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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종 (yoo@wineok.com)
온라인 와인 미디어 WineOK.com 대표, 와인 전문 출판사 WineBooks 발행인, WineBookCafe 대표를 역임하고 있으며 국내 유명 매거진의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The Wine of Kings, The Kings of Wines BAROLO

正半合의 변증법적 관점으로 바라본 바롤로의 전통과 현대 (마지막편)




 


글 _유경종
자료 _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조셉 바스티아니치, 데이비드 린치, 2010)
더 와인바이블(캐런 멕닐, 2010)


BAROLO WAR의 발발

전통적 방식의 Barolo 양조과정에 대해알아보자. 전통적인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네비올로를 나무로 만든(흔히 밤나무로 만들었으며 50 헥토리터 이상 담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커다란 통(botti)에 넣고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1980년대까지 두 지역 모두에서 이 방법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여전히 이렇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커다란 나무통에서 이루어지는 발효과정은 온도 조절 없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이 때문에 와인이 박테리아 감염에 민감해지기도 했다). 발효 후에 일어나는 포도 껍질의 침용추출 과정(maceration)은, 생산자들이 와인의 수명을 위해 포도 껍질에서 타닌을 충분히 우려낼 필요가 있다고 여길 경우 약 두 달 동안 이어졌다.

또한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해 커다란 나무통에 오래 두게 되면 나무 틈을 이용해 산화작용이 일어나서 와인은 벽돌색, 심지어 오렌지 빛을 띠기도 한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와인은 달콤한 맛에 장밋빛이 돌며 말린 체리 향과 가죽, 타르, 흙 향이 난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을 잘 따르지 않은 바롤로는 구식 양조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문제점을 지니게 된다. 오래되고 지저분한 배럴 때문에 지저분한 맛이 나거나 산화되고 혹은 박테리아에 감염되어 말 그대로 구역질 나는 냄새를 풍기기도 한다.

바로 이런 문제점이 BAROLO WAR를 촉발시켰다. 1960년대에 레나토 라티, 안젤로 가야, 엘리오 알타레 등 개척정신을 가진 생산자들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의 전통적인 와인 양조 방식에 도전장을 내기 시작했다. 전통적 양조 방식에 따르면 오랜 숙성 기간을 위해 큰 슬로베니안 오크통 사용하며 30~60일 정도 침용 과정을 거친 뒤 커다란 슬로베니안 오크 통에서 4~8년 정도 숙성을 시켜 타닌을 부드럽게 만든 후 병입한다. 반면에 현대적 양조 방식은 빠른 숙성을 위해 작은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하며, La Morra와 같은 좀 더 부드러운 바롤로를 생산하는 Central Valley에서는 좀 더 강건하고 장기숙성 가능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또는 단축된 숙성 기간에 알맞도록 프랑스 오크통을 사용한다.

 

3.jpg


BAROLO WAR, 논쟁의 핵심

근대 바롤로 와인생산자들은 최초로 현대식 정밀검사를 통해 발효과정에 온도 조절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덕분에 이들은 한층 더 균형 잡히고 휘발성이 약하며 박테리아에 강하면서도 포도의 특성이 두드러진 와인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발효과정에서 온도가 너무 높아지면 맛을 내는 많은 요소가 열 때문에 사라지면서 요리가 된 듯한 맛을 내기 십상이다. 예전의 바롤로가 그러했다).

현대 생산자들의 또다른 업적은 용량이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을 새로 구입한 것이었다. 최초로 225리터 사이즈의 프랑스산 오크통(바리크)을 과감하게 도입한 인물인 안젤로 가야는, 네비올로가 가지고 있는 거친 타닌 성분을 프랑스산 오크통이 지닌 달콤한 나무의 타닌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더 작은 배럴을 사용하면 와인의 색상을 유지할 수 있으며 와인이 더 빨리 숙성되면서 풍부하고 과일 향이 가득한 와인이 된다고 믿었다.

“네비올로의 껍질은 피노 누아처럼 대단히 얇습니다. 그리고 색을 많이 내지도 않죠.” 매끄럽고 현대적인 바르바레스코를 만드는 브루노 로카(Bruno Rocca)의 말이다. “잘 구워진 바리크 내벽이 와인의 색상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그렇지만 저는 현대니 전통이니 하는 논쟁 따위에는 동조하지 않습니다. 약 20년 전만 해도 와인의 90퍼센트에 문제가 있었고 산화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이 전통일까요?” 현대 생산자들은 또한, Green Harvest, 클론의 과학적인 선정 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2.jpgBAROLO 논쟁에 대한 Barolista들의 입장

바롤로의 맛을 담금질하는 양조가들은 저마다 자신의 바롤로가 최고라고 주장하지만, 와인 세계를 구세계와 신세계로 이분화한 와인 저널리즘은 이들을 전통적 바롤로주의자와 현대적 바롤로주의자로 나누었고, 전자를 가리켜 바롤리스타(Barolista)라고 불렀다.

이들 바롤리스타들은, 현대적인 바롤로 와인은 까베르네 소비뇽에 유사해져 간다(개성이 없어지고 진부한 표준화된 와인이 되어간다)고 비판하였고, 전통적인 제조업자들은 프렌치 오크통이 바롤로 특유의 트뤼플, 타르, 장미향과 기저를 이루는 모카나 바닐라 향을 없앤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와인은 아주 잘 관리된 botti에서 숙성시켜야 하며, 이렇게 해도 아주 충분히 훌륭한 와인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적인 바롤리스타들의 바롤로 와인은 피노 누와의 섬세함과 카베르네 소비뇽의 강한 맛이 혼합되어 있다. Mauro Mascarello, 자코모 콘테르노, 주페제 리날디 , 바르톨로 마스카렐로, 지안프랑코 보비오, 프란체스코 리날디, Bruno Giacosa, Giuseppe Mascarello, 쟝프랑코 보비오 등이 대표적인 전통주의자들이다. 대체로 나이가 많은 이들 전통주의자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요즈음은 현대식 방법의 일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가죽 냄새 나는 전통적인 바롤로가 많이 있긴 하지만 과거에 비해서 훨씬 깨끗하고 원숙해졌다.

“전통이라는 말이 오늘날에는 어떤 흠이 있다는 말처럼 들리게 되었는데 완전히 잘못된 거죠.” 라고 로베르토 콘테르노는 말한다. 그는 몬포르테 달바에서 자신의 아버지 조반니와 함께 자코모 콘테르노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껏 시도해온 것은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조화시키는 일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침용 추출 기간을 길게 잡는 것이 옳다고 믿지만 과거처럼 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여전히 커다란 오크통에서 숙성을 시키지만 과거에 쓰던 것보다는 새것이고 더 깨끗하죠. 그리고 그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공기에 노출시키지 않으려고 대단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결국, 헤겔의 변증법적 원리, 정-반-합의 역사발전에 대한 원리는 여기에서도 타당하다.


바롤리스타들과 대립되는 바롤로 혁신주의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바리크를 도입한 것 외에도 이들은 발효와 침용추출 기간을 단축시키기 시작했고, 포도 껍질에 담긴 모든 색상은 침용 추출 과정의 첫날이나 이튿날에 모두 추출된다고 믿었으며 이는 대부분 사실로 증명되었다. 그들은 침용추출 과정이 길수록 오히려 산화되는 과정에서 색상이 변질되고 더욱 쓴맛이 나는 타닌만 남을 뿐이라고 말한다.

4.jpg현대주의 생산자들은 바롤로에서 타닌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바롤로의 살아있는 전설 중 하나인 엘리오 알타레 역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 “바롤로는 타닌 없이 숙성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 질문으로 답을 대신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은 어떻게 40년 동안 숙성될 수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발효기간을 단축시키고 바리크를 사용한 제 실험의 목적은 어떠한 타닌이라도 견딜 만큼 과일 성분을 충분히 갖고 있는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생산자들 중 많은 이들이 껍질과 발효액을 계속 혼합시키는 최첨단 장비 로토발효기(roto-fermenter)로 와인을 발효시킨다. 한때 40일이나 걸렸던 발효와 침용추출 과정이 이를 통해 4일로 단축되었다. 그 결과 현대주의 생산자들은, 와인의 과일 향이 더욱 드러나고 쓴 타닌이 적어졌으며 깊은 루비 빛을 띠게 되어 언제라도 마실 수 있는 와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킴에 따라 크림처럼 보이고 광택이 보이기도 하는데 종종 이러한 광택이 지나치게 나타나기도 한다.



피에몬테의 최고 빈티지(1980~2004년)

최근 몇 년간 피에몬테의 빈티지는 매우 좋았다. 실제로 1995년부터 2001년까지 계속해서 훌륭한 와인이 생산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2000년도가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생산자들은 2001년도에 더욱 열광한다.

“내게는 1996년과 2001년이 피에몬테 최고의 해였다.” 최고의 바롤로 생산자 중 하나인 도메니코 클레리코의 말이다. 그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가 바롤로가 누릴 수 있는 가장 영광스러운 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탈리아의 다른 지역에서처럼 1997년, 1999년, 2000년은 유난히 덥고 건조했던 해로 이때 나온 와인들은 다른 해의 와인보다 힘이 있고 농도도 진하다. 클레리코에 따르면 1996년, 1998년, 2001년은 기후적으로 보았을 때 일관적이어서 와인에 힘이 있었지만 아로마는 그 어느 해보다 잘 표현되고 균형을 잘 갖춘 와인이 나왔다. 지난 20년 동안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에서 최고라고 꼽을 수 있는 해는 다음과 같다:

1982, 1985, 1988, 1989, 1990, 1996- 97점, 1997-93점, 1998- 92점,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참조]

1999- 95점, 2000- 95점, 2001- 96점, 2003- 90점,2004 -96점.[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참조]

2005- 92점, 2006- 93점, 2007- 92점, 200-8 93점 [로버트 파커의 피에몬테 빈티지 점수]



와인애호가에게 있어서 Barolo의 의미

"But be warned: This is only the beginning of what can easily become an all-consuming and expensive hobby"
"경고: 이는 당신을 끝도 없이 소비하게 만드는 값비싼 취미의 시작일 뿐이다."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비교’와 ‘대조’에 중독되어 있는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평생을 바쳐 연구할 만한 가치를 지닌 와인이다. (중략) 와인마니아가 되면 Cannubi의 밭에서 나는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수준이 되려면 와인마니아의 절정에 도달해야 한다. 즉, 와인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묘한 차이점을 찾아내기 위해 인생의 다른 부분을 모두 내던질 정도로 광적인 수준이 되어야 한다.


바롤로의 대표적인 생산자[더 와인바이블(캐런 멕닐, 2010)]

알도 콘테르노(Aldo Conterno)
브루노 자코사(Bruno Giacosa) (03)
체레토(Ceretto) (05)
가야(Gaja)
자코모 콘테르노(Giacomo Conterno)
주세페 마스카렐로(Giuseppe Mascarello) --Monprivato (00)
루치아노 산드로네(Luciano Sandrone) -- CannubiBoschis (04)
루이지 에이나우디(Luigi Einaudi)
마르카리니(Marcarini)
파올로 스카비노(Paolo Scavino)
프루노토(Prunotto) (4)
로베르토 보에르치오(Roberto Voerzio) – Cerequio (03)
 Elio Altare --Barolo La Morra ( 03)

바르바레스코의 대표적인 생산자들[더 와인바이블(캐런 멕닐, 2010)]

브루노 자코사(Bruno Giacosa)
칠리우티(Cigliutti)
가야(Gaja)
마르케시 디 그레시(Marchesi Di Gresy)
모카가타(Moccagatta)
프루노토(Prunotto)
레나토 라티(Renato Ratti


 

글쓴이 _ 유경종
(주)바롬웍스ㅣ와인북스ㅣ와인북카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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