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보르도에서 리옹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쓰여지고 있다. 3박 4일 간의 빈엑스포는 마치 극기훈련이라도 한 것처럼 몸은 힘들었지만, 알찬 프로그램과 다양한 와인을 경험하고 각 분야의 인사들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선물이었다. 6년 전 빈엑스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누군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빈엑스포 같은 행사는 주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찾는다. 새로운 고객을 만나면 금상첨화이고, 이들과 매년 얼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누면서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빈엑스포 마지막날인 오늘은 'E-Commerce와 온라인 와인 판매', '블라인드 테이스팅', '와인잔에 따른 와인의 흥미로운 변화' 같은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열려 마지막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모았다. 마지막 날인만큼, 다른 참여 업체의 와인들을 시음하며 여유롭게 서로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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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iippe Labeguerie


E-Commerce와 온라인 와인 판매

유럽과 중국에서는 이미 온라인 와인 판매가 활성화되어 있고 세계적으로 온라인이 중요한 판매 채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행사이다. 보르도에 위치한 Kedge Business School의 Gregory Bressolle 교수가 발표한 온라인 시장에 대한 분석은 다음과 같다.  

 

온라인 판매는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다가 최근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졌다. 이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소비가 다소 주춤해졌고 온라인 판매 시장이 안정화 단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배송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한꺼번에 대량 구매하지 않고 소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현재 프랑스만 해도 417업체가 인터넷으로 와인을 판매한다. 새로운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과거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아졌다. 지난 10년간 온라인 판매량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 온라인 판매 업체 수는 천천히 늘었다.


온라인 채널을 보면 와인이라는 제품군이 점점 세분화되고 전문화되는 추세다. 이와 함께 시장에서 아마추어가 사라지고 프로페셔널의 입지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전체 와인 판매량 중 온라인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프랑스 34%, 미국 26%, 중국 46%로 국가마다 차이를 보인다.


이미 고객층이 두꺼운 온라인 판매 업체와 와인 전문 업체가 온라인 와인 판매를 주도하고 있으며, 소매업체와 생산자의 와인 판매도 온라인 판매를 증대시키고 있다.


고등 교육을 받은 중산계급 남성들이 인터넷에서 와인을 많이 구매하며 이들의 주문 횟수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규칙적으로 와인을 구매하며 개인셀러를 소유하는 경향이 높다.

 
구매자들은 주로 지인들이 추천한 와인을 구매하며, 판매자의 홈페이지나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를 참조한다. 보통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와인을 주문한다.

 
온라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소비자 중심의 전략이 필요하다.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편리한 유통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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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세계 소믈리에 우승자와 함께하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대회

'2016 세계 베스트 소믈리에' 상을 거머쥔 스웨덴 태생의 John Arvid Rosengren은 그의 경험담을 통해 와인을 블라인드로 시음하는 방법을 참가자들과 공유했다.

 
이 행사에는 단일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각각 다섯 개씩 준비되었으며 참가자들은 해당 와인의 생산국가, 사용 품종, 빈티지를 알아맞춰야 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에게는 제로보암 사이즈(3L 용량)의 볼랭저Bollinger 샴페인이 수여되었다.

 

그는 블라인드 시음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모든 물체의 향을 맡아보고 포도 품종, 빈티지, 지역, 생산자의 특성과 연결시키는 연습을 계속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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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 따른 와인의 흥미로운 변화

RIEDEL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는, 모양이 다른 다섯 개의 와인잔에 담긴 화이트와 레드 와인을 시음하면서 잔의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의 풍미를 체험할 수 있었다.

 

와인 시음에 앞서 물 맛이 잔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았는데, 실제로 아무 특성이 없는 물조차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는 물이 혀의 어떤 부분에 먼저 닿느냐에 따라 우리가 느끼는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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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음에 사용된 잔을 위 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작은 튜울립 모양에 입구가 좁은 화이트 와인잔
2) 밥그릇처럼 입구가 큰 화이트 와인잔
3) 아래가 볼록하고 입구로 갈수록 좁아졌다 다시 열린 모양의 레드 와인잔
4) 큰 튜울립 모양에 입구가 좁은 레드 와인잔
5) 전체적으로 크고 입구도 큰 레드 와인잔 

 

이제 잔에 따라 와인의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작은 튜울립 모양의 1)번 화이트 와인잔은 소비뇽 블랑 같이 미네랄 향과 꽃 향이 은은한 화이트 와인을 마시기에 적당하다. 혀 끝에 와인이 먼저 닿기 때문에 단맛과 과일 풍미가 강조되고 높은 산도는 덜 느껴진다.

 

입구가 넓은 2)번 화이트 와인잔은 오크통 숙성을 거친 샤도네이처럼 질감이 풍부한 화이트 와인을 위한 잔이다. 산도가 생생하게 느껴지고 과일, 토스트, 바닐라 같은 오크 숙성으로 인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피노 누아처럼 산도가 높고 향기로운 와인은 산도를 덜 느끼게 하면서 향을 온전히 담을 수 있는 3)번 잔이 적당하다. 이런 와인을 5)번 잔에 마시면 와인의 향이 잔의 입구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입 안에서 높은 산도만 느끼게 되기 십상이다. 4)번 잔은 3)과 5)의 중간 정도의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한편, 2)번 잔을 부르고뉴 와인잔으로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많은데, 그러면 와인의 산도가 너무 두드러져 최상의 맛을 감상할 수 없다.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보르도 품종의 와인은 타닌 함량이 높으며 대체로 무겁고 파워풀하며 풍미가 강하다. 5)번 잔을 사용하면 강한 타닌과 드라이함이 덜 느껴지고 와인의 둥글둥글한 질감과 과일 풍미를 증대시킬 수 있다. 3)번 잔을 사용한다면, 강한 타닌이 고스란히 느껴져 입 안이 말라버리는 느낌이 들고 과일 풍미는 덜하고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진다. 4)번 잔은 이 둘의 중간 정도로, 그르나슈나 시라 품종을 사용하는 프랑스 론 지방 스타일의 와인에 적합하다.

 

마지막으로, 디캔터를 씻을 때에는 뜨거운 물을 넣고 행구기만 하면 된다. 유럽에서는 디캔터에 하얀 석회가 앉으면 식초를 넣고 헹군다. 

 

 

안전하게 행사를 주관한 빈엑스포 관계자들에게 감사 드리며, 사진기록을 남기느라 동서남북으로 분주했던 Philippe Labeguerie, 행사 기간 내내 고객을 맞이해야 했던 참가 업체 관계자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다른 생생한 르포로 WineOK 독자 여러분을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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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_ 원정화 (WineOK 프랑스 현지 특파원)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 후 1999년 삼성생명 런던 투자법인에 입사하여 11년 근무했다. 2009년 런던 본원에서 WSET advanced certificate 취득, 현재 Diploma 과정을 밟고 있다.  2010년 프랑스 리옹으로 건너와 인터폴 금융부서에서 6년 근무하던 중 미뤄왔던 꿈을 찾아 휴직을 결정한다.
 
10개 크루 보졸레에 열정을 담아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와인>의 '리옹댁'으로 활동 중이며 WineOK 프랑스 리옹 특파원으로 현지 소식을 전하고 있으며 "와인을 통해 문화와 가치를 소통한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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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댁 원정화의 페이스북 페이지 <리옹 와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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