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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스키장에서 마셔야 제격인 Vin Chaud

2001년 겨울이 끝나기 전에, 오늘은 드디어 2001 겨울 여행기를 마무리 하기로 하겠습니다.

사실 이 miscellaneous는 여행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여행이라기 보다는 Annecy-le Vieux에 사는 친구들하고 Sylvester dinner를 할 겸 해서 간 거였거든요. 저희는 가능하면 정기적으로(일년에 한 정도) Annecy를 가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Pierre가 나이가 많은데다가(방년 81세) 알츠하이머에 걸렸거든요…

Pierre를 이제 더 보면 얼마나 보랴 싶은 것도 있구요, Ingrid(Pierre의 파트너, 59세) 위로도 해야할 것 같구요. 그래서 가능하면 자주 가보려고 하고 있어요. Annecy는 저에게 언제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십니다.

Annecy-le-vieux에 있는 Pierre의 집엔 보통 10-20여명이 모여서 Sylvester를 축하하는데, 올해는 저희 부부 말고는 방문자가 없었어요. 작년만 해도 Geisinger 가족까지 있어서 십여명은 됐었는데 말예요. 조용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정겨운 저녁이었어요. 와인이 넘치는 저녁이었죠…

역시. 삐에르도 물론 부족하지 않게 와인을 지하 창고에 가지고 있지만서도, Ingrid는 자기 집에 와인 저장고를 갖춰놓고 수백~ 거의 천 병 가까이을 쌓아놓고 있습니다. 그 와인 저장고를 볼 때마다 끝없이 솟아나는 부러움. 저도 언젠가는 멋지게 그런 와인 저장고를 가지겠다고 결심하고 있습니다. Ingrid 나이가 되면 저도… ^^

저희가 또 wine tasting을 하면서 사 간 wine까지 더해져서 더욱 풍성했던 저녁이었습니다. 역시 2년에 걸쳐 오래오래 많이 많이 먹은 저녁이라 그 다음날은 여지없이 1kg가 불어있긴 했지만요. 이 저녁은 장장 2001년 12월 31일 오후 9시부텀 2002년 1월1일 새벽 1시까지 계속된 디너였거든요… ^^

잉그리드는 자기 집 겸 작업실을 따로 가지고 있는데 그 집 근처의 레스토랑에서 주문해서 가져온 요리를 먹었어요. 그 집은 푸아그라(Foie gras: 거위간) 요리를 전채로 먹었는데 일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송아지 요리를 먹었구요… 모두모두 저희가 가져간 Cote du Rhone 지방 와인과 무지 잘 어울리는 음식이어서 시너지 작용까지 있는 저녁이었습니다. 와인 땜에 음식이 더 맛있고, 그 음식 땜에 와인이 더욱 빛나는 그런 식사 말이예요.

잉그리드는 하필(고의적으로 그랬음이 분명하지만) 디저트로 쵸코렛 무스(Mousse au chocolat)를 내놨습니다. 그러면서, 역시나 8년 전 그 날에 대해 언급하더군요.: Solie 많이 먹어. 이 Mousse au chocolat는 짜지 않아…
제가 8년 전에 전설적으로 짠 무스오쇼콜라를 제가 만들었던 게 다름 아닌 잉그리드의 주방에서였거든요. (이 얘기는 제 홈페이지
www.soliekim.com 의 cookingTips 1번 글을 읽어보셔요)

0시가 땡하지마자 저희는 우여곡절 끝에(삐에르가 자기가 따겠다고 박박 우기는 바람에) 저희가 가져간 Moet & Chandon의 샴페인을 마시면서 새해를 축하했습니다.


역시 맛있더군요… 호호. 그러고 샴페인을 다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1월1일엔 프랑스의 알프스 리조트 중 가장 호화스럽기로 유명한 Megeve로 드라이브를 갔어요. 가던 길에 찍은 사진이 Winter trip 사진 중에 있죠. 제가 잉그리드랑 찍은 사진을 보시면 됩니다. 아무 장비도 없이 거길 간 건 스키를 타려고 간 건 절대 아니구요, 정말 딱 드라이브 간 거였어요. 가서 따뜻한 카페에 앉아서 Vin chaud를 홀짝홀짝 마시고 왔습니다. Vin chaud (뱅쇼)가 머냐구요? 직역을 하면 따뜻한 포도주란 뜻이예요. 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잠깐 설명을 드리자면 레드 와인에 계피, 레몬을 넣어서 끓인 따뜻한 와인입니다. 하루 종일 스키 타고 꽁꽁 얼어 와서 불 앞에 앉아 가지고 그걸 한 잔 마시고 나면 금방 따뜻해져요. 아주 French적인 겨울음료 입니다. 작년 3월에 Chamonix에 스키 타러 갔다가 잔뜩 마셨더랬습니다. 에구, 맛있어.

저도 Ingrid에게 들은 이야긴데요, 끓인다고 아주 후진 와인을 넣으면 절대 안 된다고 하더군요. 아주 좋은 와인을 끓이느라 낭비할 필요도 없지만, 후진 와인은 금물이라고 합니다. 이번 겨울엔 Vin chaud를 한 냄비 끓여서 좋은 사람들과 나누어 마셔야겠습니다.

가서 본 Megeve의 인상이 어땠냐구요? 머… 뭐든지 비싸더군요… 눈길 위로 마차도 다니구요… 이쁜 산 위의 마을이긴 하던데요… 암튼, 비쌉니다.

Pottery D'Annecy를 들러서 Annecy를 기준으로 약 600km 떨어진 fontainebleau로 돌아왔답니다… 4시간 만에요… 좀 심했나요???

- solie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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