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 사이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와인 소비가 조금씩 늘고 있다. 하지만 남성 위주의 와인 소비, 미숙한 와인 시장과 와인 문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의 와인 소비는 여전히 지나치게 레드 와인 편향적이다. 그래서인지 “프랑스에서는 전체 와인 소비의 50%를 레드 와인이, 30%를 로제 와인이, 나머지 20%를 화이트 와인이 차지한다”는 등의 통계를 접하면 생소하게 느껴진다. 더군다나 로제 와인의 점유율이 30%라니. 레스토랑에서 로제 와인 주문하는 사람 구경하기 힘든 우리 눈에는 진기한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로제 와인을 마시는 것이 세계적으로 하나의 트렌디한 현상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여러 자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 유수의 언론매체들이 로제 와인 붐의 시작을 알리고, 유명 연예인들이 잇달아 로제 와인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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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Nielse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인 와인 소비국인 미국에서 지난 해 로제 와인 판매량은 무려 53%나 증가했으며 로제 와인 소비의 40%가 20~30대 여성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순함이 느껴지는 연한 살구색의, 또는 관능적인 분홍색 장미빛의 로제 와인은 유행에 민감하고 모던함을 추구하는 이들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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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자의 눈길을 끈 로제 와인은 미국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는 이탈리아의 와인생산자 비비 그라츠BiBi Graetz가 만드는 ‘볼라마타 Bollamatta’ 이다(영어로는 ‘crazy bubble’, 위 사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와인을 넣고 압력을 가해 기포를 생성시켰기 때문에 스파클링 와인으로도 분류된다.

 

사용한 품종은 토스카나 지방의 토착품종인 산조베제sangiovese.  비비 그라츠는 ‘산조베제의 마술사’라 할 수 있는데, 이 품종으로 만든 최고급 와인 ‘테스타마타Testamatta’와 ‘꼴로레Colore’는 미국의 저명한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오스카급의 이탈리안 레드 와인”이라고 극찬 받은 바 있다(아래 사진). 테스타마타와 꼴로레는 60~90년 수령의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산조베제로 만드는데, 볼라마타 역시 같은 포도로 만든다. 

 

 

비비그라츠_테스타마타.jpg

 

 

포도나무의 수령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와인이 단순하거나 평범하지 않다는 의미다. 포도나무의 나이가 들수록 열리는 포도송이의 개수가 감소하는데, 경쟁이 덜해진 덕분에 포도송이는 더 많은 햇빛과 더 많은 영양분을 흡수한다. 그 결과, 포도는 매우 부드럽고 농축된 과일 풍미와 타닌, 충분한 양의 산도를 함유하게 되고 이는 곧 모든 와인생산자들이 지향하는 이른바 “우아하고 균형이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오래된 포도나무가 가져다주는 이점 외에도, 볼라마타는 한 가지 특별한 양조과정을 통해 더 세련되게 다듬어진다. 발효를 마치고 가라앉은 효모의 앙금을 제거하는 대신 6개월 동안 와인과 함께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촉은 와인에 크림 같이 매끄러운 질감, 풍성한 바디감, 깊이, 풍미를 더한다. 

 

볼라마타의 레이블을 살펴보면, 다른 두 와인의 레이블이 보여주는 패턴에서 벗어나 있고 훨씬 많은 색을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화가이기도 한 비비 그라츠는 그가 만드는 모든 와인의 레이블을 직접 그리는데, 볼라마타의 레이블은 그의 딸이 그린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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