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모임 약속이 하나 둘씩 잡히기 시작한다. 개중에는 각자 와인을 한 병씩 들고 와서 함께 나누는 모임도 있다. 경험상 이런 모임의 경우 열에 아홉은 레드 와인을 들고 나타난다. 그러다 화장실 거울 앞에서 온통 짙은 보라색으로 착색된 치아를 마주하면 어찌나 민망해지는지.
우리 나라가 워낙 레드 와인 소비가 많기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상황에 따라 다양한 타입의 와인을 대입하는 개인의 센스가 부족한 감도 없지 않다. 여러 사람이 모여 대화와 음식을 나누는 자리에는 와인 또한 다양한 스타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모임의 단계별로 어울리는 와인이 있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취향을 배려하는 행위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작은 언제나 분위기 돋우는
스파클링 와인
모임의 분위기를 돋우기에 스파클링 와인 만한 것이 있을까. 가느다란 기포가 생기 있게 솟아오르는 스파클링 와인은, 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흥미롭고 유쾌한 시간이 펼쳐질 거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리고 한 모금 들이키는 순간 느껴지는 청량함과 짜릿함은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입맛을 돌게 한다.
‘라 마르카 프로세코 La Marca Prosecco’는 매년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산 스파클링 와인이다(아래 사진). 2007년에는 프로세코 중에서 최초로 <Wine Spectator 100대 와인> 중 하나로 선정되면서 프로세코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프로세코는 샴페인에 비해 훨씬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가성비가 뛰어나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음식은 더 맛있게, 대화는 더 맛깔 나게 해주는
우아한 화이트 와인
테이블 위로 기다리던 음식이 차례로 등장하면 우리들의 입과 손은 더 바빠진다. 정성스레 만든 음식의 맛있는 풍미는 오감을 만족시켜 주고 대화는 점점 더 활기를 띠어 간다. 이 때 높은 산도와 향긋한 아로마를 지닌 화이트 와인은 음식과 대화 모두를 돋보이게 해주는 뛰어난 조력자다.
샤도네이는 가장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 품종이다. 추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우 미네랄, 녹색 사과, 감귤류, 자몽의 향이 나며 상쾌하고 파삭하고 가볍다. 반면, 캘리포니아처럼 더운 지역에서 생산되는 샤도네이는 풍성하고 짙은 열대 과일 풍미를 발산하며 구조감이 견고하다. 와인 양조자가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경우 매혹적인 오크 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1997년부터 올해까지 <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 일곱 차례나 선정된 ‘랜드마크 오버룩 샤도네이 Landmark Overlook Chardonnay’는 프리미엄급 캘리포니아 샤도네이의 전형을 보여주는 와인이다(아래 사진).
분위기가 무르익을 땐
무게감 있는 레드 와인
이제 테이블 한 켠에 마개를 열어 두었던 레드 와인이 등장할 차례다. 묵직한 병 안에서 숨 죽이고 있던 레드 와인의 풍미는 산소와 접촉하면서 서서히 짙어진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레드 와인의 타닌은 육류 요리와 함께하기에 그만이다. 입 안을 덥혀 오는 알코올의 열기와 잘 익은 검붉은 과일의 풍미는 절정으로 향하는 모임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
비냐 빅(Vina VIK)의 ‘밀라칼라 Milla Cala’는 칠레 와인도 클래식한 보르도 와인처럼 고급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와인이다(아래 사진). 프랑스 보르도의 특급 와이너리인 샤토 파비(Ch, Pavie)의 소유주 패트릭과 노르웨이 출신의 억만장자 사업가 알렉산더 빅이 의기투합해서 만든 와인이다. 올해 <Wine Spectator 100대 와인>에서 22위를 차지하면서 와인애호가와 소믈리에들 사이에서 꼭 마셔 봐야할 와인으로 자리를 굳혔다.
수입_ 인터와인 (070 7897 2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