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피노 누아의 고향, Vosne-Romanée
La Romanée-Conti, La Tâche, Richebourg, Romanée-Saint-Vivant… 와인 애호가라면 누구나 선망의 대상은 아닐지라도 꼭 한번쯤 마시고픈 와인이 생산되는 Vosne- Romanée의 유명한 포도밭...
▲ Vosne- Romanée 의 그랑 크뤼 포도밭 앞에 서있는 십자가
보통 Vosne- Romanée는 이웃한 Flagey-Echézeaux와 합하면 총 8개의 그랑 크뤼를 가지는데, 그 중 네 개의 그랑 크뤼, La Romanée-Conti, La Tâche, La Romanée, La Grande-Rue는 모노폴 포도밭으로 단일 소유자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유명한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 Les Suchots, Les Beaux-Monts, Cros-Parentoux, Clos des Réas 등이 있다.
Nuits-Saint-Georges와 인접한 Vosne- Romanée의 포도밭들은 조용하고 작은 마을의 교회가 있는 광장이 끝나는 지점에 있다. 동남쪽 언덕에 그랑크뤼 포도밭은 경사의 가운데 부분에 위치하고 그 위쪽에 프르미에 크뤼 포도밭이 있다. 그 유명한 Cros-Parentoux 밭에 갈려면 완만한 경사의 언덕을 숨이 약간 차오를 때까지 올라가면 된다. 그랑크뤼 포도밭의 토양은 끌리마(climat) 따라 약간씩 차이가 나지만 석회석, 점토, 자갈이 적절하게 섞여 있다.
피노 누아를 재배하고 레드 와인만을 생산하는데, 신선하지만 힘을 가지는 것이 여기 와인들의 특징이다. 검은색 과일과 붉은 과일, 가죽, 사향 그리고 흙의 아로마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ageing potential이 매우 큰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주옥 같은 와인 발견, Domaine Mongeard-Mugneret
가끔 아무런 정보 없이 본 영화나 읽게 된 책이 의외로 재미있을 땐 뿌듯하고 소중한 것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 여행 중에 방문을 한 Domaine Mongeard-Mugneret가 비슷한 경우였다. 여행 전에 이 도멘의 와인을 시음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었는데, Vosne- Romanée에 있는 이 도멘을 직접 방문해 더 좋은 기억을 쌓게 되었다.
Vosne- Romanée 마을은 다른 곳에 비해 좀 딱딱하고 보수적인 분위기가 났다. 특징 없이 단순한 집들(모두 유명 도멘의 살림집과 양조장들)과 넓지 않은 골목길… 오전이었지만, 유럽의 시골 마을들이 다 그렇듯이 인적이 뜸한 동네 골목과 인접한 포도밭엔 뜨거워지는 햇살만이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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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aine Mongeard-Mugneret도 다른 도멘들처럼 Mongeard 가족이 소유하며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Fixin에서 Puligny-Montrachet 까지 28개 서로 다른 아뻴라시옹에 걸쳐 총 23ha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4개의 그랑 크뤼 포도밭인 Echézeaux, Grands Echézeaux, Richebourg, Clos de Vougeot에도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현재 창업자인 아버지 Jean Mongeard의 뒤를 이어 Vincent Mongeard가 포도재배와 양조를 책임지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땐 주인 내외가 외출을 해서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친절하고 다정한 느낌의 직원이 우리들의 테이스팅을 도와주었다. 시간 관계상 일단 까브 구경은 생략하고 바로 테이스팅을 했다. 이 도멘은 와인 샵도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그런지 제법 번듯하고 쾌적한 테이스팅 룸을 가지고 있다.
▲도멘 입구의 간판과 함께 손님을 맞이하기 좋게 정돈된 테이스팅 룸 |
Domaine Mongeard-Mugneret는 전통과 현대적인 양조방법을 적절히 취하여 와인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빈티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4-5일 동안 저온 마세라시용(침용과정)을 거친 후 비교적 높은 온도를 유지하며 발효를 한다고 한다. 이후 그랑 크뤼 와인의 경우, 60-70% 새 오크에서 프르미에 크뤼 와인은 40-50% 새 오크에서 18-22개월동안 숙성시킨다. 그리고 필터링(여과과정) 없이 병입해서 출시한다.
지역 단위(Régionales) 와인에서, 마을 단위(Villages), 프르미에 크뤼급, 그랑크뤼급 와인까지 생산하는 이 도멘에서 우리는 Echézeaux 2002와 2003, Grands Echézeaux 2001과 2003 그리고 Clos de Vougeot 1976 와인을 시음했다. 모두 훌륭한 와인임에도 불구하고 미세하게나마 빈티지의 차이가 드러났다. (내공있는 도멘이기에 그 차이가 미세한 것!)
Echézeaux 2002는 처음 체리나 딸기 등 아직 어린 와인의 특성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로마가 복합적으로 발전되었다. 단단하며 군더더기 없는 아주 순수한 맛을 느끼게 해서 뱉지 못하고 그냥 삼키게 할 정도였다.
이에 비해 Echézeaux 2003은 말 잘 듣는 모범생 같은 느낌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풍부하며 2002년에 비해선 무난한 느낌이었다.
Grands Echézeaux의 경우 또한 2001년은 구조감이 뛰어나고 곧게 뻗어나가는 듯하며 정리된 타닌의 느낌이 인상적이었다. 앞으로 10년은 더 있어야 제 모습을 보여줄 것 같았다.
30년이 된 Clos de Vougeot 1976 은 산도와 당, 알코올 모두 잘 살아있고 서로 튀지 않고 편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목 넘김은 말할 수 없이 부드럽고 세월의 무게에도 단정함을 잃지 않는 와인으로 왜 이 도멘의 와인들을 “long-lasting and famous wines”이라고 평하는지 알 수 있었다.
- 베스트와인 에디터 박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