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te Wines from SPAIN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때문에 스페인 하면 레드 와인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스페인에서 재배되는 품종의 80%는 사실 화이트 와인 품종(높은 기온을 견딜 수 있고 수확량이 많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의 화이트 와인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화이트 와인에 약간의 레드 와인을 섞어 저렴한 로호 와인(rojo, ‘붉은’)을 만드는 관행이 팽배했기 때문이다(Decanter.com 2010.6.9).
스페인 화이트 와인의 재발견
포도나무의 수령이 오래될수록 수확량을 조절하는데 이롭다는 사실과 기후와 토양에 적합한 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스페인의 신세대 와인양조자들은, 나아가 스페인 화이트 와인이 지닌 고유의 특성과 잠재력에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화이트 와인 품종을 통해 화이트 와인의 풍미에 익숙해진 그들은 이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스페인의 기후에 딱 맞는 품종(late ripening, 생장기간이 길어 늦게 익는)들로 화이트 와인을 만드는데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이렇듯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토착 품종에 주목하고 그 품종들로 와인을 만드는 젊은 와인생산자들의 노력 덕분에 스페인은 보다 역동적이고 다양성 넘치는 와인산지로 거듭나고 있다. 비슷비슷한 와인들로 와인이 제공하는 풍미마저 글로벌화되고 있는 요즘, 스페인 토착 품종의 고유성을 지켜내려는 와인생산자들의 이러한 노력과 그 결과물들은 조명 받을 가치가 있다.
비우라
스페인 리오하Rioja 지역의 주요 청포도 품종인 비우라Viura(스페인의 다른 지역에서는 마카베오Macabeo로 불림)는 파삭한 꽃 향을 풍기고 감귤류의 풍미와 조화로운 산도를 겸비한 와인을 만든다. 리오하 지역에서는 레드 와인의 산도를 높이고 부드러운 질감을 주기 위해 극소량 블렌딩하기도 한다. 비우라는 생산성이 상당히 높은 스파클링 와인 품종이기도 하며, 카바Cava에 신선하고 가벼운 느낌을 가미하기 위해 종종 샤르도네를 비롯한 다른 품종들과 섞어 사용한다.
최근 리오하 지역에서는 화이트 와인에 더욱 풍부한 과일 풍미와 신선함을 추가하기 위해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을 최대 49%까지 비우라와 블렌딩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으며 더 이상 비우라 포도나무를 심는 것조차 금지하였는데, 와인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은 이에 대해 “세상은 지금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로 넘쳐난다. 그리고 과일 풍미와 신선함에 기여하는 품종이 과연 이 두 가지뿐인가.”라며 비난한 바 있다(JancisRobinson.com 2010.1.9).
[BODEGAS DINASTIA Vivianco, BODEGAS REAL Bonal Macabeo, GRANDES VINOS Y VINEDOS Beso de VIno White]
베르데호
스페인 최고의 드라이 화이트 와인은 루에다Rueda 지역에서 생산되며, 이 지역의 주요 청포도 품종은 베르데호Verdejo라는 품종이다. 과일 맛이 많고 향기로운 베르데호는 배, 복숭아, 망고의 향을 발산하며 꽃과 감귤류의 특징이 나타난다.
1970년대 초, 리오하의 역사적인 와인기업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프랑스의 저명한 양조학자 에밀 페노의 자문을 받아 루에다에 현대적인 와인양조장을 세우고 지역 토착 품종인 베르데호를 사용하여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온도조절형 스테인리스통을 도입하고 와인을 숙성 초기에 병입하므로써 신선하고 과일 풍미가 풍부한 풀보디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는데, 이는 루에다를 스페인의 주요 와인 산지 반열에 올려놓는 계기가 되었다.
[BODEGAS DEL SAZ Vidal del Saz, BODEGAS PIQUERAS Castillo de Almansa, Trascampanas, Piedra Verdejo]
알바리뇨
스페인에서 가장 흥미로운 화이트 와인은 북서부의 작은 와인 산지인 리아스 바이야스Rias Baixas에서 나온다. 최고급 리아스 바이야스 와인은 주로 청포도 품종인 알바리뇨Albarino로 만든다. 실제로 와인 이름이 리아스 바이야스가 아닌 알바리뇨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와인 레이블에도 그렇게 표기한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재배하는 품종이 아닌 지역 이름으로 알려지고 표기하는 스페인의 다른 와인 산지와 완전히 반대되는 현상이다.
알바리뇨는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는데 샤르도네처럼 풍만하지도 않고, 리슬링처럼 미네랄 향이 많지도 않으며, 소비뇽 블랑처럼 야성적이거나 허브 향이 나지도 않는다. 감귤류와 복숭아의 생기 있는 풍미에서 아몬드와 인동덩굴의 풍미에 이르는 다양한 범위의 풍미를 보인다. 질감은 유연하고 살짝 크림 같은 느낌이 난다. 해산물과 매우 잘 어울리는데, 생기 있고 상큼한 와인이므로 오래 숙성시키지 않고 마시는 것이 좋다.
[TERRA MUNDI Albarino, Pazo San Mauro Albarino, PACO & LOLA, PAZO SENORANS Albarino]
참고자료 _ 더 와인 바이블(캐런 맥닐 저, 2010)
와인출처 _ 2011년 11월 `스페인 와인 전시회-FAR FROM ORDINARY`에 소개된 와인생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