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랑스 정부가 자연주의 양조 방식으로 만든 내추럴 와인에 “vin méthode nature”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는 프랑스의 내추럴 와인생산자들이 10년 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얻어낸 결과다. vin méthode nature 명칭을 사용하려면, 인증된 유기농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손으로 수확해서 천연 효모로 발효시켜야 한다. 이외에도 직교류식 필터, 급속 저온 살균, 발효 전 포도(포도즙) 가열, 역삼투압 등의 거친 양조 방식을 사용해선 안된다. 아황산염 허용량은 최대 30 mg/l이다.

 

첨단 기술, 화학 약품이 등장하기 이전의 자연주의 방식으로 만든 이들 내추럴 와인은 전세계 와인 산업에서도 화두가 된 지 오래다. 비단 와인생산자들 뿐만 아니라, 건강과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유기농법, 바이오다이나믹 농법 같은 자연친화적인 농법으로 만든 와인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내추럴 와인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숍, 바, 레스토랑이 속속 등장하면서 와인애호가들의 와인 생활도 어느 때보다 풍족해졌다.

 

이 글에서 소개할 곳은 내추럴 와인 애호가들의 명소가 된 와인 바 <로우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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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말 부산 광안리에 문을 연 로우라(Laura)는 베테랑 바베큐, 초필살 돼지구이, 경성 온족발, 리안광 브런치, 방가방가 분식을 운영 중인 “그레이트 컴파니” 곽동훈 대표가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빠져서 오픈한 내추럴 와인 바다. 평소 외식시장에 대한 견문을 넓히기 위해 일본을 자주 오가던 곽 대표는 일본에서 내추럴 와인을 처음 접했고, 내추럴 와인 바나 비스트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유심히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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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을 둘러보던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무엇보다도, 내추럴 와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고객과 직원들 사이의 자연스럽고 유쾌한 소통이었다. 특히 후쿠오카에 위치한 <요르고>라는 가게는 곽 대표가 로우라를 오픈하는 데에 많은 영감을 준 아주 매력적인 곳이다. 로우라에서는 일본-이탈리아식의 독창적인 안주와 함께 100여 종의 내추럴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로우라는 가상의 여성인데, 재즈보컬리스트 그레고리 포터의 ‘헤이 로우라’라는 음악을 듣다가 업장의 분위기와 잘 맞는 것 같아 이름을 차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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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라만의 강점이자 특색이라면 개방된 주방의 바(Bar) 구조다. ‘ㄱ’자 모양의 바에서 3명의 셰프가 각자의 요리를 선보이는데, 고객들은 자신이 주문한 음식에 사용되는 신선한 식재료와 요리과정을 눈 앞에서 지켜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개방된 구조를 통해 고객과 셰프 그리고 소믈리에 사이에 자연스럽게 소통이 이뤄진다. 음식을 조리하는 바의 안쪽 바닥이 바깥쪽보다 살짝 낮은데, 이는 바에 앉은 고객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숨은 한 수다.

 

이러한 부분에서 로우라의 바는 단순한 외식 공간을 넘어선다. 와인, 음식뿐만 아니라 경계를 허문 대화를 나누며 지친 일상에서의 작은 힐링 포인트를 서로 찾아가는 과정이 여기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로우라의 오픈된 주방은 로우라의 궁극적인 목적을 잘 보여줄 뿐만 아니라 로우라의 원동력이 되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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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라의 음식은 네오 비스트로 카테고리에 속하지만, 메뉴의 식재료와 맛 그리고 플레이팅의 형태는 일본과 이탈리아의 그것을 표방한다. 그렇다고 딱 정해진 룰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동양적인 식재료와 이국적인 소스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항상 독창적인 음식들을 연구해서 내놓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호르몬 뇨끼(내장볶음), 망고 파스타, 소뽈살 브레이징, 비프콘 타르타르(서양식 육회), 태국식 광어 카르파쵸 등이 그것인데, 낯익은 식재료로 만든 먹음직스런 비주얼의 이 요리들은 로우라를 찾는 고객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메뉴다.

 

로우라의 와인리스트는 생산량이 많지 않은 내추럴 와인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바뀐다. 리스트에는 내추럴 와인 붐을 불러일으킨 1세대 생산자들의 와인, 신흥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는 젊은 생산자들의 와인 그리고 내추럴 와인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 이탈리아는 물론 슬로베니아, 오스트리아, 체코의 와인과 호주, 남아공 등 개성 있는 신세계 내추럴 와인들까지 다양하다.

 

 


로우라 추천 와인 & 음식 페어링

 


와인 바나 레스토랑에서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은 남다른 주의와 정성을 요한다. 와인은 다른 주류에 비해 풍부한 향과 미감, 산도, 적당한 알코올 볼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과의 조화가 뛰어나다. 그리고 와인의 미감 자체가 식욕을 돋우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소화를 돕는 기능적 역할도 한다.


대부분의 와인과 음식은 서로 무난하게 잘 어울리지만 식재료나 음식의 조리방법, 소스에 따라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와인과 음식의 섬세한 조화를 통해 서로의 풍미가 상호보완되기 때문이다. 와인과 음식 페어링을 “마리아주”라고도 표현하는데, 우리네 결혼처럼 와인과 음식이 만나는 순간 역시 추억으로 남을 만한 행복감을 준다. 그래서 와인과 음식 중 어느 하나가 튀거나 압도하지 않고 상호보완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섬세한 배려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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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푸르츠 치즈푸딩에 곁들인 안그로 부르고뉴 블랑]

 


토마토, 새콤달콤한 패션후르츠 소스, 바질이 들어간 버팔로 치즈 푸딩은 로우라의 대표 요리 중 하나다. 언뜻 카프레제와 비슷해 보이지만, 이탈리아의 고급 버팔로 치즈를 사용하여 좀더 쫄깃한 식감의 치즈 푸딩과 새콤달콤한 패션후르츠 소스의 향긋한 풍미가 봄날의 싱그러움을 가득 담고 있다. 기존의 카프레제와는 전혀 다른 풍부한 향미의 봄철 샐러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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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부르고뉴 본-로마네 지역의 진주라고 불리는 안 그로Anne Gros의 섬세함이 빚어낸 단정하고 순수한 부르고뉴 블랑이다. 석회암, 점토질, 이회토에 심은 포도만 수확해서 만든 ‘안 그로 부르고뉴 블랑(2018 빈티지)’은 차분하고 단아한 부케와 아로마를 자랑한다. 튀지 않고 부드러운 산미, 미네랄 터치, 청사과로 시작해 복숭아와 감귤 등의 과일향이 서서히 올라오며 기분 좋게 마무리된다. 복합적이면서도 가볍고 신선한 풍미의 버팔로 치즈푸딩과 이 와인의 페어링은, 서로의 신선하고 경쾌한 맛과 향은 살리고 푸딩의 견과류 풍미를 감싸주면서 깔끔한 여운을 선보인다. 이 두 조합은 봄철과도 딱 맞는 베스트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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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렌타 치킨 바비큐에 곁들인 디디에그라프 사바냥 와인]

 


로우라의 또다른 인기 메뉴 중 하나는 폴렌타 치킨 바비큐다. 브라인 염지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든 닭다리를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로 재운 후 팬에 굽고 폴렌타를 곁들였다. 자칫 강하게 느껴질 수 있는 로스트 치킨의 향을 부드러운 식감과 풍미를 지닌 폴렌타로 중화시켜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춘 것이 포인트.

 

아래 사진은 프랑스 쥐라 지역을 대표하는 내추럴 와인 생산자, 디디에 그라프Didier Grappe가 우이에(Ouille) 방식으로 만든 와인이다. 이 와인의 매력은 상큼 발랄한 산미와 미네랄 터치, 잘 익은 사과와 살구의 진한 풍미다. 양조 시 이산화황을 사용하지 않아 자연효모 특유의 풍미와 견과류, 헤이즐넛 향을 동시에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와인의 풍미는 치킨 바비큐의 향신료 풍미를 가라앉히고, 살짝 느끼할 수 있는 치킨과 폴렌타의 맛을 잡아주어 최고의 마리아주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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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 와인은 과거의 양조 기술로 만든, 다시 말해 기술이나 화학약품의 힘을 빌리지 않고 만든 순수하고 깨끗하며 건강한 와인이다. 그래서 내추럴 와인 생산자들은 더 바쁘다. 하루하루 모든 시간을 포도밭에서 포도를 관찰하고 관리하는데 소모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추럴 와인을 대할 때 이들의 삶과 철학을 이해하는 것은 무척 중요하며, 떼루아와 자연환경, 기후에 대해서도 한 번 더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또한 내추럴 와인을 단순히 향과 맛으로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순전히 자연에만 의존해서 만드는 내추럴 와인은 자연히 해마다 생산량이 다르고 맛도 다르다. 내추럴 와인의 매력은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에서 온다. 같은 생산자의 와인이라도 올해의 와인으로 내년의 와인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대략적인 품종이나 지역에 대한 학습이 되어 있더라도 단순한 정보만으로 와인을 판단하고 평가하기란 어렵다. 또한 극소량의 이산화황을 첨가하거나 아예 첨가하지 않은 내추럴 와인은 마개를 연 후 상상 이상의 변화를 일으킨다. 


이렇듯 불확실성과 변화무쌍함에서 오는 오묘함이 주는 매력, 그리고 신선하고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맛은 우리가 내추럴 와인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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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추럴와인바 로우라,  주소 : 부산광역시 수영구 광남로 77,  전화 : 051) 755-8008,  영업시간 : 18:00 ~ 01:00 (L/O 23:45),  콜키지 : 25,000원,  No Kids Zone / 반려동물 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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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언급한 와인은 모두 수입사 비노쿠스를 통해 국내 유통 중이다. 비노쿠스는 와인을 뜻하는 비노vino와 특정 시대의 인류를 지칭할 때 쓰이는 쿠스cus의 합성어다. 비노쿠스의 최신덕 대표는 프랑스 부르고뉴 대학과 디종 에콜 드 코멕스 대학원에서 와인 마케팅을 전공했고, 귀국 후 지금까지 20년 이상 와인 수입, 마케팅 분야에 몸담아 왔다. 그는 한국 와인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부르고뉴 슈발리에 기사 작위를 받은 바 있다. 비노쿠스 와인의 특징은. 장인정신을 이어온 소규모 가족 경영 와인생산자들이 만들어 철학이 담겨 있고, 이러한 철학이 와인의 높은 품질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비노쿠스가 수입하는 와인은 www.vinocus.co.kr 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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