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비용이 와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
정휘웅(네이버 와인카페 운영자)
소위 “원가 구조”라는 것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원가 구조가 적은 것은 봉이 김선달이 팔았던 대동강 물일 것이다. 오늘날에도 물 장사는 남는 장사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1.5리터짜리 콜라의 원가만 보더라도,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뚜껑이라고 한다. 이처럼, 때로는 내용물보다 내용물을 포장하는 부분이 더 많은 비용을 차지하기도 한다.
자동차를 구입하려고 매장에 들어선 구매자를 떠올려 보자. 그 구매자는 안전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전면 에어백을 모두 장착하고 싶어한다. 자동차 판매원은, 에어백만 장착할 수는 없고 여러 가지 옵션이 함께 구성된 패키지를 구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구매자는 단지 에어백을 장착하기 위해, 필수적이지 않은 것들이 포함된 패키지를 구입하는데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어쨌든 구매자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이 패키지를 구입하는 수밖에 없다.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가는 경우를 상상해 보자. 피검사, MRI, X-ray, 암 검사 CT 등등 내 몸을 완전히 다 헤집어 놓기 때문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병원에 들어선다. 물론 검사를 통해 아주 미약한 조짐이라도 찾아내는 것은 필요하지만, 간혹 이러한 검사가 너무 과도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꼭 필요한 검사를 받는 것인지, 검사 비용이 왜 서로간에 들쭉날쭉한지도 궁금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 근처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려고 한다. 커피 전문점에서 파는 커피 한잔의 원가가 얼마라는 것을 알고 분개했던 기억이 있지만, 어쩔 수 없이 4~5천 원을 지불한다.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주 이런 의문을 던진다. “왜 이렇게 비싸지?” “이거 꼭 해야 하나?” 의학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불필요하게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더 많은 검사를 하게 되었다. 대장암의 발병이 ‘용종’이라는 연구 결과 때문에 대장 내시경을 하게 되었고, 자궁암은 특수한 바이러스로 인해 발병한다고 해서 백신을 맞는다. 위암이든 무엇이든 내시경을 하게 되고. 물론 이런 검사가 나쁘다거나 불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모든 것들에 지불하는 가격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하여 영원히 풀리지 않는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이다.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최초 수입하는 와인에 대한 검사 비용이 검사 항목 추가 등의 이유로 5월부터 다시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량 수입되는 와인이라면 모를까, 그 이외에는 생산량 자체가 극히 적은 와인들이 수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소량 생산되는 와인들은 대부분, 동일한 와인생산자가 만들더라도 각각의 포도밭 이름을 따서 붙이는 와인들이다. 게다가 이 중에는 와인생산자들이 굳이 수출하려 하지 않는 와인들도 있는데, 이 와인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와인생산자를 직접 찾아가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는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과정들은 와인을 수입하고자 하는 이의 각고의 노력과 열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겨우 한 두 케이스 들여 온 와인은, 한국에 실려 오자 마자 검사의 명목으로 해부당하고 결국 모두의 외면 속에서 천천히 사라져간다. 수입해 온 이의 열정을 알아줄 새도 없이, 이 와인은 갖은 부대 비용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고 이름 없는 와인으로 낙인 찍힌다.
미국 나파 지역의 경우, 포도원 한 곳에서 생산하는 연간 와인 생산량이 6천 병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포도원들이 많다. 이런 와인들을 수입하려면 수입업자는 한 두 박스 가량 소매 형태로 받아서 국내로 운송한다. 이 와인들은 대개 20~30달러 사이, 비싸면 60달러 정도이다. 하지만 이 와인들을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운송료, 관세, 검사 비용 등을 지불해야 하고, 자연스레 수입 원가는 엄청나게 높아진다.
이처럼 궁극적으로 와인을 소비하게 되기까지 과도하게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소비량이 많고 물량 확보가 수월한 와인일수록 이러한 부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드는 반면, 소량 수입되는 저렴한 밸류 와인은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된다. 와인은 음반, 책과 같은 대표적인 롱테일(long tail) 산업이다. 롱테일 산업의 특징은 대량 생산/소비시장과 소량 생산/소비 시장이 혼재한다는 점이며, 특히 문화 산업이 이러한 롱테일의 특성을 많이 띤다. 그런 롱테일에서 꼬리를 잘라버린다면, 일정 비용 이상이 발생하는 와인들은 아예 국내에 들어오지 못하게 된다. 와인 애호가들에게는 아주 슬픈 현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떠한 대안이 있을까?
▷ 첫째, 검사 항목의 타당성을 따져서 불필요한 검사는 줄여야 한다.
▷ 둘째, 해외 검사 기관의 인정 사항 및 인증 기관을 풍부하게 조사하여 승인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EU나 미국 FDA 등 여러 국가 기관의 협조를 받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
▷ 셋째, 타 주류 및 식품과의 형평성을 감안하여 관련 항목에 과도하게 부과되는 세금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 넷째, 와인 검사에 있어서 빈티지(수확 년도)별로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포도원 별(품목별이 아닌)로 두 병 정도 샘플 검사하고 그에 대한 검사 비용은 인상된 형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검사를 2~3년 내에 추가로 시행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검사를 해외 검사기관의 내용으로 대체해 주고, 만약 임의 검사에서 위해 물질이 나오는 경우 해당 와인을 아예 국내에 수입금지하는 방법이 있다. 사실 방법은 상당히 훌륭한 개선책이 될 수 있는데, 검사 항목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와인의 다양성을 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