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가졌던 칠레 에라쥬리즈 시음회에 이은 스페인의 Torres 와인 시음회에서는 신착 와인뿐만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에 진출한 Torres의 와인 철학이 어떻게 녹아 들었는지를 알 수 있는 인상 깊은 자리였다.
▲ 스페인 Torres사의 수석 소믈리에 Mr. Toni Batet |
▶ 클래식한 느낌의 Torres 로고와 정문 장식 |
Torres사는 1870년 Jaime Torres가 스페인 Penedes에 와이너리를 세워 Torres 가문의 와인 역사가 시작된 후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와인의 품질과 전통을 중시하는 가족기업이다. 세대를 걸쳐가면서 이어진 와인 제조와 토양에 대한 깊은 애정과 전통은 Torres사의 비젼이 되어 왔고 이는 Torres사의 와인이 세계 120개국 에서 지명도를 얻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현재 Torres사를 이끌고 있는 Mr. Miguel Torres는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화학을, 디종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학구파로서, Decanter지 선정 2002년 올해의 인물로 뽑히기도 했으며 Torres를 스페인 최고의 와이너리로 끌어올린 장본이기도 하다.
Torres의 포도밭은 스페인 Penedes 지역과 칠레 Curico Valley 그리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Sonoma Valley Green County 세 곳에 위치하고 있다.
▶ 왼쪽부터 스페인, 캘리포니아, 칠레에 위치한 포도밭 |
Torres 칠레는 1979년 Miguel Torres가 칠레의 Curico에 칠레 최초의 외국인 회사로 100ha의 땅을 사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이날 소개된 Manso de Velasco(레드 와인)을 비롯하여 스파클링, 화이트, 로제 그리고 디저트 와인까지 현재 330ha에 이르는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은 Torres 칠레의 명성을 더 높이고 있다.
Marimar Torres는 1975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정착하여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Sonoma 서쪽 언덕에 위치한 Russian River/Green Valley는 샤도네이와 피노누아를 재배하기에 가장 적합한 기후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날 소개된 Marimar Torres Chardonnay를 비롯하여 훌륭한 샤도네이와 피노누아 와인을 내놓고 있다.
얼마 전 외신에 따르면 로버트 파커의 세계 와인시장의 전망에서 스페인 와인이 앞으로 새로운 와인 주역이 될 것으로 점쳤는데 ‘와인의 품질면에서나 창조성면에 있어서 떠오르는 리더’라고 극찬한 바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스페인 와인은 성장세를 타고 있으며 그 선두에 Torres 와인들이 포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소믈리에 Mr. Toni Batet은 시음하는 와인의 평 뿐만 아니라 Torres의 전통성과 현대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번 시음회에서 처음 선보인 Torres의 Nerola 는 Torres 가문의 딸인 Mireia Torres가 카탈루나 지역에서 생산하는 와인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고 한다. 2001년 첫 출시 후, 국내에는 2002년 빈티지가 새롭게 소개되었다.
Nerola White 2002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인 Cava를 만드는 Xarello 80%, Garnacha Blanca
20% 혼합하여 만든 Nerola White의 라벨은 천재 건축가인 안토니오 가우디의 모자이크 타일로 디자인되어 이국적인 느낌을 주었다. 초록빛을 잃어가는 가을 풀 색깔, 처음엔 청 사과의 풋풋한 향기가 코 끝을 스치고 이어 오렌지, 파인애플 같은 과일향이 올라왔다. 6개월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해서인지,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Marimar Torres Chardonnay 2000
캘리포니아의 전형적인 샤도네이에서 나는 오크향과 버터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졌지만 앞서 마신 Nerola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다. 9개월간 오크통에서 숙성해서 크리미한 맛과 버터 스카치 맛이 입 안에 가득했다. 크림소스를 곁들인 가재요리와 정말 잘 어울려 요리와 와인과의 관계의 중요성도 또 한번 깨달았다.
Nerola Red 2002
Syrah와 Monastrell를 혼합하여 만든 와인으로 짙은 붉은 색과 구운 토스트와 바닐라 향이 강했다. 12개월간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오크향이 진했고 처음엔 매운 맛이 느껴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부드러워졌다. 페퍼 스테이크 같이 양념이 진한 요리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앞으로 10년 정도 장기보관이 가능하다고 한다.
Mas La Plana 1999
불과 29ha의 작은 포도밭에서 까다롭게 고른 최고의 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들어지는 Mas La Plana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훌륭한 명품이다. 특히 98, 99, 2000년은 탁월한 빈티지로 알려져 있다. 베리와 체리의 단 향이 나면서 꽉 찬 느낌과 함께 탄닌과 산도가 적절한 밸런스를 이뤄 우아하고 부드러운 맛을 느끼게 했다. 스페인 와인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Manso de Velasco 2000
독립적으로 칠레에 정착한 첫 번째 와이너리인 Torres사가 Curico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제비꽃 빛깔의 라벨이 매우 서정적이다. 신세계의 스타일 속에 Torres의 전통이 녹아 있는데, 먼저 농익은 과일향이 풍부하고 진하게 올라온다. 그리고 Torres의 다른 레드 와인들에서 느낄 수 있는 강건한 까베르네 쇼비뇽의 탄닌과 함께 18개월 간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 시켜 얻은, 우아한 피니시를 느낄 수 있었다.
몇 해전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현대 문명이 중세의 도시 속에서 헤매지 않고 잘 조화를 이룬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Torres의 와인들도 전통이 현대의 변화와 혁신을 껴 안은 느낌이었다. 새롭고도 익숙한 느낌의 Nelora, 칠레나 캘리포니아의 특성을 받아들이면서 정체성을 잃지않는 와인들에게서 Torres의 저력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