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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여 년의 와인양조 역사에서 떼놓고 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와인과 오크(Oak)의 관계이다. 만약 오크가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많은 와인들이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며, 와인은 지금과 같은 맛, 향기, 질감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와인이 오크통에서 숙성되면 산소와 만나 조금씩 산화되면서 와인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이 때 ‘산화’라는 말이 좋지 않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산화라는 것은 산소가 붙거나 수소가 떨어지는 화학반응을 뜻하므로, 와인이 신맛으로 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크에는 와인을 변화시키고, 단순히 발효된 과일즙이라는 유형에서 벗어나도록 유도하며, 깊이, 여운, 복합성, 강도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
 
 
왜 오크를 사용할까
 
오늘날 양조학자들은 오크 숙성의 다음 두 가지 과정이 와인 변화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첫째는 증발 작용이다. 이는 물과 알코올이 오크통의 통널 사이로 빠져나가는 과정인데, 예를 들어 190L들이 오크통이라면 1년에 증발하는 와인의 양이 19-23L 정도이다. 이 때 판자 사이의 틈이 거의 없을수록 와인은 천천히 줄어들면서 숙성한다. 이와 동시에 미세한 양의 산소가 나뭇결을 통해 오크통 안으로 스며들기도 하는데, 이는 와인의 구성요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와인에 더욱 부드러운 특성을 부여한다.
 
오크통이 와인의 품질에 기여하는 가장 큰 요소는, 오크통을 만들 때 오크통 내부를 불로 굽는 토스팅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열기는 나무의 가공되지 않은 요소들과 와인 사이에 보호벽을 형성하며, 나무의 구성 요소를 변화시켜 특징적인 오크의 향과 풍미를 준다. 오크가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오크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라서도 좌우된다. 미국산 오크가 와인에 부여하는 풍미는 프랑스산 오크와는 많이 다르다. 미국산 오크는 더 강렬하고 바닐린(Vanillin) 성분이 더 강한 반면, 프랑스산 오크는 좀 더 은은하다.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오크는 단지 와인의 향과 맛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재질감에도 그 흔적을 남긴다.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에서, 오크는 힘과 뚜렷한 효과를 준다. 풍미들이 좀 더 뚜렷한 초점을 갖게 되며, 단순한 재질감이 강하게 향상되는 것이다. 오크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레드 와인에서 타닌을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가까이 하기 어려울 정도로 드라이하고 수렴성 있는 와인을 만들기도 한다.
 
 
오크통, 어떻게 만들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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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이 넘은 오크 나무 중에서 신중하게 선별된 흠 없는 가운데 부분을 사용하면, 225L들이 오크통을 겨우 2개 만들 수 있다. 아무리 민첩하고 유능한 통 제작자라 하더라도 하루에 오크통 1개 이상은 만들지 못한다.
 
 
오크통 제작을 위해 대체로 100년 이상 된 오크 나무를 사용한다. 여러 종류의 나무 중에서 오크를 사용하는 이유는 이를 대신할 만한 나무가 없기 때문인데, 소나무나 삼나무는 나뭇결이 곱지 않아 산화가 빨리 진행되고 송진향이나 삼나무향이 너무 강해서 와인을 숙성시키기에 적당하지 않다. 또한 오크만큼 와인의 맛을 강화할 수 있는 나무도 없다.
 
오크통 제작을 위해 오크 나무의 가운데 부분을 자연적인 결을 따라 손으로 쪼갠 후, 통널을 야외에 쌓아두고 햇빛과 비에 노출되도록 하면서 2-3년 동안 자연 건조시킨다. 다음 단계는 통널을 될 수 있는 한 단단히 이어 맞추는 것이다. 불완전하게 붙이면 나중에 내용물이 새거나 통널 사이로 산소가 상당량 스며들어 와인이 산화하고 부패하는 원인이 된다.
 
오크통의 완만히 구부려진 형태를 잡기 위해, 통널을 화덕에 가열해 모양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지도록 만든다. 이렇게 나무를 가열하면 나무의 천연 당분이 토스트, 향신료, 바닐라의 풍미로 변하게 되며, 가열로 인한 태운 풍미(toast flavor)와 함께 와인에 첨가된다. 와인양조자는 오크통 제작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풍미의 수준으로 오크통을 가볍게, 적당하게 혹은 많이 구워달라고 주문할 수 있다.
 
오크통 형태를 만든 후 통 안쪽을 굽는 정도에 따라 1)가볍게 구운(10-15분) 상태에서는 구수하고 드라이한 느낌과 매운 향을 주고 2)중간 정도로 구운(15-30분) 상태에서는 전형적인 달콤한 코코넛과 바닐라향과 녹은 버터 그리고 나무의 당분이 그을려져 나오는 캐러멜이 따라 나오며 3)강하게 구운(30-45분) 상태에서는 볶은 커피, 훈제 베이컨, 정향, 생강, 나무 연기, 심할 경우 송진의 숯, 석탄산과 타르 냄새가 나기도 한다.
 
 
얼마나 오래 숙성시켜야 할까?
 
와인을 오크통에 넣는다고 해서 시간이 지나면 와인이 모두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와인의 성질이나 포도가 성장한 연도의 특성에 따라 오크통에서의 숙성기간도 조금씩 바뀐다. 또한 와인생산자의 결정에 따라 와인을 새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것인지 중고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것인지도 달라진다(오크통은 대체로 4-6년 사용하고 나면 풍미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와인을 오크통에 얼마나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절대적인 시간은 없다. 가령 피노 누아는 오크통에 담은 지 1년이 지나면 부드러워지고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보통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보르도 와인은 2년, 네비올로로 만드는 바롤로 와인은 4년이 필요하다. 1970-1980년대 캘리포니아에서는 오크통을 사용한 샤르도네 와인의 인기가 높았는데, 그 이유는 캘리포니아의 와인애호가들이 토스트, 오크의 풍미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오크의 사용이 마치 강력한 와인 판매 전략처럼 레이블에 기재되어 있고 와인생산자들 사이에서 거의 필수적인 요소로 간주되고 있지만, 모든 포도 품종들이 다 오크와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와인 맛에 대한 문화적인 선호도에 따라 오크통에서 얼마나 숙성시킬지 결정하기도 한다. 스페인 리오하의 양조자들은 주로 템프라니요 품종으로 최고급 레드 와인을 만들 때, 전통적으로 미국산 중고 오크통에 넣어 10년이나 숙성시키는데, 이곳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흙냄새가 깃든 바닐라의 특징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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