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와인생산 국가는?’ 상식적인 생각으로는 당연히 ‘프랑스’. 와인서적을 보더라도 ‘프랑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를 자세히 보면, 10년 주기로 볼 때 이태리가 와인생산량 1위를 하고 있는 해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와인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들에게 프랑스의 AOC제도는 이미 잘 알려져 있고 또한 이태리에도 늦게나마(1960년대) DOC제도가 정립되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AOC니 DOC니 하는 규정 중에 ‘단위 면적당 수확량(Yield)’이라는 게 있는데, 쉽게 말해 일정 지역에서의 생산량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이 까다로운 규칙은 늦게 정립된 이태리보다 프랑스에서 훨씬 더 엄격하게 적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태리의 와인 생산량이 프랑스에 견줄 만큼 많다. 더구나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와인생산량까지 합산을 한다면, 아마도 ‘세계에서 최대의 와인생산 국가는?’이라는 질문의 대답은 ‘이태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게 필자의 비공식적(?)인 생각이다.
‘Oenotria’. 굳이 직역을 한다면 ‘와인의 나라(Land of Wine)’. 사람들은 이태리를 ‘와인의 나라’라고 부른다. 프랑스는 행정구역을 나누는 지도 이외에 ‘와인 지도’가 따로 있는데 전국을 12개의 ‘와인 광역지역’으로 나누고 그 안에 더 작은 규모의 구역으로 지정하는데, 이 지역에 들어 있지 않으면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다. 소유하고 있는 포도원이 그 지도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면 와인을 만들어도 제 가격을 못 받으니 아예 와인을 생산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태리는 북부 알프스의 남쪽 자락으로부터 남쪽 시실리 섬까지 전국이 모두 와인생산지역이다. 이태리의 어디 시골을 가더라도 한 번도 보지 못한 ‘동네 명주와인’을 발견할 수 있고 ‘동네 맛 집’도 옆에 같이 있다.
이번 이태리 와인투어는 국내 와인수입상 중 대표주자인 ㈜신동와인의 초대로 시작되었다. 2008년 7월 20일부터 열흘 동안 짧지 않은 여행일정이었지만 이태리 최고의 와인산지인 Piemonte, Bolgheri, Umbria, Toscana에서도 최고의 와이너리를 방문하게 되어 마음이 몹시 설레고 있었다. 또한 쉽게 갈 수 없는 지역 ‘Friuli Venezia Giulia’까지 방문하여 전세계 최고의 Grappa를 생산하는 ‘Nonino’를 방문하게 되었으니 이 또한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같이 가는 일행들은 신동와인의 전소연 과장과 인터넷에서 Atom이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준혁 대리 그리고 신동와인의 고객들, 중앙일보의 여기자, KBS의 경제 칼럼니스트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여행은 항상 호기심 반, 걱정 반. 인천 공항에서의 첫 만남. 앞으로 열흘 동안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을 같이 해야 할 동반자들이다. 나이가 제일 많은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서 아는 만큼 느끼고 아는 만큼 젊은 와인 후배들에게 잘 가르쳐 주자하고 마음다짐을 하였다.
몇 년 전부터 비행기를 타면 꼭 하늘을 찍는 버릇이 생겼다. 두꺼운 보호 창문 때문에 깨끗한 바깥을 찍을 수는 없지만 푸른 하늘, 노을 진 하늘, 동녘의 하늘 등 다양한 하늘 사진들을 보면 마치 Mark Rothko의 그림을 연상하게 되면서 나름대로 감동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찍힌다.
㈜베스트와인 & CASA del VINO 대표 은광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