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와 함께 이탈리아의 3대 명품 와인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소장 가치가 매우 높다. 와인이 깊은 맛을 지니며 오랜 시간 숙성 가능하기 때문이다(최소 10년은 기본이고, 좋은 빈티지의 경우 30년 이상 숙성 가능하다).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을 마실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힘이다. 일반적으로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보다 무게감 있는 풀 보디에, 더 검은빛을 띠며 근육질인 동시에 우아하면서도 향기롭다. 달콤하거나 늘어지지 않으면서도 진한 과일 풍미를 유지한다는 점은 이 와인을 더 대단하게 만든다.
‘브루넬로’는 산조베제 품종의 여러 가지 클론 중 ‘산조베제 그로소’를 일컫는 방언이다. 이 우수한 클론을 발견한 인물은 비온디 산티(Biondi Santi,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의 최고봉)의 창시자인 클레멘테 산티로 알려져 있다.
※ 참고로,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은 이탈리아 와인 등급의 최상급인 DOCG에 속하며 다음의 생산 규정을 따라야 한다.
□ 생산 지역: 몬탈치노 지구
□ 허용 품종: 산조베제 (몬탈치노에서는 ‘브루넬로’로 불림)
□ 허용 수확량: 헥타르당 최대 8톤(또는 52 헥토리터)
□ 숙성 기간: 최소 2년 오크 숙성 최소 4개월 병 숙성 (리제르바의 경우 6개월간 병 숙성)
□ 출시 일자: 수확연도로부터 5년째 되는 해의 1월 1일 이후 (리제르바의 경우 6년째 되는 해의 1월 1일 이후)
□ 허용 용기: 보르도 스타일의 와인 병
산조베제 와인 중에서도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가 최고로 여겨지는 것은 브루넬로 클론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몬탈치노 지역 토양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산조베제 와인의 대표적인 산지인 키안티 클라시코가 습하고 서늘한 대륙성 기후를 띠는 반면, 몬탈치노는 건조하고 무더운 지중해성 기후를 띤다. 게다가 토양이 석회질과 모래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포도가 빨리 익는다. 10월경 포도를 수확하는 키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는 그 시기에 비가 내릴 것을 우려하지만, 9월에 포도를 수확하는 몬탈치노에서는 비 때문에 수확을 망칠 확률이 매우 낮다.
하지만 2011년 같은 경우에는 비가 아니라 오히려 폭염이 문제였다. 봄, 여름 날씨가 평소보다 서늘하다 싶었는데 찌는 듯한 더위가 갑자기 찾아온 것이다. 이 탓에 포도 수확기가 여느 해보다 3주나 빨리 찾아왔으며, 일부 포도가 햇볕에 타거나 말라버리는 일도 생겼다. 특히 청포도의 경우 신선함과 산도를 잃을 위험이 높았고 수확량도 눈에 띠게 감소했다. 적포도의 경우, 몬탈치노 북부에서 수확한 포도가 남부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섬세한 풍미를 유지할 수 있었다. 모래가 많이 섞인 남부의 토양보다 석회질 점토가 많은 몬탈치노 북부의 토양이 좀더 차갑기 때문이다.2011 빈티지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는 전반적으로 빨리 숙성되는 편이어서 30년 이상의 숙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최근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Brunello Experience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마스터 오브 와인, 데브라 메이버그(Debra Meiburg MW, 위 사진)는 한국의 와인전문가들에게 2011년 빈티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 자리에 선보인 여섯 종류의 와인과 각각의 스타일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따옴표에 들어간 문장은 데브라 메이버그 MW의 말을 옮긴 것이다.)
▲ Banfi Poggio Alle Mura
풍미가 풍부하고 타닌은 강건하며, 달콤하면서도 새콤한 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데브라 메이버그 MW는 이 와인을 “미국인 입맛에 잘 맞는, 모던한 스타일"로 압축하여 표현하였다. (롯데주류 수입)
▲Villa Poggio Salvi
포도 본연의 풍미가 짙고 생생하게 전해지며 섬세하고 여성스럽다. 미세하고 고운 타닌이 입 안을 조여온다. “정체를 모른다면 바롤로 와인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음직한” 와인이다. (롯데주류 수입)
▲Col d’Orcia Brunello Nastagio
그윽한 풍미를 드러내며 힘과 섬세함이 균형 잡혀 있다. 데브라 메이버그 MW에 따르면 이 와인은 “부르고뉴스럽다”. 부르고뉴 와인의 풍미를 묘사할 때 종종 논란이 되는 ‘마구간을 연상시키는 냄새’가 느껴져서일까. 앞서 살펴본 Banfi의 모던함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스타일의 와인이다. (GF비노 수입)
▲Le Macioche
첫인상이 따뜻하고 둥글다. 달콤한 향신료와 나무 태운 냄새가 은은하다. 하지만 타닌이 설익은 듯하고 “와인을 이루는 각 요소가 완전히 조화를 이룰 때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 와인”이다. (수입사 미상)
▲Fossacolle
앞선 와인들과 확연히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는 와인이다. 색이 유난히 짙을 뿐만 아니라, 향과 맛이 뚜렷해서 쉽게 인지되며 과일 풍미가 특히 두드러진다. 타닌은 벨벳을 연상시키듯 부드럽고 촘촘하다. (수입사 미상)
▲Bottega Brunello di Montalcino Riserva Prêt-A-Porter
시음한 와인 중 유일하게 2010년 빈티지이다. 2010년의 날씨가 포도를 재배하기에 매우 이상적이었기에 풍부한 과일 풍미, 신선함, 강건한 타닌, 장기 숙성력을 갖춘 와인들이 많이 생산되었다. 하지만 이 와인은 “중간 정도의 보디감에 반투명한 색상, 힘보다는 섬세함을 갖추고 있어 해당 빈티지의 전형적인 특성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The Vine Company 수입)
※참고자료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 (2010, 바롬웍스 출판)
‘Brunello Experience with Debra Meiburg MW’ (2016년 8월 29일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
Consorzio Del Vino Brunello di Montalcino(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협회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