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샴페인은 블렌딩의 결정체”라고 한다. <더 와인바이블>의 저자 캐런 맥닐도 그의 저서에서 "샴페인의 진정한 예술혼은 블렌딩된 와인의 품질과 양조자의 블렌딩 기술에서 나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샴페인 양조 과정에서 블렌딩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날씨와 관련이 깊다. 샹파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추운 와인산지에 속한다. 다시 말하면, 가까운 부르고뉴처럼 단일품종으로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하기엔 환경이 무척 열악하다. 그래서 샹파뉴의 생산자들은, 품종은 물론 빈티지까지 블렌딩함으로써 와인의 품질과 스타일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다고 모든 샴페인이 반드시 블렌딩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샹파뉴의 몇몇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은 몇 군데 특정 포도원에서 재배한 포도에 한해서는 블렌딩하지 않은 샴페인(싱글 빈야드 샴페인)을 만들기도 한다. 해당 포도원에서 자란 포도의 품질과 개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인데 (물론 그만큼 포도밭 관리도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다른 와인과 블렌딩하는 것이 성스럽지 못하다고 여기는 생산자가 있을 정도다. 뒤에서 살펴볼 샴페인 ‘리너떵듀 그랑 크뤼 L'inattendue Grand Cru’ 역시 아비즈Avize라 불리는 그랑 크뤼 마을에서 나오는 싱글 빈야드 샴페인이다.

 


샹파뉴의 삼총사

피노 뫼니에, 피노 누아 그리고 샤르도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샴페인을 만드는 전통적인 세 가지 품종은 피노 뫼니에, 피노 누아 그리고 샤르도네다. 이들 각 품종은 샹파뉴의 세 군데 하부 지역 중 한 곳에서 각각 가장 잘 자란다. 피노 뫼니에는 마른 강의 강기슭을 따라 펼쳐진 발레 드 라 마른(Vallee de la Marne)에서 잘 자라는데, 이 품종은 샴페인에 강건함과 과일 풍미를 더한다. 피노 누아는 랭스 시 남쪽에 있는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지역에서 가장 잘 자라며, 샴페인에 과일 풍미의 구조감, 깊이감, 오랜 생명력을 부여한다. 샤르도네는 에페르네 마을 남쪽에 있는 코트 데 블랑(Cote des Blancs) 지역에서 가장 잘 자라며 샴페인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가미한다. 대체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의 블렌딩 비율이 높을수록 샴페인의 품질이 더 우수하고 가격 역시 비싼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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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도네의 천국, 코트 데 블랑


샴페인 중에서도, 샤르도네 품종으로만 만드는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s)은 소믈리에들이 매우 선호하는 타입의 와인 중 하나다. 신선하고 우아하며 섬세하고 복합적일 뿐만 아니라 요리와 함께할 때 조화롭게 어울리는 미덕까지 갖추었기 때문이다. ‘청포도의 언덕(Côte des Blancs)’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최고급 블랑 드 블랑은 비탈진 코트 데 블랑의 백악질 토양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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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샴페인의 역사는 6,500만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선사시대 때 북프랑스는 광활한 대양으로 덮여 있었다. 물이 빠지면서 남은 것은 화석과 미네랄 향이 진하게 배어 있는 초승달 형태의 백악질 토양이었다. 부드럽고 다공성인 백악질 토양은 포도나무 뿌리가 수분을 찾아 땅속 깊이 파고드는 것을 돕는다. 배수가 잘되지만 수분을 충분히 보존하기도 해서 포도나무가 마르는 일은 없다. 이러한 지질학적 유산을 바탕으로 샴페인의 근원이 되는 포도밭이 탄생했다. 

 


코트 데 블랑의 그랑 크뤼 마을, 아비즈 Avize


샹파뉴에는 총 17개의 그랑 크뤼 마을과 42개의 프르미에 크뤼 마을이 있다. 이 중 6개의 그랑 크뤼 마을(Avize, Chouilly, Cramant, Le Mesnil-sur-Oger, Oger 그리고 Oiry)이 코트 데 블랑에 위치해 있는데 특히 눈여겨 봐야 할 곳은 아비즈(Avize)다. 아비즈의 샤르도네는 여느 다른 지역의 샤르도네보다 짙은 미네랄 풍미와 높은 산도, 풍성한 꽃 향을 와인에 부여한다. 이는 아비즈의 샤르도네로 만든 블랑 드 블랑이 그 어떤 샴페인보다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비즈의 블랑 드 블랑은 한마디로, 뛰어난 집중도와 미네랄 풍미가 받쳐주는 강건하고 우아한 스타일이 특징이다. 샴페인 애호가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름들, 자크송 Jacquesson, 로데레 Roederer, 떼땅져 Taittinger 같은 정상급 샴페인 하우스들이 아비즈의 샤르도네로 만든 블랑 드 블랑을 선보여 왔으며, 최근에는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 Henriot가 최초의 싱글 빈야드 샴페인 ‘리너떵듀 그랑 크뤼’ L'inattendue Grand Cru’(2016 빈티지)를 내놓으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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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데 블랑에 자리한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 Henriot는, 샴페인 하우스들이 거대 그룹화되고 있는 샹파뉴에서 현재 8대째 가족 경영으로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샴페인 생산자이다. 원래 양모, 면과 같은 직물을 교역하던 앙리오 가문은 1808년에 샴페인 하우스를 설립했고 19-20세기에는 네덜란드 왕가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왕가애 샴페인을 공급할 만큼 유럽 왕실의 사랑을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앙리오 가문이 사용하는 문장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이었던 프랑스와 죠셉(François Joseph)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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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하우스 앙리오는 설립 후 지금까지 8대에 걸쳐 샹파뉴의 포도밭을 꾸준히 매입해 왔으며 현재 29개 크뤼 마을에 140 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1880년에 매입한 코트 데 블랑의 세 군데 그랑 크뤼 마을(Chouilly, Le Mesnil-sur-Oger 그리고 Avize)의 포도밭도 포함된다. 오늘날 앙리오 가문은 다른 와인 산지로도 그 영역을 확장하며 앙리오 그룹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부르고뉴의 부샤 페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 샤블리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윌리암 페브르(William Fevre) 등이 앙리오 그룹 소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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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았던 2016년, 그리고 뜻밖의 선물


샹파뉴의 2016 빈티지는 누군가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재앙으로, 누군가에게는 '뜻밖의' 뛰어난 빈티지로 기록된다. 4월의 자비 없는 한파 때문에 수확량의 감소가 일찌감치 예상되었고, 이후 7월까지 이어진 폭우는 포도의 건강한 성장을 방해했다. 마침내 온화하고 건조한 날씨가 찾아왔지만 그것도 잠시, 8월의 태양열이 어찌나 뜨거웠던지 포도가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8월 중순까지만 해도 매우 걱정스러웠던 날씨가 이어졌지만, 다행히도 수확 직전까지 며칠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일조량이 풍부했고 서늘한 밤 기온은 포도가 높은 산미를 유지하게끔 도와준 것이다.


2016년 빈티지가 보여준 일련의 기후 조건들은 코트 데 블랑 지역에서 샤르도네가 균일하게 골고루 성장하는 것을 방해했고 수확량도 3분의 1 이상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앙리오는 인내심을 가지고 포도가 완벽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여러 차례에 걸쳐 수확했다. 양조 과정을 거치면서 와인은 점차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는데, 특히 아비즈 마을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시음한 Gilles de Larouzière Henriot(앙리오의 CEO)와 Alice Tetienne(앙리오의 와인메이커)는 깜짝 놀랐다. 아비즈의 와인은 재앙에 가까웠던 2016년의 기후 조건을 극복하고 모두가 놀랄 만한, 기대치를 뛰어넘는 아름답고 복합적인 풍미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이들은 아비즈의 샤르도네로 특별한 블랑 드 블랑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샴페인 하우스 앙리오를 설립한 아폴린 앙리오(Apolline Henriot)에게 헌사하기로 한다. 작품명은 ‘리너떵듀 그랑 크뤼 L'inattendue Grand Cru’. 이 때 inattendue는 ‘뜻밖의’, ‘예상 밖의’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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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오의 와인메이커 Alice Tetienne에 따르면, 리너떵듀 그랑 크뤼 2016 빈티지는 “이국적이고 생기가 넘치며 우아하고 세련된 샴페인이다. 파인애플, 감귤류의 신선한 과일 풍미에 미네랄과 브리오슈의 뉘앙스가 더해지면서 대단히 복합적인 풍미를 드러낸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질감은 벨벳처럼 부드럽고 신선한 산미가 돋보인다.” 5년여의 숙성을 마치고 올해 출시를 앞둔 리너떵듀 그랑 크뤼는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샴페인 명가 앙리오 최초의 싱글 빈야드 샴페인일 뿐만 아니라, (블렌딩이 관행처럼 여겨지는 샹파뉴에서) 특정 테루아의 싱글 빈야드 샴페인은 생산량이 많지 않고 하드코어 샴페인 애호가들 사이에서 핫한 수집품이기 때문이다.

 

리너떵듀 그랑 크뤼 2016 빈티지는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오는 11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수입) 나라셀라 _ 02 405 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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