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담긴 샴페인


율리스 콜랭 Ulysse Collin



Wine Spectator의 저명한 칼럼니스트 매트 크레이머가 “This is what great, truly individual wine can be.”라는 찬사를, 영국의 유명한 와인평론가이자 마스터 오브 와인(MW))인 잰시스 로빈슨이 “RM Champagne to watch”라는 호평을, The Wine Advocate 기자였던 안토니오 갈로니가 “an emerging artisan producer”라며 손을 들어준 샴페인이 있다. ‘범상치 않은’, ‘샴페인의 새로운 물결’, ‘떠오르는 별’ 등의 수식어가 뒤따르는 와인메이커 올리비에 콜랭(Olivier Collin)이 2004년 빈티지부터 생산하기 시작한'율리스 콜랭(Ulysse Collin)’이 그것이다.


RM 샴페인, 율리스 콜랭

율리스 콜랭에 쏟아지는 찬사의 대부분은 이 샴페인이 지닌 개별성(individuality)에서 기인하는데, 이러한 개별성은 만약 율리스 콜랭이 RM이 아니었다면 성취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때 RM(Recoltant manipulant)이란 샴페인 생산자가 포도를 직접 재배해서 만드는 샴페인을 말하며, 종종 NM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간주된다. NM(Negociant manipulant)은 포도(또는 포도즙이나 와인)의 대부분을 구입해서 샴페인을 양조하는 곳으로, 샴페인을 대량생산하는 대부분의 잘 알려진 샴페인 하우스들이 이 범위에 속한다. 샴페인 산업의 구조는 다소 복잡한데, 자세한 내용은[작은 것이 아름답다: 대형 브랜드 VS 소규모 샴페인 생산자]에서 다룬 바 있다.

콜랭은 샹파뉴 지역의 코니(Congy)라는 마을에 9헥타르에 살짝 못 미치는 소규모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이마저도 세 개의 서로 다른 샴페인을 생산하기 위해 세 구획으로 나누어 관리하는데, Les Pierrieres, Les Roises, 그리고 Les Maillons이 그것이다. 세 곳의 토양이 지닌 특징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각 토양에 맞는 품종 한 가지씩만을 집중 재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진흙, 석회암, 백악질 토양, 규조토 등이 섞여 있는 Les Pierrieres에서는 샤르도네만 재배하며, 여기서 수확한 포도로 연간 1만 병 가량의 'Les Pierrieres 블랑 드 블랑 샴페인'을 만든다. 나머지 두 곳에서는 각각 샤르도네와 피노 누아를 재배하며, ' Les Roises 블랑 드 블랑'과 'Les Maillons 블랑 드 누아' 샴페인을 만든다.

이 세 가지 샴페인을 통해 각각의 포도밭이 지닌 테루아적 특징을 극명히 보여주고자 하는 콜랭은, “대형 샴페인 하우스들이 테루아를 운운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여기저기서 구입하는 포도의 비율이 압도적인데다가, 품종/포도밭/빈티지 별로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와인이 블렌딩되는 NM 샴페인이 어떻게 테루아에 따른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샹파뉴에서 가장 넓은 포도밭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샴페인 하우스 '모에 & 샹동'조차도 매년 필요한 양의 포도 중 4분의 3을 포도재배자들로부터 구입하는 실정이다.
포도를 외부에서 구입함으로써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품질관리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대형 샴페인 하우스에 포도를 공급하는 포도재배자들은 무게에 따라 대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포도에 수분이 가장 많을 때 (포도는 익을수록 수분 함량이 적어진다는 점을 주목하자) 포도를 수확하여 최대한 많은 돈을 벌려고 할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직접 샴페인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면, 포도가 잘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연히 무게는 덜 나갈 것이고, 운이 나쁘면 기상 악화로 수확 자체를 망쳐버릴지도 모르는데) 더 적은 돈을 받고 팔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대형 샴페인 하우스들이 종종 "포도재배자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콜랭은 이조차도 포도의 품질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사실 콜랭의 포도밭 중 일부는, 그의 부친이 대규모 샴페인 하우스(Pommery로 알려져 있다)에 18년 간 임대해주었다가 2002년에 계약이 종료되어 돌려받은 땅이다(여담이지만, 포도밭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혹시나 발생할지 모를 골칫거리들에 대비하기 위해 그는 법률을 미리 공부해 두었다). 포도밭을 돌려받을 당시 포도밭의 상태가 최악이었다고 회상하는 콜랭은, 그 상태에서 건강한 포도를 생산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트랙터를 사서 포도밭부터 갈아엎었다고 한다. 즉 콜랭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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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창조한 실용주의자, 올리비에 콜랭

"나는 0에서 시작했다. 샴페인 하우스로부터 되찾은 작은 포도밭 외에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내게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이끈 무기가 있다. 바로 내 자신의 열정과, 자크 셀로스로부터 배운 양조 기술이 그것이다."

그가 1년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은 포도밭이다. 규모가 작은 만큼, 포도밭 관리를 잠시라도 소홀히 했다가는 그 해의 수확을 망치게 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샴페인의 훌륭한 풍미가 토양으로부터 비롯된다는 믿음과 테루아를 온전히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열망은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이어져, 포도밭을 쟁기로 갈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등의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자크 셀로스로부터 양조 기술을 배우는 동안 자연스레 자리잡은 것으로, 자크 셀로스는 샹파뉴 지방에 전혀 새로운 포도재배방식(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도입하여 퍼뜨린 '신세대 RM 샴페인 생산자들의 우상'이다.

그렇다고 콜랭이 100%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바이오다이나믹 농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바이오다이나믹을 고집하게 되면 자칫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때때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병을 치료하듯, 포도밭도 때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그는 스스로를 "경험에 입각하여 판단하는 실용주의자"라고 덧붙인다.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다"는 콜랭의 철학은 양조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잠재적인 알코올 도수가 12도 이상인 것을 (즉 포도가 아주 잘 익은 것을) 확인한 후에야 포도를 수확하며, 이후 포도는 매우 낮은 압력에서 서서히 압착되고 토착 효모를 사용해서 오랜 시간 발효를 거친다. 1차 발효를 마친 와인은 1년 이상 배럴 숙성을 거친 후에야 2차 발효에 들어간다(콜랭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율리스 콜랭 샴페인이 생기 넘치는 기포를 지니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 밖에도, 와인을 정제하거나 여과하지 않고 도사주(dosage, 마지막 병입 과정에서 첨가하는 당분)를 거의 하지 않다시피 함으로써, 샴페인에 테루아의 특성을 온전히 담겠다는 그의 의지를 관철시킨다.

<참고로, 샴페인 양조 규정상 포도의 당분이 8%의 잠재적 알코올 수준에 달하면 수확할 수 있다. 이후 양조 과정에서 가당이나 리큐르 드 티라주(‪liqueur de tirage)를 통해 알코올은 보통 12%까지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올리비에 콜랭은, 포도의 당분이 12%의 잠재적 알코올 수준을 보이는 시기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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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minds think alike.

이렇게 탄생한 샴페인 율리스 콜랭은 대단히 복합적이고 개성이 두드러진다. 또한 여과와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덕분에 한층 수준 높은 구조감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감은 입 안 곳곳에 닿는 섬세하고 풍성한 기포에 의해 더욱 돋보인다. 한편, 콜랭은 자신의 샴페인을 샴페인 전용 잔이 아닌 화이트 와인 잔에 따라 마셔보길 권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해지는 풍미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는, 샴페인 애호가라면 반드시 NM 샴페인과 RM 샴페인을 비교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을 권한다. 여기서 그가 비교해보라는 것은 산도니, 잔당이니 하는 것들이 아니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포도밭의 포도들을 한데 모아 대량생산하는 샴페인과, 단 한번뿐인 수확의 기회를 망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재배한 포도로 만든 적은 양의 샴페인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비교해보라는 것이다.

아래 문장은 매트 크레이머의 “What Should Newbies Know?”라는 칼럼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RM과 NM 샴페인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을 비교해보라는 올리비에 콜랭의 제안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어떤 와인이 더 좋은 와인인지 알고 싶다면, 간단히 ‘비교’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이 때 비교해야 할 것은 타닌이나 산도가 아니라, 각각의 와인을 대할 때 당신의 정신적인 자세(mental stance)다. 서로 다른 와인을 (물리적 또는 육체적 기준이 아닌) 정신적인 기준으로 비교하기 시작할 때, 당신은 와인애호가로서의 궤도에 오른 것이다. … 한편, 소량 생산되는 와인들은 종종 그들의 개별성(individuality)을 대단한 경지로 드러내는데, 이야말로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와인애호가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들이다."

Great minds think alike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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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 '율리스 콜랭'은 수입사 비노쿠스를 통해 국내에 수입되고 있다. (02) 454-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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