 편이고 와인 자체는 가벼우면서 상큼하여 음식과 분위기를 이끄는 도우미 역할을 잘 할 수 있다.

흔하지 않지만 호주에서 쉬라즈로 만드는 레드 스파클링 와인도 만날 수 있는데 색이 진해서 섬세한 기포의 향연은 보기 힘들지만, 스파클링 와인이 가벼운 느낌이라 술 같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레드 와인 특유의 바디감이나 쉬라즈의 풍부하고 진한 과일 향으로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는 스파클링 와인들도 샴페인처럼 다양한 음식들과 무난히 어울릴 수 있으므로 특별한 자리가 아니면 음식과의 매칭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스파클링 와인, 이렇게 즐기세요

샴페인은 중요한 모임의 웰컴 드링크로 많이 마시지만 연말 연시 모임에 격식을 차린 코스 요리를 준비하는 경우 샴페인을 식전주aperitif로 준비하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참석자들끼리 샴페인 글라스를 가볍게 부딪치며 그 청아한 울림으로 기분 좋게 건배하고 코스를 시작한다면 모임 분위기를 한층 더 띄울 수 있다.

샴페인은 식전주뿐만 아니라 샐러드, 새우, 관자와 같은 해산물을 곁들인 가벼운 전채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풍미가 강하며 좀 묵직한 스타일의 샴페인은 생선 구이나 가금류의 요리와도 무난하며 달콤한 샴페인은 디저트 와인으로 적당하다. 드물긴 하지만 다양한 스타일의 샴페인을 식사의 모든 코스에 곁들여 즐기기도 한다. 서양식 음식 외에도 샴페인은 그 특유의 청량감과 산뜻함으로 일식, 한식, 중식 등 여러 스타일의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리는 편이어서 다양한 음식 매칭을 시도해볼 수 있다.

스파클링 와인 라벨에 ‘블랑 드 누아’라고 쓰여 있으면 적포도 품종만을 가지고 만든 것이고 ‘블랑 드 블랑’ 이라 쓰여 있으면 청포도 품종만으로 만든 것이다. 아무런 표시가 없으면 일반적으로 청포도와 적포도를 함께 사용하여 만든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의 병 레이블에는 당도에 따라 개성을 표시해 놓기 때문에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뤼(Brut)나 드라이, 엑스트라 드라이는 단 맛이 거의 없고 섹(Sec)은 살짝 단 맛이 있고 드미 섹이나 미디움은 어느 정도 단 맛이 나며 두(Doux)같은 경우는 아주 달콤해서 디저트 와인으로 적당하다.

스파클링 와인은 풍만한 실루엣에 화려한 치장까지 한 병 속에 담겨 있어서 겉보기에 매우 우아해 보인다. 하지만, 샴페인의 경우 이층 버스 타이어 하나의 압력에 해당하는 탄산가스의 압력을 병 속에 숨긴 채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그 순간을 기다린다. 그러니 개봉할 땐 그 힘을 얕보지 말자. 신중하게 호일을 벗기고 한 손으로는 마개를 누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병 아래 부분을 잡고 두 손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비틀어 ‘펑’이 아닌 가볍게 ‘피식’ 소리가 나도록 조심스럽게 마개를 오픈하자. 샴페인 병에 충격을 주거나 병을 흔들면, 내부의 압력 때문에 여는 순간 마개가 갑자기 펑하고 튀어 올라 위험할 수도 있고 더불어 샴페인도 아깝게 넘쳐 흐르게 된다.

샴페인이나 스파클링 와인을 마실 때는 그 기포를 즐길 수 있도록 플릇 모양의 길고 날씬한 글라스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스파클링 와인을 자주 접하지 않은 경우 혹은 사람수가 너무 많아서 적절한 글라스를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면 아쉬운 대로 볼이 좀 작은 화이트 와인 글라스로 대체하면 된다. 또 하나 중요한 것! 스파클링 와인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엇보다도 서빙 온도가 적절한지 신경 써야 한다. 인원이 많을 경우 냉장고에만 칠링시키는 것보다는, 아예 커다란 그릇에 얼음과 물을 준비하여 와인 병을 담아 놓으면 칠링도 빨리 되고 서빙하기도 쉽다.

스파클링 와인은 청량감이 있어 마시기 쉽고 게다가 연말 연시 분위기가 고조되면 과음하는 경우가 많다. 술술 잘 넘어가는 술에 취하기도 쉬우니 방심하지 말자. 여느 술과 마찬가지로 스파클링 와인도 너무 많이 마시면 그 다음 날 입안이 온통 깔깔하고 숙취에 고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우리는 잔을 부딪치며 소박한 바람을 가져본다. 샴페인 잔 위로 힘차게 피어 오르는 수많은 기포처럼, 새해에는 함께 할 수 있는 작은 기쁨들이 끊임없이 솟아오르기를. 기억 속에서 힘들었던 지난 순간들은 흩어져버리는 기포 방울처럼 사라져 버리기를…

 

글쓴이 _ 이인순
WSA PDP (Wine & Spirit Academy) 교육부장 및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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