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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와인 역사에서 안티노리Antinori란 이름은 생각보다 무겁다. 무려 600년동안 42대째 와인생산을 하는 가문으로 가히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이태리와인의 현대화, 고급화를 이끈 주인공이다. 특히 보수적인 이태리에선 상상조차 못했던 보르도 품종을 들여와 일명 슈퍼투스칸 와인을 만들어 성공함으로써 이태리와인의 질적 향상은 물론 국제적인 명성도 가져왔다.


최초의 슈퍼투스칸 와인 사시까이아(생산자인 Mario Incisa della Rocchetta는 안티노리형제의 사촌)를 제외하면 티냐넬로, 솔라이아, 오르넬라이아, 마세토 모두 안티노리의 작품으로 초창기 슈퍼투스칸 와인의 동력이 되었다. 여기서 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는 현재 안티노리가문의 수장인 피에로의 동생 로도비코 안티노리가 1980년대에 독립해서 만들었다.


오르넬라이아 1998 빈티지(96점)가 와인스펙테이터가 뽑은 2001년 100대 와인들 중 1위를 차지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일각에서 ‘오르넬라이아는 이태리와인의 르네상스를 상징’한다며 극찬했다. 이후 로도비코는 오르넬라이아를 로버트몬다비와이너리에 넘기고 야심 찬 프로젝트, 테누타 디 비세르노Tenuta di Biserno(이하 비세르노)를 새롭게 준비했다. 거장의 귀환은 이미 시작되었다.


지난 5월 25일 비세르노의 니콜로 피니졸라Niccolò Finizzola 마케팅이사가 방한하여 수입사 나라셀라의 주최로 국내 와인애호가들과 와인전문미디어와 만남을 가졌다. 

 

 

002.jpg<영감을 중요시하는 예술가 타입의 로도비코 안티노리>

 


로도비코는 피에로와 의기투합해서 토스카나 서쪽, 볼게리와 비보나 경계에 자리한 언덕에 비세르노를 설립했다. 사업가인 피에로와 영락없이 예술가 타입의 로도비코는 오랫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두 사람이 힘을 합친 경우는 이 프로젝트가 유일하다. 


비세르노가 자리잡을 언덕을 보고 로도비코는 “보르도의 생테밀리옹과 포므롤을 많이 닮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서쪽 경사면의 토양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석회암과 둥근 자갈이 많이 섞여있다. 바다와 인접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고도가 높아 일조량도 넉넉하다. 낮과 밤의 일교차 또한 큰 편이다. 메를로와 카베르네프랑에 안성맞춤인 테루아로 ‘토스카나의 생테밀리옹’이라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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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넬라이아와 마세토(메를로 100%)의 성공으로 보르도 품종에 익숙한 로도비코는 카베르네 프랑을 새로운 도전의 열쇠로 선택했다. 카베르네 프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피니졸라 마케팅이사는 “카베르네 프랑이 보르도 우안과 비슷한 이곳의 테루아에 잘 맞기도 하고 요즘 와인애호가들 사이에서 뜨는 품종으로 차별성을 갖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연하고 복합미를 가지면서 어릴 때도 마시기 좋은 카베르네 프랑은 숙성잠재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에 재평가받고 있는 품종이다. 시류를 잘 읽고 그에 맞는 최고급 와인을 만들어내는 로도비코의 탁월한 마케팅감각에 놀랄 따름이다. 


또 다른 차별성은 프티베르도의 높은 블렌딩 비율이다. 보통 보르도 메독에서 아주 소량 블렌딩하는 프티베르도는 완전히 익을 때까지 오래 걸리는 품종이다. 햇빛이 풍부하고 온화한 볼게리의 테루아에서 프티베르도는 완벽하게 익는다. 로도비코가 프티베르도를 높이 평가하며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는 보르도의 우안과 좌안의 장점을 모두 취하기 위해 시도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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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전세계 최고의 와인양조가이자 컨설턴트인 미셸롤랑이 와인컨설팅을 담당하고 스웨덴 출신 헬레나린드버그가 수석와인메이커로 팀을 이뤄 과일풍미가 세련되고 우아한 비세르노 스타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15년이상 로도비코와 함께 일했던 미셸롤랑은 이미 훌륭한 테루아의 요소를 갖춘 포도밭과 뛰어난 첫 빈티지 와인이야말로 비세르노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징조라고 언급했다. 


약 49헥타르의 비세르노에서 세 가지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기본급와인 일피노디비세르노, 주력와인 비세르노, 최정상의 희귀와인 로도비코로 연간생산량은 대략 10만병 수준이다. 인근에 위치한 깜포 디 사소Campo di Sasso 포도밭은 비세르노에 비해 고도가 낮다. 모래가 많이 섞인 토양으로 보르도 품종들도 재배하지만 시라의 비중이 높은 게 남다르다. 여기서 시라를 중심으로 블렌딩한 레드와인 인솔리오델칭걀레와 로도비코의 딸, 소피아의 이름을 딴 로제와인, 소프Sof를 생산하고 있다. 


2016년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하면서 했던 와인스펙테이터의 인터뷰에서 로도비코는 오르넬라이아를 만들던 80년대보다 “지금이 백배 더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욱 치열해지는 경쟁 때문인데 “모두가 좋은 와인을 만들고 있다. 오히려 진짜 나쁜 와인을 맛보는 게 더 어려워졌다.”라고 말하듯 그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혼신을 다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로도비코 자신부터 깨닫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연습게임만 했던 비세르노가 드디어 링에 올라왔다. 까다롭고 냉정한 와인업계의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피니졸라 마케팅이사는 “오르넬라이아가 성공했던 시절의 인기와 비슷하다.”며 적극적으로 변한 시장에 대해 언급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던 로도비코의 생애 마지막 도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오르넬라이아에 이어 비세르노까지 로도비코 안티노리는 그렇게 이태리 와인의 전설이 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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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세르노 2013

Biserno 2013
품종: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프티 베르도 

 

안티노리가문이 소유하는 오래된 성의 이름을 딴 와인으로 카베르네 프랑이 블렌딩의 중심이다. 15개월 새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한 뒤 12개월동안 병 숙성하고 출시한다. 연간 생산량은 3만병이다. 짙은 루비색상이 매혹적이다. 블랙베리와 프룬의 향이 강렬하고 농도 또한 진하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무게감, 오크의 스파이시한 느낌, 풍부한 과즙, 잘 익어 달콤한 과일 풍미, 실크처럼 매끄러운 타닌 등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다. 강렬하면서도 우아한 스타일로 잘 만든 카베르네 프랑의 가장 훌륭한 예라고 할 수 있다. 가히 보르도 메독의 1등급 와인 수준으로 숙성잠재력은 10~15년이다. 슈퍼투스칸와인의 팬이라면 꼭 기억해둬야 할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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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피노디비세르노 2015

Il Pino di Biserno 2015
품종: 카베르네 프랑 35%, 카베르네 소비뇽 32%, 메를로 25%, 프티 베르도 8%


비세르노성의 소나무란 뜻의 기본급 와인으로 보르도 클래식 스타일을 보여준다. 새 프랑스오크와 중고오크에서 65%를, 스테인레스 탱크에서 나머지 35%를 12개월 동안 숙성한다. 비세르노처럼 오크숙성 뒤 6개월 동안 병 숙성한다. 연간 생산량은 8만병이다. 블루베리와 붉은 체리의 달콤하고 풍부한 과일향미와 초콜릿, 스파이시한 느낌이 복합적이다. 벨벳같이 부드러운 타닌과 적당한 무게감과 집중된 풍미, 길게 이어지는 여운의 ‘완벽한 밸런스’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보르도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수준으로 각종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다. 실제로 매콤한 코다리 강정과도 잘 맞았다. 숙성 잠재력은 8~10년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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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솔리오델칭걀레 2016

Insoglio del Cinghiale 2016
품종: 시라 30%, 메를로 25%, 카베르네 프랑 25%, 카베르네 소비뇽 15%, 프티 베르도 5%


멧돼지의 쉼터란 뜻으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위의 와인들과 달리 시라를 블렌딩의 중심으로 둔 와인이다. 4개월동안 오크통에서 숙성하는데 40%는 중고 프랑스오크에서 숙성한다. 시라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 검붉은 과일, 검은 체리, 자두의 향이 나고 흑연, 향신료, 약간 그을린 오크의 느낌도 난다. 튀는 맛이 전혀 없어 마시기 편하고 오크성향을 절제하여 음식과 매칭도 문제없다. 표현력이 좋고 언제나 잘 열리기 때문에 이 와인만 찾는 팬들도 꽤 많다고 한다. 
 

 

수입_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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