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어떻게 표현하세요?
지난 한달간 와인 많이 드셨나요? 그리고 조금 더 솔직하게 그리고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하셨나요? 혼자서 노트에 정리하신 것이든 여럿이 의견을 나누었던 간에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자, 그럼 지난 달에 내드린 숙제의 답을 맞춰 볼까요?
정답 공개!
1, 2와 3번 와인이 잔당이 10g/리터 미만인 드라이 와인입니다. 4번만 스위트 와인이죠. 4번은 Chateau D'Yquem, Sauternes 1989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로 이 와인과 다른 디저트 와인에서 발견되는 잔당의 양은 200g을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단하죠?
1번 지문은 Domaine de la Mordoree 2000 Cotes-du-Rhone의 로제 와인에 대한 테이스팅 노트입니다. 로제 와인은 달콤한 맛으로 악명(?)나 있어 와인을 좋아한 분들 사이에는 다소 무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 와인은 "dry and tart"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잔당이 적은 드라이 와인입니다. 잔당이 적어 그 상큼함이 더 돋보이는 와인입니다. (산도가 잘 느껴진다는 것은 "fresh"라는 표현에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구요.)
2번 와인은 블랙 베리 등의 향과 맛을 갖는다 것에서 레드 와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보다 정확하게는 Buena Vista Cabernet Sauvignon 1993이죠. 그런데 자세히 보니 스위트 등의 당도를 나타내는 단어들이 없군요. 그럼? 네, 이 와인은 드라이한 레드 와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하는 것은 "tart"라는 표현인데, 이것은 산도가 강해 침이 고이는 정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시큼함" 정도로 표현하면 될까요?
어째든 이런 표현이 먼저 보인다고 바로 "음. 이 와인은 드라이한 와인이야"하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산도가 강하면서도 단 맛을 띠는 와인들이 많거든요. 드라이(dry)의 개념은 잔당과 관련된 개념이지 산도와 관련된 개념은 아니라는 것, 잊지 마세요.
3번 와인은 "sweet, ripe, fruit" 때문에 혼동이 있지 않을까 해서 일부러 한번 넣어 본 예입니다. 스위트라는 단어가 열매(fruit)를 수식하고 있지 와인 자체를 수식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므로 와인 자체가 스위트한 것은 아닙니다. 이 와인은 Bestwine 그랑 크뤼 비교 시음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음 와인 중 가장 마음에 든다고 꼽은 와인인 Chateau Margaux 1997입니다. 물론 시음회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이 와인을 드라이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처럼 달콤한 과일 향 등이 나는 경우에는 실제 와인의 당도와 무관하게 더 달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드라이한 화이트 와인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지만, 향을 맛으로 오인하는 일이 없도록 하셔야 겠죠?
Dry의 다른 표현들.
위에서는 "Dry" 가 와인의 잔당과 관련하여 사용된 경우 (또는 사용되지 않았을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어떤 맥락에서 어떤 다른 용어들과 사용되느냐에 따라 조금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언어마다 그 경우가 다르겠구요. 우선 이 글에서는 제일 편하게 접하는 영어식 표현에서 달리 "dry"가 사용되는 경우을 살펴볼까요?
"drying out"
이 표현은 와인이 지니고 있던 과일향(스위트한 와인의 경우에는 그 단맛)을 잃게 되는 단계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Drying out" 단계에 들어선 와인에서는 산, 알코올 또는 탄닌이 맛을 지배하게 되는 경우이며, 이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그 와인의 맛이 다시 좋아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dry tannin"
달콤하지 않은 탄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탄닌이 주는 텁텁함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지요. Jordan Cabernet Sauvignon Alexander Valley 1992를 묘사한 내용에서 이런 표현을 찾을 수 있었는데 한번 보시겠어요?1
Dry and tannic, with a musty earthy note to the wild berry and cherry flavors. Finishes with yet more dry tannins.
처음 나오는 "Dry"는 와인이 지니는 잔당의 정도를 나타내 준다면 2번째 문장에 나오는 "dry"는 탄닌의 성격을 나타내는 주는 것입니다.
여러 곳을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지 않더군요. 어떻게 생각하면 그만큼 선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라는 의미도 되겠죠? 여러분들도 "Dry"가 달리 사용되고 있는 표현들을 보신 적이 있나요?
Dry = 순 한국말로 무엇?
"드라이"의 한국어 표현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숙제입니다. 드라이를 어떻게 표현해야 적당할까요? 계속해서 "드라이"라고 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무감미/ 감미"등의 한자를 사용한 표현을 쓸까요? 다른 좋은 아이디어 없으신가요? 생각해 보시고 베스트 와인으로 의견 보내주세요. 와인 문화를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만드시는데 큰 기여를 하시는 것일 겁니다.
1. 이밖에도 와인의 와인의 잔당을 감지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은 산, 탄닌, 그리고 탄산가스, 서빙온도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