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dynamic Wine, a Bottled Cosmos


비오디나미 와인,

자연의 순리를 담다 (2)




글 _김홍원



비오디나미 농법은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그는 단순한 농학자가 아니었다. 현대 인지학(정신과학)의 창시자로 영적 체험을 통한 지성적 연구를 수행했던 그는, 1924년 농업에 관해 강연을 하는 자리에서‘지구상의 모든 현상은 생명현상을 포함해 우주의 법칙에 지배되어지고 있다’는 상황을 전제로‘인간이 지구상에서 생명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농업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슈타이너의 농법은 인지학의 원칙을 존중하며, 화학비료의 대량투입은생명을 가진 유기체인 토양으로부터 생명을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 등 화학비료의 사용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피력하였다. 또한 도시 생활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는 평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었을 때 나타난다고 생각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작물 경작 시에 유기비료나 살충제를 배제하고 퇴비 역시 극소량으로만 사용해야 하며, 대신 바이오 촉매기능을 갖는 식물성 물질로 만든 퇴비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슈타이너의 사상은 에르헨프리드 파이퍼(Erhenfrid Pfeiffer)로 이어져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체계화되어 유럽과 미주지역을 중심으로 실천되고 있다.

슈타이너는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근거로, 달과 식물의 관계, 쇠뜨기풀과 땅의 관계를 증명해 보이려 하였다. 그는 훈련과 경험을 통해 초감각을 획득했다고 스스로 밝힌다. 그의 저서 [초감각적 세계의 인식]에는 식물과 광물의 영혼을 볼 수 있는 방법도 서술돼 있다. 그의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그가 말하는 초감각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수밖에 없으며, 결국 비오디나미 농법을 지지하는 사람은 슈타이너 박사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고 볼 수 있다.

비오디나미는 슈타이너가 수립한 원칙에 기반하여 성립되었지만 실제로 슈타이너의 농법 강의 중포도주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어 진 적은 없다. 대신 퇴비 개선이라든가 하는 자신의 경험담을 주로 들려주는데, 그의 저서에서는 과학적인 이론과는 다른 내용들이 전개되고 있다.

들쥐 퇴치법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들쥐를 몇 마리 죽여 껍질을 벗긴 다음, 금성이 전갈자리에 올 때 그 껍질을 태우고 남은재를 경작지에 뿌리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사람들은 대단한 흥미와 관심을 갖든지 아니면 비과학적, 주술적이라고 무시하든지 할 것이다.

그의 이론은 프랑스에서 가장 먼저 인기를 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오디나미는 프랑스 와인 문화의 전래 비법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와인이 원산지 토양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기본적인 양조철학이다. 슈타이너는 이 비법을 확대 적용해 각 포도원이 가능한 한 외부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자급자족으로 꾸려 나갈 수 있는 생명 농법을 개발하고 공표한 것이다.

지난 수세기 동안 와인 양조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해 포도를 수확하게 되었으며, 오크통보다 위생적이고 수명이 긴 알루미늄 탱크가 등장했다. 또한 토양의 상태를 면밀히 분석하여 현재의 상태를 점검하거나 가장 적합한 포도품종을 선택하는 항공 사진 촬영 기술도 발달했다.

이러한 변화는 와인 생산 과정을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화의 물결에 등을 돌리고 와인 그 자체의 본질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계화와 수지 맞는 장사를 포기하고, 자연에서 얻은 와인을 자연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매진하는 이들은 세계적으로 새로운 물결을 창조해냈다. 비오디나미(Biodynamie) 와인이 바로 그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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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또는 비오디나미 농업의 기본적 조건의 하나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다.
포도나무는 자연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른 동식물들과 공존해서 자라야 한다. 하지만 인간은 더 많은 생산량을 거두기 위해 화학제품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토양에 관개 용수를 공급함으로써 와인의 균일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토양의 질을 저하시킨다. 제초제는 효과적으로 잡초를 죽이는 반면 많은 다른 생물 역시 죽게 만든다. 토양은 고갈되고 식물이 성장하기에 필요한 부분을 더 이상 충족시킬 수 없게 된다. 또한 질소나 다른 비료를 추가하여 단기간 내에 생산량을 증가시킨다. 그러나 결국에는 식물의 병충해/질병 저항력이 떨어지고 만다. 인공적인 힘으로 다양성이 파괴되고 획일적인 포도 농사가 진행되는 것이다.

비오디나미 와인과 유기농 와인의 공통점은 많지만 비오디나미는 유기농보다 더욱 적극적인 복고(復古)이며 유기농의 강화된 형태이다. 사실 현대식 포도 재배방식은 인간의 노동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오디나미 농법에서 토양은 식물과 지구, 그리고 우주 행성 사이에 공생한다는 것이 기본 이론이며, 농약 대신 거름이나 퇴비를 이용하고 유기농 비료나 살충제마저도 허용하지 않으며 해충을 잡을 때는 무당벌레와 같은 천적을 이용한다. 태양, 달, 지구, 별의 주기와 리듬에 따라 자연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조금은 유별난 포도재배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비오디나미 와인이다.

비오디나미 경작법은 실제로 일손이 많이 가는 농법이지만 그만큼 환경지향적인 농법이라 할 수 있는데 산업화 이전 농민들의 수확방식을 고스란히 따르는 것이다. 비오디나미 농업은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하며, 이 농법으로 재배된 포도는 와인을 매우 독특하고 개성있게 만든다.

화학비료를 사용하면 포도나무는 잎에서 태양에너지를 받아 광합성 작용을 하고 엽록체를 만들어서 당분을 축적한다. 언뜻 보면 별다른 문제점을 찾을 수 없는 이 생리작용은 사실 나무의 자연적인 메커니즘을 파괴하는 부분이다. 나무가 영양분을 얻기 위해서는 토양으로부터 미네랄 등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포도열매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료는 포도나무의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낮춘다. 그래서 이를 보충하거나 늘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화학제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와인 메이커에겐 오로지 기술개발만이 해결책이 된다. 이런 방식을 거쳐 탄생한 와인들은 저임금의 신세계 와인에서 쉽게 발견되는데, 이것이 바로 맛의 획일화를 초래하는 주범들이다.

니콜라 졸리는 획일화 되어가는 경작법과 양조 방법으로는 떼루아에서 비롯되는 와인의 개성을 발산할 수 없다는 신념으로 비오디나미 농법을 시작했다. 현재 그의 와인은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비오디나미 농법은 지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소의 뿔에 소의 내장을 넣어 겨울 동안 땅에 묻어두었다가, 퇴비와 섞어서 땅에 뿌린다. 이 외에도 수정, 허브차 등 범상치 않은 재료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포도 나무를 심는 시기를 결정할 때에도 달과 다른 혹성의 위치를 고려한다.친숙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다 보니 비오디나미 농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소의 내장을 사용하는 것을 두고 ‘포도밭의 부두교’라는 비난을 하기도 한다. 분명 비오디나미는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기 때문에 포도 재배자와 와인 양조자에게 위험부담이 크다.

그러나 포도밭의 개성, 떼루아를 본연의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켜 최대한 자연 그대로 와인에 담는다는 이 발상은 창조적이며 훌륭한 품질의 와인을 빚어내어, 세계 프리미엄 와인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극했다. 비오디나미 농법으로 만든 와인은 신선하고 풍부한 과일향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부드러운 타닌과 훌륭한 구조감을 나타낸다. 현재 전 세계 750여 개의 와인 메이커가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시켜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글쓴이_김홍원
신세계 푸드 바이어,중앙대학교 마스터 소믈리에 3기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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