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트에 대한 단상

글 _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
사진제공 _
VINCSR (Sine Qua Non 2008 B20, Sine Qua Non 2006 A Shot in the Dark)



미국 사람들은 이름을 참 잘 짓는다. 슈퍼 투스칸이라는 이름 역시 미국에서 먼저 지었고, 컬트라는 개념 역시 미국에서 먼저 나온 개념이다. 컬트가 일본으로 오면 오타쿠라는 개념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대개 컬트는 모집단이 아주 작은데 그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경우를 뜻한다. 그래서 대개는 컬트가 대중성을 띠게 되면 더이상 컬트가 아니라고들 이야기한다. 컬트 와인 중에서 최고봉을 꼽으라면 미국의 스크리밍 이글(Screaming Eagle)이나 할란 에스테이트(Harlan Estate) 등을 들 수 있고, 최근에는 시네쿠아 논(Sine qua non)을 들 수 있다. 이 각각의 특성을 살펴보면 우선은 소량 생산이고, 희소성이 있다는 점이다. 컬트 와인은 이런희소성 덕분에 그리고 아주 대단한 점수를 받은 결과,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유명한 와인으로 이름을 떨치게 된다.

사실 컬트라는 것은 좀 더 정치철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혼동의 그리고 다원화된 사회에 있어서 특정한 집단의 지지를 받는 것이 컬트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숭배의 대상이 되기는 하지만, 그 숭배의 개념이 만약 대중성을 띠게 된다면 컬트로 보아서는 안된다. 컬트 와인이 대중성을 띠게 되면 컬트 숭배자들은 또 다른 컬트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그 컬트의 맛을 느끼기 위해서,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은밀한 것을 알고 있는 양, 컬트의 맛에 탐닉하고 빠져든다.

컬트는 컬트의 특성을 띨 때 컬트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컬트는 그런 개념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는 듯 하다. 스크리밍 이글의 경우 이미 희소성의 개념을 떠나서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와인이 되어버렸으며, 시네 쿠아 논 역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숭배의 대열에 오르고자 많은 와인들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그리고 인간의 근원적인 공명심을 생각한다면 이런 대열을 나쁘다고 이야기 해서는 안될 것이다. “땅을 파봐라 돈이 나오냐”는 좀 개똥철학 같은 단어를 들이밀어서 이 논리를 정당화 시켜보자.

2.jpg예술에 있어서는 이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yBa(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주자인 다미엔 허스트(Damien Hirst). 그의 대표작 ‘상어’는 포름알데히드에 상어 한 마리 넣어둔 것이다. 지금 그 작품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처음 가격이 약 50,000파운드였지만 지금은 최고가에 거래가 되는 미술품이 되었다). 어느 한 예술품의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오른다. 그 희소가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그들 생전에는 예술성을 인정받지 못하다가 그들의 사후에서야 대중은 그들의 위대한 영혼 정신을 깨닫는다.

인식되지 못하는 혁신은 컬트가 될 수 없다. 소수에 의해서 인식되는 혁신은 컬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컬트가 보편화로 흐르면 컬트를 벗어나게 된다. yBa 미술가들은 파격적인 미술을 선보이기 위하여, 심지어는 자신의 혀가 뱀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하여 가운데에 외과적인 매스를 들이대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우리가 보았을 때 그들은 정상일까 아닐까? 그건 독자들에게 맡긴다.

처음부터 yBa가 대중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는 않았을 것이다. 혁신적 숭배를 위해서 굳이 그것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컬트의 대상이 되는 것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은, 에도시대 화가 카쓰시카 호쿠사이(葛飾北齋, 1760-1849)의 그림이 서양에 전달되었을 때 그들에게 주었던 충격적인 느낌만큼이나 자연스럽고도 가슴 벅차게 넘어올 것이다.

컬트란 우리가 어떤 와인을 어떤 명성에 따라듣고 마시는 것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숭배하고 내가 고귀하게 생각하는 어떤 하나의 와인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름을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고로 내 마음속에 하나의 바람을 일으키고 설레임을 주었던, 그런 와인을 숭배하는 것이 더 맞는 것 아닐까? 나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하나의 컬트를 만들 때 진정한 와인 애호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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