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믈리에가 따라준 레드 와인에 코를 갖다 대자, 잘 익은 포도 풍미와 함께 갓 볶은 커피 원두와 막 구운 빵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몇 초 정도 지났을까, 달콤한 바닐라와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향이 뒤를 잇는다. 포도로 만든 술에서 포도와는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향이 나다니, 대체 그 이유가 뭘까? 레스토랑의 소믈리에는,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이렇듯 다양한 풍미가 더해진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오크통의 종류에 따라 와인에 더해지는 풍미도 달라진다고 덧붙인다. 

 

 

char no3.jpg

 

 


왜 오크를 사용할까

 


와인과 오크 숙성의 관계를 다룬 글 “
와인의 오크 숙성”에서는 오크를 사용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2,000여 년의 와인양조 역사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와인과 오크(Oak)의 관계이다. 만약 오크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많은 와인들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와인은 지금과 같은 맛, 향기, 질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면 산소와 만나 조금씩 산화되면서 와인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 때 ‘산화’라는 말이 좋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산화라는 것은 산소가 붙거나 수소가 떨어지는 화학반응을 뜻하므로, 와인이 신맛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크에는 와인을 변화시키고, 단순히 발효된 과일즙이라는 유형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며, 깊이, 여운, 복합성, 강도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


오크통이 와인의 품질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는, 오크통을 만들 때 오크통 내부를 불로 굽는 토스팅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열기는 나무의 가공되지 않은 요소들과 와인 사이에 보호벽을 형성하며, 나무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켜 특징적인 오크의 향과 풍미를 준다. 오크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오크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좌우된다. 미국산 오크가 와인에 부여하는 풍미는 프랑스산 오크와는 많이 다르다. 미국산 오크는 더 강렬하고 바닐린(Vanillin) 성분이 더 강한 반면, 프랑스산 오크는 좀 더 은은하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불 그리고 오크

 


위에서 설명한대로 오크통을 만들 때 오크통 내부를 불로 굽는 과정은 와인의 풍미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이 얼마나 대단했으면 “오크통+숫자”를 와인 이름으로 사용한 예도 있다. 명망 있는 호주 와인기업 하디스(Hardys)가 출시한 프리미엄 와인, ‘차 넘버 3(Char No.3)’ 시리즈가 그것이다. 여기서 char는 까맣게 태우다 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다. ‘차 넘버 3(Char No.3)’는 No.1~No.4의 이름이 붙은 네 개 오크통 중 No.3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차 넘버 3(Char No.3)’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레이블이다. 레이블에는 불에 그을려지고 있는오크통이 그려져 있는데. 불과 연기로 그림을 그리는(fire painting) 화가 Steven Spazuk의 작품이다. 아래 영상에는 Steven Spazuk가 ‘차 넘버 3(Char No.3)’의 레이블 제작하는 과정이 간략하게 담겨 있다.

 


 

 


차 넘버 3 (Char No.3)

 


현재 국내에는 ‘차 넘버 3(Char No.3) 카버네 소비뇽’과 ‘차 넘버 3(Char No.3) 쉬라즈’의 두 가지 와인이 유통 중이다. 두 와인 모두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를 띤 맥라렌 베일에서 재배한 포도로 만들며, 강도 높게 토스팅한 Char No.3 오크통에서 숙성을 거치기 때문에 로스팅한 커피와 초콜릿 향, 그리고 섬세한 토스트 향을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수입_제이와인 (02-419-7443).

 

 

ACCO_Char N.3_Cabernet Sauvignon (front).jpgChar No.3 Cabernet Sauvignon

차 넘버 3 카버네 소비뇽


‘차 넘버 3 카버네 소비뇽’은 레드 커런트, 자두, 향신료의 풍성한 향이 생동감 넘치는 블랙 커런트, 올리브 타파네이드 아로마와 조화를 이룬다. 또한 밀크 초콜릿, 담뱃잎, 훈연향을 느낄 수 있으며 짙은 타닌과 부드럽고 섬세하게 이어지는 여운을 선사한다. 

 

 

ACCO_CHAR No.3 Shiraz (front).jpg

Char No.3 Shiraz

차 넘버 3 쉬라즈


‘차 넘버 3 쉬라즈’는 블랙베리, 자두, 블랙체리 같은 과일향이 오크 숙성에서 오는 향신료 풍미와조화를 이루어 풍성한 아로마를 자랑한다. 또한 타닌의 결이 매끄럽고 균형 잡힌 여운이 일품이다.

 

 


160여년 역사의 호주 와인기업 '하디스 Hardys'

 


하디스의 와인역사는 곧 호주의 와인역사라고 할 수 있다. 1850년 어느 날 20세에 불과한 토마스 하디 Thomas Hardy(아래 사진)는 30파운드를 들고(영화처럼) 호주행 배를 탔다.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호주엔 많은 이주민들이 꿈을 찾아 모여들었고 토마스 하디 또한 그 중 한 명이었다. 호주에 온 지 3년 후 그는 남부 호주 애들레이드 외곽에 첫 포도원을 조성하며 하디스의 위대한 역사를 열었다. 타고난 성실함과 독창성을 가지고 일했던 그는 1857년에 호주 와인 역사상 최초로 영국에 와인을 수출하면서 성공가도를 걷기 시작했다. 1882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세계 와인 쇼’에 출품한 와인이 첫 금메달을 수상했고 하디스 와인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토마스 하디.jpg

 


창업자 토마스 하디는 늘 “세계 시장에서 가치 있는 와인을 생산”할 것을 강조했고 이는 변하지 않는 하디스의 비전이 되었다. 노년에도 포도 나무 돌보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남부 호주 와인산업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현재 6대째 가족경영으로 이어지는 하디스는 호주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해외로도 진출하며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디스의 와인 양조 철학은 모든 품종들이 가진 과일 특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복합성과 부드러운 질감을 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연간 25만톤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며 전세계로 수출하는 와인 업체로 성장했다. 호주 와인 전문가인 제임스 할리데이 James Halliday는 하디스의 우수성을 부각하며 “호주의 5스타 와이너리”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디스는 창업 165주념을 기념하는 아이콘 와인, 엘린 하디 Eileen Hardy시리즈, 토마스 하디 시리즈, HRB 시리즈, 우무 Oomoo시리즈, 노타지 힐 Nottage Hill시리즈 등 다양한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 저작권자ⓒ WineOK.com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1. [마트와인 추천] 장인의 DNA가 담긴 와인, 길렘

    @daumas-gassac.com 와인을 선택할 때 기준은 제각각 다를 것이다. 선호하는 생산지, 품종, 빈티지, 생산자 혹은 추천 등등 각양각색이다. 생소한 와인들이 많을 때 나는 생산자부터 확인한다. 처음 보는 와인이라도 자타공인의 생산자 이름을 보면 자연스레 ...
    Date2020.07.30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2. [와인 추천] 자유로운 정신이 탄생시킨 와인, 도마스 가삭

    “파괴는 곧 창조”라는 말이 어울리는 와인 양조자들이 있다. 기존의 규칙이나 제도(그리고 그에 따른 특혜)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성공시킨 수퍼 투스칸 와인의 창시자들이 그 좋은 사례다. 20세기 후반 이탈리아 정부가 DOC...
    Date2020.07.28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3. [와인 추천] Char No.3, 이것이 오크 숙성의 맛이다. 

    소믈리에가 따라준 레드 와인에 코를 갖다 대자, 잘 익은 포도 풍미와 함께 갓 볶은 커피 원두와 막 구운 빵 냄새가 은은하게 난다. 몇 초 정도 지났을까, 달콤한 바닐라와 초콜릿을 연상시키는 향이 뒤를 잇는다. 포도로 만든 술에서 포도와는 전혀 관련 없...
    Date2020.06.19 글쓴이정보경
    Read More
  4. [와인추천] 편의점에서 만나요! 하디스 더 리들 

    우리 동네 까페, 분식점, 택배를 받거나 보내는 곳, 비상시 응급 약을 살 수 있는 24시간 편의점은 간단한 먹거리나 살 수 있었던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진화하고 있다. 웬만한 건 다 구할 수 있는 요즘의 편의점에서 가장 핫 한 품목 ...
    Date2020.05.29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5. [와인 추천] 프리미엄 상세르의 두 주인공, 디디에 다그노 & 클로드 히포

    @vins-centre-loire.com 소비뇽 블랑을 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는 이유는 신선하고 청량한 특성 때문이다. 생기 넘치고, 와인에 따라 날카롭기까지 한 산미는 지긋지긋한 봄철 황사와 장마철의 꿉꿉한 느낌을 시원하게 날려준다. 소비뇽 블랑(이하...
    Date2020.05.22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6. [홈플러스 추천와인] 마실수록 매력적인 데일리 와인, 브라이들우드

    고막이 터질 듯한 록 사운드를 듣고 나면 잠시 내 귀를 구해줄 침묵이 필요하다. 명절연휴 동안 위장이 경기 일으킬 정도로 기름진 음식들만 먹은 후엔 편안한 음식을 찾게 된다. 간담이 서늘해지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을 지우기 위해 따뜻한 영화를 본다. ...
    Date2020.05.11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7. [와인 추천] 프로방스의 뜨거운 심장, 도멘 드 트레발롱

    샤갈, 세잔느, 고흐 같은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했고 보랏빛 라벤더의 진한 향기가 감싸는 곳, 프로방스는 휴식과 여유를 꿈꾸게 한다. 프랑스의 남동쪽에 위치하고 마르세이유, 아를, 칸느와 니스까지 가 볼만한 도시도 많아 전 세계 여행자의 로망이다. 와인...
    Date2020.04.14 글쓴이박지현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36 Next
/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