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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17차 베스트와인 아카데미]

칠레와인은 뭐니뭐니해도 가격대비 품질이 우수한 와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3%를 차지하고 있는 칠레와인이 최근 한국과 칠레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로 단계적으로 관세가 철폐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앞으로 칠레 와인의 수입과 소비자들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칠레 와인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이즈음 베스트와인에서는 '17차 와인 아카데미'로 칠레의 프리미엄급 와인들을 한자리 에서 시음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3월 29일 청담동 까사델비노에서 열린 이번 아카데미의 강의는 다년간 남미의 여러 와인산지를 두루 답사하시어 칠레의 와인산지를 한 눈에 꿰뚫고 계신 한독와인의 김학균 사장님이 맡아주셨다. 재미난 칠레 와인산지와 와인이야기, 그리고 프리미엄급 7종의 와인시음에 푹 빠져 어느덧 토요일 오후가 저무는지도 몰랐다.특히 이번 시음회는 철저한 블라인드 테이스팅 형식으로 진행되어, 전시된 칠레 와인들에 대해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받지 않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칠레와인 이야기]

남아메리카 남서부에 위치한 칠레는 남북의 길이가 약 5,000km로 남위 18도에서 56도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이다. 국토의 폭은 매우 좁은 편으로 80km에서 350km에 이른다. 인구는 약 1,500만 명이며 GNP는 약 4천5백불 정도이다. 그러나 낮은 GNP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정치나 문화 수준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곳의 기후와 토양은 포도재배에 알맞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질이 나쁜 와인을 만들 수가 없다'고 할 정도로 와인 양조에 적합한 나라이다. 해양성기후지대로 겨울에 비가 오고 늦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비가 거의 오지 않는 긴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일교차가 커 포도재배에 매우 적합한 천혜의 조건을 제공한다.

칠레에서 가장 주목할 것 중 하나는 이곳 재배지역에는 포도나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필록세라(Phylloxera)를 비롯한 심각한 병충해가 발생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곳 지역의 포도나무는 Pre-Phylloxera로 접목을 하지 않아 이 곳의 와인들은 옛 와인의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칠레 와인양조는 약 5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16세기 스페인의 통치와 함께 이 곳에 성찬용 포도주를 생산하기 위한 포도나무들이 심겨졌다. 이 후 3세기 동안 칠레의 포도재배와 와인생산은 질적 성장 없이 이루어지다가 1851년 '돈 실베스트레 오차가비아' (Don Silvestre Ochagavia)라는 선구자를 만나면서 일대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데, 그는 Cabernet Sauvignon, Pinot Noir 등의 묘목을 제공한 프랑스의 포도 재배업자 '베르트랑(M.Bertrand)'과 포도재배 및 와인 생산에 대한 기술제공을 약속하면서 칠레의 와인 생산 현대화와 인지도에 크게 기여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필록세라가 전 유럽을 강타하던 1880~90년대, 당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의 많은 양조업자들이 남미로 이주하여 그들의 와인양조 경력을 이어가게 되는데, 이들의 탁월한 양조기술은 포도재배에 더 없는 천혜의 기후, 토양과 맞물려 결과적으로 칠레 와인의 질적 향상을 이루어 놓았다.

1990년, 17년간의 Augusto Pinochet의 독재를 마감하면서 국제적인 자본과 기술의 대거 유입은 칠레 와인산업에 또 한번의 르네상스를 가져오게 되었다. 칠레의 고급 레드와인인 Alamaviva를 생산하는 Vina Alamaviva는 1997년 칠레에서 가장 큰 와이너리인 Concha y Toro社와 프랑스 보르도의 대표적이 와인회사인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社가 50대50으로 투자한 회사이다. 또한 미 캘리포니아의 가장 대표적인 회사인 Robert Mondavi社는 1995년 칠레의 Vina Errazuriz와 손잡고 Sena를 설립하여 프리미엄 와인 Sena를 생산하고 있다. 이제 와인 양조는 국경을 초월해 가고 있다. 높은 기술력이 이전된 천혜의 토양에서 뛰어난 와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칠레의 주요 와인산지]

양질의 와인은 칠레 중부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많다. 유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지역으로 재배 품종도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 프랑스의 주요 품종이 많다.

- Aconcagua Valley(아콩카구아 밸리): 중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칠레에서도 최고급 테이블 와인을 생산하는 곳이다.

- Casalanca Valley(카사블랑카 밸리): 태평양에 인접한 완경사의 구릉지대를 이룬다. 개발된지 10년밖에 안되는 지역으로, 최근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과 같은 화이트용 포도재배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 Maipo Valley(마이포 밸리): 안데스산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횡단계곡지역으로 칠레에서 가장 오래되고 고급와인을 생산하는 전통적인 와인산지이다. 규모가 적은 편이지만 주요 와이너리가 있는 곳이다.

- Rappel Valley(라뻴밸리): 마이포밸리 남쪽에 위치하며 기후는 습기를 동반한 해양성 기후로 준지역에 Cachapoal Valley, Colchagua Valley가 있다.

- Curico Valley(쿠리꼬 밸리): Rapel Valley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Curico Valley는 깊게 자리한 양토(loam)가 특징이다. 포도 성장기 동안 기후는 비교적 건조하고 낮에는 따뜻하며 일교차는 큰 편이다. 특히 Sauvignon Blanc과 Merlot을 재배하기에 최적이다.

- Maule Valley(마울레 밸리): 가장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칠레 최대의 포도재배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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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sting Note ]

함께 명시된 숫자는 이번 100점을 만점으로 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의 결과이다.
(100점 만점 기준시 획득 점수 / 시음 와인들 중 순위 / 까사 델 비노 가격 순)

1. Almaviva 1998 (Maipo Valley) - 91.00 / 1 / 177,000원

프랑스의 Baron Philippe de Rothschild와 칠레의 Concha y Toro가 만들어낸 합작품으로, 프랑스의 와인양조기술과 칠레의 토양이 빚어낸 걸작이다. 와인의 이름은 모짜르트의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Concha y Toro의 유명한 포도밭 Puente Alto Vineyards(40ha)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이 와인은 짙은 루비 빛이 매우 인상적이며 야생머루, 흑딸기, 구운 오크향이 매력적이다. 농축미가 뛰어나고 오묘한 탄닌은 입안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2. Cabo de Hornos Cabernet Sauvignon 1998 (Lontue Valley) - 89.62 / 3 / 146,000원

Vina San Pedro는 1865년 Correa Albano형제에 의해서 설립되었다. Cabo de Hornos는 1994년이 최초 빈티지로 1997년부터 시장에 선보이기 시작했다. 칠레의 대표적인 프리미엄급 와인으로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55년이다. 스파이시한 향들이 오크, 커피, 검붉은 과일의 복합적인 향들과 잘 어울려 있고 탄닌의 존재는 확연하나 결코 발란스를 깨지는 않는다.


3. Casa Real Cabernet Sauvignon 1998 (Maipo Valley) - 90.00 / 2 / 136,000원

1880년 Don Domingo Fernandez가 설립한 Vina Santa Rita는 칠레에서 3번째로 큰 와인회사이자 마이포 밸리에서 가장 유명한 와이너리로 일찍이 앞선 기술을 도입하여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 와인은 잘 익은 자두, 블랙커런트 향이 풍부하며 담배, 바닐라 초콜릿 정향 등이 향과 맛에 깊이를 더한다. 바디감이 매우 뛰어나며 타닌은 풍부하고 견고하다.

4. Don Maximiano 1998 (Aconcagua Valley) -88.00 / 5 / 171,000원

Errazuriz는 1870년 Don Maximiano가 Aconcaua Valley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이 곳은 포도재배에 더 없는 천혜의 토양과 기후를 갖는 이상적인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Don Maximiano는 Errazuriz의 철학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와인으로 블랙 베리, 민트, 깊이 있는 토양의 향취가 매력적인 와인이다.

5. Don Melchor 1998 (Maipo Valley) - 87.92 / 6 / 163,000원

Don Melchor Concha y Toro는 1883년에 Concha y Toro를 설립하고 보르도에서 포도나무와 양조기술을 들여와 와인양조를 시작하였다. 설립자의 이름이기도 한 Don Melchor 는 Concha y Toro의 Puente Alto Vineyards(60ha)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졌다. 자극적인 블랙베리 향과 깊이 있는 토양의 향취가 매력적이다. 부드럽고 원숙한 맛, 그리고 균형 잡힌 격조 높은 맛을 느낄 수 있는 full body의 와인이다.

6. Montes Alpha "M" 1998 (Colchagua Valley)- 87.77 / 7 / 145,000원

Montes는 현대 칠레 와인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개척자, Aurelio Montes외 3명의 공동 설립자에 의해 창립되었다. 이 회사의 최고급 와인인 Montes Alpha M은 칠레의 특급 와인 중에서도 선두에 서 있는 와인으로 보르도 방식으로 만들어져 맛의 깊이와 느낌이 고상하고 귀족적이다. 포도는 Colchagua Valley의 Apalta Valley 지역 포도밭에서 재배하고 있다. 블랙페퍼를 비롯한 향신료의 고급스러운 느낌이 프렌치 오크통에서 기인한 부드러운 바닐라 향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7. Sena 1998 (Aconcagua Valley)- 89.15 / 4 / 205,000원

세계적으로 정평 난 두 와인 제조 회사인 나파 밸리의 Robert Mondavi와 칠레의 Errazuriz가 합작하여 칠레 토양의 정수를 담아냈다. 와인의 레이블엔 두 와이너리의 제휴를 상징하는 문장과 사인이 새겨져 있다. 깊고 어두운 자주색에 블랙 체리, 베리, 다크 쵸컬릿, 달콤한 향신료, 바닐라의 향이 뛰어난 와인이다. 고급스러운 바닐라의 느낌은 성공적인 오크 숙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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