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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광표

로버트 파커의 세계 와인산업에 대한 전망과 이에 대한 알기 쉬운 해설!


11. 와인의 품질 대비 가치를 더 따지게 될 것이다.

비록 세계의 최상급 와인들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상승할 것이라고 우울한 비관적 예측을 했지만 품질은 뛰어나고 가격은 낮은 와인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일차적으로 유럽 와인 생산국들이 주도할 것이지만 호주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호주는 산업적 영농을 완성시켰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8불짜리 와인을 호주만큼 잘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러한 와인들의 상당수가 단순하며 과일 맛만 나고 개성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호주는 앞으로 10년 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전략을 바꿔 보다 개성이 있고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와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는 Yellow Tail(쉬라즈) 와인은 호주의 와인수출 역사상 가장 커다란 돌풍을 일으킨 사례로서 파커가 이 글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오늘날 글로벌 시장에서 호주 와인이 보유하고 있는 경쟁력을 가늠케 해준다. 또한 파커가 우려를 표명하는 바와 같이 이러한 와인들은 개성이 없는 획일화된 와인이기 때문에 경쟁력의 한계를 지니고 있다. 비록 호주가 가격대 전반에 걸쳐 두루 경쟁력을 갖춘 드문 나라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경쟁력의 우위가 영원히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파커는 향후 10년을 예측하면서 호주로 하여금 저가대 와인의 품질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파커가 저가대 와인의 경쟁력에서 호주를 위협하거나 앞설 수 있다고 보는 유럽의 와인 산지들은 어디일까. 아마도 파커가 ‘선 벨트’로 부른 지역의 몇몇 산지들일 것이다. 프랑스의 남부, 특히 꼬뜨 뒤 론느와 랑그독 루씨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스페인의 밸류 와인들(나바라, 후미야, 루에다, 라 만차 등) 그리고 이탈리아 중부와 남부의 움브리아, 아브루쪼, 깜빠니아, 뿔리아, 시칠리아, 바실리까따 등이 떠오른다.

파커는 언젠가 말하기를 10불 안팎의 가격으로 평점 90점 안팎인 와인들이 대표적인 ‘그레이트 밸류 와인’(great value wine)인데 자신은 평소 일상적으로 이런 와인들을 즐긴다고 했다. 로버트 파커의 웹사이트(www.erobertparker.com)에선 이러한 종류의 밸류 와인들을 테이스팅 노트와 함께 수시로 추천하고 있다. 그가 추천하는 구체적 예를 한 가지 든다면 움브리아에서 나오는 IGT 등급의 ‘팔레스꼬 비띠아노’(Falesco Vitiano)가 있다. 1998년과 1999년 빈티지가 90점, 2000년 빈티지가 91점이다. 파커가 일상적으로 즐기는 와인들 가운데 하나다.(* 파커는 일찍이 <와인 애드버킷> 117호에서 세계의 주요 밸류 와인들을 정리하여 소개한 바 있으며 그의 저서 가운데 에도 산지별 밸류 와인들이 소개되고 있다.)

와인 애호가들은 누구나 자신의 베스트 밸류 와인들이 있기 마련이다. 파커의 예측대로 10년 후에 더 많은 밸류 와인들이 나타난다면 애호가들에겐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니겠는가.

12. 미래의 와인세계를 예측하는 키워드는 다양성이다.

2015년경이면 와인의 세계는 지금보다 더욱 다양하게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나라들인 불가리아, 루마니아, 러시아, 멕시코, 중국, 레바논, 터키 그리고 심지어 인도에서까지도 질 높은 와인들이 나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여러 나라들에서 새로 와인이 나온다고 와인생산의 포화상태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세계 전체 인구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최상의 알코올 음료로 와인을 선택하여 즐길 것이기 때문이다.

주요 신흥 와인생산국 명단에 인도를 포함시키면서 파커가 ‘심지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5년 전에 국제회의 참석 차 인도 델리에 갔을 때 회의장소가 그 유명한 타지마할 호텔이었다. 회의 첫 날 리셉션이 호텔 연회장에서 열렸는데 제공된 와인이 뉴 월드 스타일인데 처음 보는 것이라서 물어봤더니 인도산이라는 것이었다. 인도에도 상당한 수준의 와인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더 놀란 것은 이 인도 와인과 와이너리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나서 였다.

라지브 사만트(Rajeev Samant)라는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오너가 뭄바이에서 120마일 떨어진 나식(Nasik) 지방의 해발 600미터 정도 되는 비교적 고지대에 세운 술라 비녀즈(Sula Vineyards)라는 와이너리였다. 사만트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선 산업공학을 전공한 뒤 실리콘 밸리로 들어가 오라클 회사에서 장래가 촉망받는 IT전문가로 일하면서 커리어 플랜을 구상한 인도 출신 유학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25세의 젊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와인을 만드는 일에 뛰어든 것이었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와인을 만드는 것은 “예술과 과학을 블렌딩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인도에서도 이렇게 비전을 지닌 와이너리가 탄생할 정도로 세계 와인의 지도는 변하고 있는 것이다.

Sula Vineyards에서는 두 종류의 스파클링 와인과 쏘비뇽 블랑, 샤르도네, 슈냉 블랑 등 화이트 와인 그리고 까베르네-쉬라즈, 메를로 등 레드 와인들이 생산되고 있는데 브뤼트 스파클링 와인과 쏘비뇽 블랑 그리고 메를로의 품질이 인상적이었다. 인도에는 술라처럼 유수한 와이너리가 몇 개 더 있으며 최근 인도경제의 성장과 함께 대도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와인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인도의 사례를 보면서 파커가 예견하는 2015년경 세계 ‘와인 아틀라스’의 변화를 짐작하게 된다.

▶ 좌측부터 Sula Vineyards의 까베르네-쉬라즈, 슈냉 블랑, 부뤼트 스파클링 와인, 진판델

인도와 함께 와인의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세계 와인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나라는 중국이다. 2003년 통계를 기준으로 볼 때 중국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 아르헨티나에 이어 세계 6위의 와인 생산국이다. 물론 와인의 품질을 따진다면 중국은 아직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는 처지가 못 된다. 대량 생산되고 있는 와인들도 주로 자국민들에 의해 소비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Great Wall, Dragon Seal, Huadong, Changyu, Lou Lan 등이 대표적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중국에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따라 신흥 중산층이 형성되고 있어 수입와인의 시장은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상해를 필두로 주요 대도시에 아직은 작은 규모이긴 하나 제대로 된 와인리스트를 갖춘 레스토랑과 와인 바들이 생겨나고 있고 와인 엑스포도 개최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와인문화가 어떻게 변모하게 될 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싶다.

▶ 좌측부터 Huadong, Changyu, Dragon Seal

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풍요로운 와인문화가 뿌리내리고 나름대로 세계에 자랑할 수 있을만한 와인들이 생산되기를 희구하면서 로버트 파커를 텍스트로 삼아 7회에 걸쳐 살펴본 지난 30년의 회고와 다가올 10년의 전망을 마치기로 한다.

- 와인평론가 이세용 -

[세계 와인산업과 와인문화의 회고와 전망]
1. 와인산업의 눈부신 변화와 발전 (회고)
2. 와인의 유통혁명과 와인 웹 사이트의 발전(전망)
3. 프랑스 와인산업의 위기와 코르크 마개의 퇴출
4. 스페인 와인의 부상
5. 말벡 품종의 품질 상승과 미국와인 생산지역의 변화
6. 떠오르는 와인산지 이탈리아 남부
7. 품질대비 가치있는 와인 선택과 와인의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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