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품질의 값비싼 와인 중에는 잘 익고 부드러운 스타일의 레드 와인이 많다. 스페인의 템프라니요Tempranillo는 이런 스타일의 레드 와인을 만드는 품종 중 하나다. 포도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운 템프라니요는 빛깔이 진하고 구조가 잘 잡힌 와인을 만든다. 뛰어난 템프라니요 와인은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카베르네 소비뇽에 버금가는 짙은 농도와 무게감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스페인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리오하Rioja 지역의 명성이 가장 높다.
오랫동안 숙성이 가능한 것 역시 템프라니요 와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와인의 숙성 잠재력은 오크통에서 얼마나 오래 숙성시켰느냐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며, 이러한 차이는 와인의 풍미에 완벽하게 반영된다. 리오하 지역의 그란 레세르바(Gran Reserva) 등급 와인의 경우, 적어도 5년의 숙성 기간을 거친 후 출시되며 그 중 2년 이상은 오크통에서 숙성시켜야 한다. 작황이 매우 좋은 해에 생산되며, 보통 수령이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품질이 가장 좋은 포도를 사용해서 양조한다. 그란 레세르바의 향과 풍미는 초콜릿, 자두, 커피, 말린 과일의 향이 조화롭고, 뚜렷한 바닐라 향과 함께 담배와 감초 향이 엷게 감돈다. 이미 충분한 숙성을 거친 후 출시되었으므로 당장 마시기에도 좋지만, 수십 년의 숙성도 가능하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 그란 레세르바(위 사진)는 전세계 110개국으로 와인을 수출하는 유수의 와이너리, 마르께스 데 리스칼Marques de Riscal의 정상급 와인 중 하나다. 19세기에 설립된 마르케스 데 리스칼은 리오하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 중 하나이며, 그 당시부터 작은 오크통에 와인을 숙성시켰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은 지금의 스페인 국왕인 펠리페 6세의 조부 때부터 왕실에 와인을 공급해오고 있다.
레세르바(Reserva)의 경우 대개 오크통 숙성을 1년, 병 숙성을 2년 거친 후 출시된다. 마르께스 데 리스칼 레세르바 와인은 이보다 더 오랜 기간인 24개월 동안 오크통 숙성을 거치며 금실로 와인병을 감싼 것이 특징이다. 1895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마르께스 데 리스칼이 프랑스 외 지역 와인으로는 최초로 DIPLOMA OF HONOUR를 획득했는데, 이후 와이너리의 명성을 악용한 모조품의 성행을 막기 위해 금실 테두리를 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오크 숙성을 거치지 않은 템프라니요 와인도 있다. 풋풋하고 신선한 과일 풍미를 선호하는 이들의 입맛에 잘 맞으며, 복합적이기 보다는 직설적이고, 부담 없이 마시는 와인이다. 이런 와인은 바비큐와 무척 잘 어울린다 사진은 마르께스 데 리스칼 핀카 토레아 2012 빈티지.
이제 스페인의 주요 화이트 와인 품종으로 넘어가보자. 베르데호Verdejo는 스페인 품종으로 뛰어난 화이트 와인을 만든다. 베르데호 와인은 과일 맛이 많고 향기로우며 배, 복숭아, 망고의 향을 내며 꽃과 감귤류의 특징이 나타난다. 또한 신선함이 기분 좋고 활기차며, 산도가 과일 맛과 균형을 이루며 여운이 길고 기분 좋게 지속된다. 한마디로, 베르데호는 활기 넘치고 매혹적인 과일 맛으로 입 안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와인이다.
베르데호는 산도가 좋기 때문에 음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으로도 꼽힌다. 특히 해산물이나 조개를 재료로 한 요리와 최고의 궁합을 선보이며 굴, 구운 닭요리, 치즈, 매운 맛이 가미된 피자, 기름진 중국 요리에 곁들여도 좋다. 8-10도 정도로 시원하게 해서 마시면 최상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스페인 내에서도 북서쪽의 루에다Rueda 지역이 베르데호 와인 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 베르데호는 11세기부터 이 지역에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1980년대에 베르데호의 공식 원산지로써 DO 등급을 획득했다. 위 사진은 마르께스 데 리스칼 루에다 베르데호 2016 빈티지, 그리고 마르께스 데 리스칼 핀카 몬티코 루에다 2016 빈티지.
수입_ 하이트진로 (02. 3014. 5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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