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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닌(Tannin)은 레드 와인을 양조할 때 반드시 생기는 자연 합성물이다.타닌에는 냄새나 풍미가 없지만 레드 와인의 골격을 형성하는 기본 성분이며 와인의 구조, 균형, 숙성 잠재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와인에 들어 있는 타닌은 단백질과 상호작용함은 물론 그 기능을 더욱 촉진시키며,와인을 병에 넣고 마개로 막으면 와인 속의 타닌이 산소와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와인이 산화되는것을 막는다. 또한타닌은 입 안을 바짝 마르게 하는 수렴성을 지니는데, 그 강도는 타닌의 양과 화학적인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타닌의 수준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포도품종, 생장 시기, 양조가의 결정 등 다양하다. 예를 들어 보졸레 누보 와인은 출시하자 마자 빠른 시간 안에 소비되는 와인이므로 타닌이 많아서는 안 된다. 반면 파워풀한 와인으로 알려진 바롤로나 쉬라즈는 많은 양의 타닌을 함유한다.

와인이 함유한 타닌의 정도는 와인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예를 들면 캘리포니아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가장 타닌 성분이 강한 품종으로, 리터당 타닌이 1,500mg까지 치솟는다. 특히 나파 밸리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카베르네 소비뇽은 타닌이 가장 강한 와인 중 하나다.

반면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는 리터당 300mg에서 990mg 사이(평균 약 340mg), 보졸레 누보는 리터당 30mg, 최고 수준의 호주 쉬라즈는 최고 품질의 나파 밸리 카베르네 소비뇽보다 약간 낮은 타닌 함량을 보인다(펜폴즈 그랜지 1998년 빈티지의 경우 리터당 870mg).새 오크통에서 발효, 숙성시키는 화이트 와인의 경우 오크통의 타닌이 와인에 스며들지만, 그렇다 해도 청포도 자체가 지닌 타닌 함량이 매우 낮다.

한편,서로 다른 와인이 동일한 양의 타닌을 함유하고 있는 경우라도, 실제 마셨을 때 똑같은 수준의 타닌을 감지하는 것은 아니다. 잔당, pH, 산도 등 많은 요소가 타닌을 느끼는 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예들 들어 산도가 낮으면 타닌이 덜 거칠게 느껴지는데, 이러한 이유로 과숙한(너무 익어 당분이 높고 산도가 낮은) 포도로 만든 와인은 입 안에서 좀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타닌은 주로 포도껍질과 씨(줄기에도 타닌이 들어 있지만 대부분의 적포도 품종은 발효 전에 줄기를 제거한다)에 들어 있다. 레드 와인 양조의 많은 부분이 타닌의 양과 질을 조절하는 과정을 포함하는데, 따라서 포도를 수확할 때 타닌의 성숙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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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한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


일반적으로 와인 생산자들은 타닌 수준을 측정하는 데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감각을 이용한 측정과 실험실 테스트.

감각 평가는 타닌 측정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접근 방법이다. 호주 에덴 밸리의 유명한 와인생산자 스테판 헨슈케는 우리는 포도껍질과 씨에서 벨벳처럼 부드러운 타닌을 추출하고자 노력합니다. 타닌이 완전히 익지 않으면 포도씨가 녹색을 띠고 씹을 때 느낌도 좋지 않으며 맛이 씁니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타닌이 익을수록 그 맛은 점점 부드러워지지요. 초크처럼 뻑뻑하다가 익어갈수록 결국 벨벳처럼 부드러워집니다.라고 말한다.

타닌에는 풍미가 없기 때문에, 양조가는 풍미 대신 구조를 분석함으로써 타닌의 성숙 정도를 판단한다. 하지만 적포도 품종의 당분 함량이 높을 경우 상대적으로 타닌의 수렴성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보르도 포이약 지역의 샤토 피숑 롱그빌 바롱의 양조가인 장 르네 마티뇽은 포도를 맛보고 타닌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대신 마티뇽은 짙고 어두운 포도껍질의 색과 충분히 익은 과일 풍미를 통해 타닌의 성숙도를 판단할 증거를 찾는다. 예를 들면, 카베르네 소비뇽의 경우 포도껍질 색이 적정 수준에 이르면 그로부터 약 15일 후에, 메를로의 경우 약 5일 후에 수확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와인 양조가들은 전통적인 방법을 선호한다. 캘리포니아의 베린저 빈야드의 와인양조가 로리 훅은 “먼저 포도를 씹어보고 익은 정도를 살핍니다. 그리고 나서 손가락으로 포도를 문질러 색을 관찰하지요. 포도가 충분히 익지 않았다면 과즙의 색 역시 그리 진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특히 포도씨의 색은 타닌의 수준을 판단하는 유용한 수단이다. 포도씨는 익을수록 녹색에서 갈색으로 변하고,씨가 점점 어두운 색을 띨수록 으깨기, 발효, 압착 과정에서 거친 타닌이 덜 추출된다(씨를 둘러싼 막 속에 거친 타닌 성분이 들어 있다).포도나무의 수령도 타닌에 큰 영향을 미친다.수확시기를 늦추어 포도를 과숙시킨다 해도 어린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의 타닌은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의 타닌이 지닌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따라갈 수 없다.

양조가는 양조 과정이 끝난 후에도 와인의 타닌을 평가하는데, 이로써다음번 포도 수확과 와인 양조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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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타닌 추출은 레드 와인 양조에 있어 필수적이기 때문에,생산자들은 타닌의 수준을 조절하는 갖가지 방법에 의존한다.다른 조건들이 동일할 때 포도를 좀더 높은 온도에서 발효시키면 좀더 많은 양의 타닌을 얻을 수 있다. 또는 발효 중에 위로 떠오르는 포도껍질과 씨를 포도즙과 섞어주거나(위 사진), 펌프를 통해 포도즙을 위아래로 순환시켜 주면(아래 사진) 타닌뿐만 아니라 색과 풍미를 좀더 쉽게 추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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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용(포도즙을 포도껍질, 씨와 접촉시키는 것) 기간 역시 중요한 변수다. 타닌은 알코올에 녹아들기 때문에 발효가 진행되고 알코올 도수가 올라갈수록 좀더 많은 양의 타닌이 추출된다.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알반 빈야드의 양조가 존 알반의 경우, 쉬라즈 품종의 잔당이 1/4 가량 남았을 때 (나머지 3/4는 알코올로 전환되었음을 의미) 포도를 압착한다. 그렇지 않고 포도의 당분이 모두 알코올로 전환된 후에 압착하면 와인이 거칠어지기 때문이다. 좀더 많은 양의 타닌을 추출하기 위해 발효가 끝난 후에도 과즙과 껍질을 함께 놔두는 와인생산자들도 물론 있다(발효 후 침용으로 알려진 양조 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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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를 마친 와인을 오크통으로 옮기는 모습)


오크통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 과정 또한 타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오크통을 통해 미세한 양의 공기가 드나드는데,이는 와인의 구성 요소들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와인에 더욱 부드러운 특성을 부여한다.예를 들어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과 보르도의 고급 와인은 오크통에서 18~28개월 간의 숙성을 거치면서 점차 부드러워지는데, 와인생산자는 이와 같은 오크통과 타닌의 상호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와인의 병입 시기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얻는다.

마지막으로, 고급 레드 와인은 병 속에서 우아하고 복합적 풍미를 풍기는 와인으로 발전해간다. 이 때 타닌은 산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와인의 장기 숙성을 가능하게 한다. 만일 타닌 함량이 적절치 않아 산소가 에탄올과 반응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밋밋하고 퀴퀴한 아로마를 풍기는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된다.

병 속에서 일어나는 타닌의 숙성 과정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편이나, 학자들은 타닌이 색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즉 와인이 함유한 타닌과 색소 중합체는 타액을 분비하는 단백질과 덜 반응하고, 따라서 와인의 수렴성이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이는 충분히 숙성된 고급 레드 와인이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숙성된 레드 와인의 색상 변화는 타닌이 감소하기 때문이 아니라 색소 중합체의 화학적인 변화 때문에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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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생산자들은 레드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타닌의 수준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포도밭과 양조장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쏟아붓는다. 타닌은 와인의 골격을 형성하면서 입 안에서의 감촉과 느낌을 결정짓는다. 레드 와인이 제아무리 과일의 풍미가 풍부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다 해도 타닌이적절치 않다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그 와인만의 명확한 개성이 사라지게 된다. 사실 대다수의 와인양조가들이, 지난 몇 년간 최고 수준의 레드 와인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를 더 나은 품질의 타닌을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헨슈케는 “오늘날 와인양조가들은타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10~20년 전에 비해 훨씬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출처: Wine Spectator Nov 15, 2007

번역: 김세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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