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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선택할 때 기준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선호하는 생산지, 품종, 빈티지, 생산자 혹은 추천 등등 각양각색이다. 생소한 와인들이 많을 때 나는 생산자부터 확인한다. 처음 보는 와인이라도 자타공인의 생산자 이름을 보면 자연스레 신뢰감이 든다. 와인의 스타일이나 품질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듣보 메이커보다 친숙한 메이커의 서브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과 통한다. 보르도 메독의 일등급 와인 샤토 라피트 로쉴드의 세컨드 와인, 까뤼아드 드 라피트 Carruades de Lafite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이유도 같다. “라피트 로쉴드에서 생산한 와인”이라는 절대적인 보증서를 품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 소개할 '물랑 드 가삭 셀렉션 Moulin de Gassac Selection(이하 물랑 드 가삭)' 또한 ‘랑그도크의 라피트’, ‘수퍼 랑그도크’라 불리는 마스 드 도마스 가삭 Mas de Doumas Gassac(이하 도마스 가삭)의 철학을 잇는 서브 브랜드 와인이다. 랑그도크 와인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도마스 가삭의 설립자 에메 기베르Aimé Guibert는 랑그도크 와인의 혁명을 주도한 위대한 와인 생산자이다(“자유로운 정신이 탄생시킨 와인, 도마스 가삭” 참조). 집요할 정도로 랑그도크 테루아의 우수성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는 서브 브랜드 와인을 만들 때도 변함없었다.
도마스 가삭의 캐주얼 와인, 물랑 드 가삭
열정이 넘쳤고 지역에서 지지와 존경을 받았던 에메 기베르는 90년대 초에 물랑 드 가삭을 새롭게 선보였다. 물랑 드 가삭은 평가를 떠나 와인의 기본적인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와인이다. 지역의 포도 재배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포도를 공급받았다.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지역 사회의 발전에도 자신의 방식대로 힘을 보탠 것이다.
적포도를 재배하는 포도밭은 지중해를 향한 빌르베락 Villeveyrac 언덕에 위치한다. 여긴 점토와 석회석이 섞인 토양으로 보크사이드 bauxite(알루미늄의 원료 광석)와 철이 풍부하다. 독특한 남부의 풍미를 담은 레드 와인을 만든다. 화이트, 로제 와인을 위한 포도밭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또 석호 Thau Lagoon 주변에 자리잡고 있다. 토양은 자갈이 약간 섞인 점토이다. 포도는 지중해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는 신선함을 얻을 수 있다. 우아함과 신선함을 겸비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랑그도크 곳곳을 찾는 완벽주의자 기베르의 모습이 선하다.
물랑 드 가삭을 위한 포도 재배자들도 환경을 보호하고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는 도마스 가삭의 철학을 수용한다. 산란기를 맞은 해충의 호르몬을 교란시켜 피해를 최소화하고 포도밭에 제초제 등 어떤 화학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2019 빈티지부터 물랑 드 가삭 일부 와인들은 테라 비티스 Terra Vitis 인증을 받게 되었다. 테라 비티스는 자연과 사람, 와인을 존중하는 프랑스의 와인 생산자들, 포도 재배자들의 네트워크로 다음 사항들은 보증한다.
지속 가능한 포도 재배
자연 스스로의 규제와 순환을 인정
생산자, 재배자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을 위한 건강한 환경 조성
포도밭을 포함한 주변 토지의 생물 다양성을 추구
물, 공기, 토양의 질을 개선하고 보존
도마스 가삭이란 든든한 빽을 가진 물랑 드 가삭 셀렉션은 그랑 테루아, 길렘, 클래식, 단일품종 그리고 퐁 드 가삭의 5개 라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길렘 Guilhem은 누가 뭐래도 가성비 만점의 와인이다. 레드, 화이트, 로제 3종이며 과일 풍미가 좋고 신선해서 웬만한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가벼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분이나 똘똘한 일상 와인을 찾는 와인을 찾는 분이라면 고려해볼만 하다. 현재 홈플러스에서 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물랑 드 가삭 길렘 레드
Moulin de GASSAC Guilhem Red
생산지: 프랑스 > 랑그도크
품종: 시라 40%, 그르나슈 30%, 까리냥 30%
알코올 도수: 13%
일상 와인으로 더할 나위 없다. 깊지만 밝게 빛나는 붉은 색을 띤다. 체리와 블랙체리, 딸기 등 다양한 베리류와 향신료의 향이 풍부하다. 오크를 사용하지 않아 타닌은 부드럽고 풀 바디 느낌은 없다. 잘 익은 과일의 감미로운 맛과 신선한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중간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어 여름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로스트 비프, 페퍼로니 피자, 볼로네제 파스타 등과 매칭하기 좋다. 우리 요리 중에선 고기만두, 순대, 잡채, 제육볶음, 닭갈비, 돼지갈비구이, 안동찜닭 같이 양념한 요리와 잘 어울린다. 타닌과 과일 풍미가 적당하고 산미가 있어 미각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신선함이 부족하거나 너무 섬세한 와인은 음식의 양념과 만나면 주눅들어 고개도 못 든다. 반대로 타닌이 강하다면 짜고 매운 양념과 부딪친다.
물랑 드 가삭 길렘 화이트
Moulin de GASSAC Guilhem White
생산지: 프랑스 > 랑그도크
품종: 그르나슈 블랑 40%, 소비뇽 블랑 30%, 떼레 블랑 30%
알코올 도수: 12.5%
밝고 연한 금색을 띤다. 청사과, 서양배, 백도, 레몬, 자몽의 향이 풍부하다. 생동감 넘치는 산미가 마지막 한 모금에도 잘 살아있다. 뜨거운 여름에 지친 미각을 시원하게 해준다. 가볍고 경쾌하다. 단 맛은 전혀 없고 식전주 혹은 에피타이저와 잘 어울린다.
훈제 연어 샐러드, 니스식 샐러드 같은 각종 샐러드나 염소치즈, 가리비 찜 등과 매칭하기 좋다. 비 오면 생각나는 생선전, 녹두전, 해물 파전 등 각종 전 종류와 잘 어울린다. 도토리 묵, 낙지 볶음처럼 매운 양념을 한 요리 또한 좋은 궁합을 기대할 수 있는데 비밀은 와인의 산도에 있다. 기름에 지지는 전 종류와 매콤한 양념 요리와 매칭하면 상쾌한 산미가 깨끗하게 씻어주며 끝까지 먹을 수 있게 도와준다. 차갑게 해서 곁들이면 그 효과가 더욱 커진다.
물랑 드 가삭 길렘 로제
Moulin de GASSAC Guilhem Rose
생산지: 프랑스 > 랑그도크
품종: 그르나슈, 쌩소, 까리냥
알코올 도수: 12.5%
로제 와인은 눈으로 마신다고 한다. 아름다운 핑크 장미색을 띠는데 테두리에 약간 연어의 살색이 감돈다. 딸기, 라즈베리, 시트러스, 레몬, 복숭아와 꽃 향기가 나서 자연스럽게 입 꼬리가 올라간다. 화이트 와인처럼 산미가 시원하게 느껴진다. 여운에서 붉은 색 베리의 향미가 나며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다. 해외에서도 인기 높은 로제 와인으로 홈 파티나 브런치 모임에 잘 어울린다.
채소나 해산물, 치즈로 만드는 각종 샐러드, 닭고기 타코, 나초, 로스트 치킨 등 여러 종류의 음식과 매칭하기 좋다. 파삭한 산미 덕분에 여러 전 종류, 제육볶음, 돼지고기 김치찜, 돼지고기 보쌈 등 매콤한 양념의 무침이나 볶음 요리가 잘 어울린다. 여러 채소를 볶아 밥과 비벼 먹는 비빔밥 또한 길렘 로제와 좋은 궁합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