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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도 전통적인 화이트와인 생산지로 손꼽히는 루아르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아름다운 고성들을 만날 수 있는 지역으로, 80여 개에 이르는 고성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또한 빼어난 자연 경관 덕분에 ‘프랑스의 정원’이라고도 불리는 루아르는 잔 다르크, 사자왕 리차드 같은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유서 깊은 와인 지역이다. 특히 소비뇽 블랑이 주요품종인 상세르와 푸이 퓌메는 루아르의 대표적인 와인이자 세계적인 화이트와인으로 꼽힌다. 이렇듯 화이트와인으로 유명한 루아르 내에서도 레드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 있으니, 바로 시농(Chinon)이다(이 밖에도 루아르 지역에서 레드와인으로 유명한 AOC는 부르게이와 소뮈르 상피가 있다).
 
시농의 와인생산량 중 95% 이상은 카베르네 프랑을 주요품종으로 하는 레드와인이 차지한다. 이 글의 주인공인 도멘 드 팔루스를 이끌고 있는 수르대 가문 역시 약 30년전부터 이곳에서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수르대 가문의 2세대인 베르트랑 수르대가 와인메이커이자 오너로 활약하고 있다.
 
보르도에서 와인을 공부하고 샤또 무통 로칠드, 샤또 레오빌 라스까스에서 와인메이커로서의 경험을 쌓은 베르트랑은, 칠레를 거쳐 스페인에서 그의 친구와 함께 도미니오 데 아타우타(Dominio de Atauta)를 설립하여 와인메이커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으며 명성을 얻었다. 세계 유수의 언론사들로부터 “프랑스 와인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천재 양조가”로 불리던 그는, 해외에서 쌓은 명성을 뒤로 하고 고향인 시농으로 돌아와 도멘 드 팔루스를 세우고 2004년 첫 빈티지 와인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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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멘 드 팔루스는 시농 지역의 심장부인 까빠 레 꼬또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위 사진), 이곳의 포도밭은 단단하고 무거운 토양으로 석회암과 점토질, 모래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토양에 맞는 품종을 재배하기 위해 기존에 재배하던 카베르네 소비뇽까지 모두 카베르네 프랑으로 교체해버린 베르트랑은 유기농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수확량을 줄이는 등 다양한 변화를 꾀했고, 이는 2009년 이후 와인의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또한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포도밭과 품종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그런 덕분에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

한편, 팔루스의 첫 빈티지 와인을 만들 당시 그는 뛰어난 와인을 만들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었다. 포도를 압착해서 즙을 짜내는 것조차 인위적으로 느껴졌던 그는 포도 자체의 무게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즙(free run juice)만으로 와인을 만들었고, 와인을 맛본 와인전문가들은 와인의 뛰어남에 대해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와인이 생산된 지역이 어디인지를 알아보는 이는 없었다.이를 통해 베르트랑은 와인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와인이 생산된 지역과 품종의 특성을 담아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지난 14일 방한한 베르트랑 수르대는 기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토양은 와인의 골격을 형성하고, 품종은 (마치 사진의 필름처럼) 포도가 자란 곳의 성질을 투영한다. 아름다운 풍광도 흑백 필름에 담으면 단조로워지고 필름의 종류에 따라 사진의 스타일이 달라지듯이, 포도가 자라는 환경은 와인의 스타일을 결정짓는다. ”
 
또한 그는 와인양조에서 자연적인 요소 못지 않게 와인을 만드는 '사람'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테루아가 절대적인 요소인 것처럼 강조하지만, 결국 "어떤 와인을 어떻게 만들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그는 “카베르네 프랑은 병 속에서 진화하는 능력을 가진 특별한 품종”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놀라운 모습을 보여줄 도멘 드 팔루스의 와인을 기대해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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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루스
 
베르트랑과 함께 시음한 2005, 2006 빈티지 팔루스는 시농 지역의 특성을 뚜렷하게 반영하며, 질감이 매우 부드럽고 균형이 잘 잡혀있으며 풍미 또한 뛰어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샤또 오브리옹이나 로마네 콩티 같은 세계적인 양조장에서 사용하던 오크통에서 18개월의 숙성을 거친다는 점이다(새 오크통 사용 비율은 불과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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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드 팔루스
 
팡세(Pansees)는 도멘 드 팔루스의 포도밭 근처에 핀 팬지 꽃의 불어식 이름이다. 오크 숙성은 위에서 살펴본 팔루스 와인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숙성을 거친 와인은 부르고뉴를 연상하는 꽃향기가 일품이다.특히 2012년 빈티지는 와인메이커인 베르트랑 본인이 최고의 빈티지로 평가하는 와인으로, 경쾌한 과일 풍미, 풍성하고 복합적인 향, 뛰어난 균형. 긴 여운 등 모든 요소가 훌륭하다.
 
 
문의 _ 나라셀라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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